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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01.20 일기 - 차가 퍼졌다(1) (0) 2021/01/21 AM 09:28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들고, 조금 늦게 일어났다. 눈을 뜨니 7시 45분. 

일어나는 시간에 상관없이 평소엔 일곱시 이십분 즈음부터 출근준비를 하니 거의 30분이나 늦었다. 

평소 회사엔 출근시간보다 30분정도 일찍, 8시 반쯤 도착하긴 하지만. 

눈을 늦게 떴으면 준비도 빠르게 해야 할 것인데 이렇게 늦잠을 잔 날엔 왠지모르게 더 늘어지게 된다. 

이미 늦었는데 뭐... 하는 마음인걸까. 별로 급하지 않은데도 화장실에 앉아도 있다가, 

화장실에 냄새 빠진다음 씻어야겠다며 소파에 누워있기도 하다가 

8시가 다 된 시간에서야 샤워를 시작한다. 



샤워를 시작하고 나서야 손이 바빠진다. 

천천히 같은곳을 두어번씩 하는 평소와는 달리 면도도 한두번만 스윽스윽 하고 말고 

양치도 평소보다는 골고루 하긴 하지만 평소보단 조금 덜 신경써서 한다. 

머리를 감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유럽인들은 샴푸를 일주일에 한번만 한다더라 하며 합리화하고 

물로만 대충 하고 나온다. 와이프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늦었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옷도 대충대충 차려 입고 나오니 8시 15분. 늦지는 않겠다. 

‘다녀올께‘


이렇게 마음이 조금 급한 날엔 평소 듣던 음악들보다는 조금 빠른 댄스곡들을 들어야 한다. 

이래저래 각각의 인물들에 말을 많지만 이럴떈 역시 빅뱅이랑 2NE1이 내 귀엔 좋다. 

아파트 단지에서 큰 길로 나가자마자 평소 출근길보다 많은 차들이 날 반겨준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었을 뿐인데... 

평소 가는 큰 길이 아닌 골목길 쪽으로 갈까 하다가 마음을 접는다. 여기가 이러면 거긴 더 난리겠지. 

차는 많으나 다행히도 빠지기도 잘 빠진다. 철산을 지나 지하차도로 들어가며 

일차선을 탈까 이차선을 탈까 고민하다가 그냥 일차선으로 쭉 가기로 한다. 

이차선을 타는게 차 몇 대 정도 앞 서 갈 수 있겠지만 

흘러나오는 음악과 그리 여유있지 않은 출근시간과는 다르게 나는 어느 새 또 느긋해져있다. 


철산을 지나 고척돔 앞의 고가로 올라가는 삼거리. 올라가는 고가를 보니 차가 꽤 많다. 

대충 회사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본다. 여기서 십분 저기서 십분... 얼추 5분쯤 남기고 

들어갈 수 있겠구만 내가 아는 길은 네비보다 내가 정확하다. 삼거리에서 신호대기중에 

차가 조금 이상한 것을 느낀다. 내 차가 원래 D에 넣고 신호대기를 하면 꿀렁거리는 느낌이 있긴 한데 

꿀렁거리는거보다 조금 날카로운 느낌이 꿀렁거림의 꼭지점에서 느껴진다. 조금 기분나쁜 느낌. 

뭐가 잘못됐나? 

P에 놓고 잠시 엔진을 쉬게 하면 괜찮아 질까 싶어 P에 놓지만 변함이 없다. 

그 사이 신호는 바뀌고 나와 정지선 사이의 차들이 출발한다. 

그때까지도 별 생각 없었다. D로 넣고 엑셀을 위의 천천히 발에 무게를 싣는다.

그러나 차가 힘을 받지 못한다. 다시 엑셀에 발을 올려 보지만 똑같다. 비상깜빡이를 켰다. 


차가 아예 안 움직이는 건 아니다. 다만 걷는것보다 느리게 움직일 뿐.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온 직후의 상황이라 차를 구석으로 대려면 차선을 세번이나 옮겨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까 생각해보지만 그렇게 움직이다가 차선 가운데에서 차가 완전히 서 버린다면, 

1차선에서 2차선으로 가는 길을 내 차가 막아버린다면 아직 차선이 합쳐지지 않은 상황이라 

지하차도의 길은 완전히 막히게 될 거고 내 차가 치워질때까지 한 대도 지나가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한다. 한 차선을 막은것도 이미 충분한 민폐다. 

바로 몇일 전에 출근길에 지금 내 위치와 거의 비슷한 위치... 지금 이 위치보다 진행방향 

기준 약간 뒤쪽.. 얼추 10미터쯤 에 하얀 suv가 차가 퍼진 채로 서 있었는데,

차에서 내려있는 여성운전자를 보며 ‘아 아줌마 좀만 더 가서 구석에 차좀 대 놓지‘ 하는 

생각이 들은지 몇일이나 됐다고 내가 정확히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때 그 분 죄송합니다. 


창문을 열고 뒷차에게 피해 가라며 수신호를 보낸다. 뒷차는 차를 내 뒤에 바짝 붙여놨는지 

빠져나가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시동을 두어 번 껐다 킨다. 반응은 계속 동일하다. 

시동이 걸리긴 하지만, 차가 움직일 만큼의 출력이 나오지 않는다. 

시동을 걸려는 시도를 할 떄마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는데, 

매번 다른 경고등이 들어온다. 대부분 처음 보는 경고등. 

이러다가 급발진 하는거 아니야? 급발진하면 어디에 가따 박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벽에 박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벽까지 갈 만큼 차선이 여유롭진 않다. 

맞은편이 아닌 진행방향에서 외제차를 피해 가급적 연식이 오래 된 차에 가따 박아야지..... 

소형차 말고 중형차 이상에... 차가 크면 좋겠군... 이런 뻘생각들을 하다가 급발진의 근처도 못 갈 만큼 

출력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걸 생각하고는 헛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렌트카 회사에 전화를 건다. 

‘차좀 보내주세요’ 


시동을 끈 채로 차 안에서 렉카를 기다리고 있자니 참 처량하다. 마음이 불편하고. 

통행량이 많은 길이라 내 뒤쪽으론 안봐도 비디오다. 차가 뻗은지 5분은 됐으니 

아마 정체가 내 뒤로 2키로는 될거다. 우리 집 근처까지 가 있겠지. 

차가 뻗은게 내 잘못...일수도 있겠지만 아닐수도 있는데, 정비소 가따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불편한 마음을 겪는것이 억울하다. 내가 차를 깨끗하게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정비소는 가야 할 때마다 잘 갔는데. 바로 얼마전에도 차량검사도 했고 

최근 반년 안에 오일 갈러 한번 갔다가 이거저거 많이 손 봤고, 운전석쪽 라이트가 나가서 

한번 또 갔었고 불과 한달쯤 전에 차량검사까지 다녀왔는데 

차가 뻗었다. 난 억울하다... 고 생각하며 시동을 다시 걸어보는데 

바로 이전까지와는 다른 느낌이 들며 시동이 걸린다.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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