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취미라고 썼지만 취미라기엔 좀 어색하다. 여흥 정도라고 해야 할까?
차에 기름 넣을 때 주행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즐기기 시작했다.
최근 세 번 기름을 넣은곳이 모두 다르다.
긴박한 당시 상황을 말해주는 증거가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차를 탄지 2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기름을 항상 연료 경고등이 들어온 후에야 넣는 편이었다. 50키로 정도 선에서. 예전엔 경고등이 들어오면 바로 가서 넣었는데, 요즘은... 한자리 수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 연료 경고들이 들어오고 나서도 별로 긴장감이 없다.가 30키로쯤 남으면 그제서야 인제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렇게 갔다가 여기쯤에서 기름을 넣으면 되겠구만' 그러나 그 생각은 생각대로 된적이 별로 없다. 주행가능거리는 너무.. 자기 맘대로 숫자가 줄어든다.
회사에서 집까지 운행거리는 대략 11키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어제 퇴근할때 25키로에서 운전을 시작했다. 머리속에서 계산기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간다. '자 오늘 퇴근하고 내일 출근하면 3키로가 남네. 기록 갱신하고 주유소 갈 수 있겠구만. ㅋㅋㅋ'. 기름이 이정도 쯤 남으면 극한의 연비주행을 해야한다. 브레이크는 최대한 밟지 않으며 엑셀위에 얹은 발에 무게를 싣는것도 참아야 한다. 순간연비 30키로를 찍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주변 흐름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연비주행하는것은 생각보다 꽤 빡세다. 어제 밤과 오늘 아침 모두 꽤 추웠는데, 주행하면서 히터도 못 틀고 왔다. 시트 열선도 1단계... 핸들 열선도 못 켠다. 손이 시렵지만 멈출 떄마다 허벅지와 시트 사이에 손을 끼며 손을 녹인다. 히터를 못 켜니 차에 성에도 낀다. 그러나 기름을 아껴야 한다. 성에를 없애려 창문을 조금 열자 더 추워진다. 코를 훌쩍거리며 운전을 하는데 퇴근길엔 주행가능거리가 6키로밖에 안 줄었다. 남은 주행거리 19키로미터. 아주 안정적인 수치이지만 이정도쯤 되면 안심이 되기보다는 불안하다. 내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줄어들려고 그러는거니...
아침에 차에 앉았다. 19키로 그대로. 어제 퇴근길보다 훨씬 더 춥지만 히터를 켤 순 없다. 시트열선도, 핸들열선도 최소로 유지한 채로 출근을 하려는데 차가 막힌다. 평소보다 훨씬 더. 어제의 불안했던 느낌은 점점 맞아들어가기 시작한다. 거리로는 불과 3~4키로 왔을까? 히터도 안틀고 시트도 꺼 놓고 이정도 추위에선 거의 우주선의 생명유지장치를 끈 정도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차가 막히니 연비가 도저히 말이 안된다. 실제 주행한 거리에 비해 주행가능거리가 너무 급하게 떨어지고 있다. 남은 주행거리 10키로. 실제 거리는 6~7키로 정도 남았을 텐데, 이정도 속도면 회사까지 못 가고 차가 설 거다. 길에서 차가 서는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머리속에 지도를 펼치고 오늘은 평소와 다른 길로 루트를 잡는다. 가는 길에 주유소가 있는 곳으로.
루트를 수정하고 거리는 불과 2키로 남짓. 그러나 역시 차가 막히는 길이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곳이라 운행가능 거리는 내 바램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못 갈 거리는 아니지만 만약이라는건 항상 있으니까. 주행가능거리를 전적으로 믿을 수만은 없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데 저 멀리 주유소가 보인다. 올레! 기록 갱신이다. 5키로. 기름 넣고 시동 켜자마자 히터부터 틀었다, 평소보다 더 강하게. 앞으로 이 기록을 다시 갱신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리얼로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 출근길에 이렇게까지 긴장하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면 즉시 기름을 넣는 생활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진짜 뭔 등신짓... ㅋㅋㅋㅋ 필요 이상의 긴장이었다. 근데 있잖아... 재미는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