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말마다 뭔가 일이 하나씩 있어서 일기를 쓰게 된다. 토요일엔 처가집에서 그리 즐겁지 않은 저녁시간을 보 냈다. 처가 식구들은 애들(아들이랑 처조카들)끼리 놀라고 말은 하면서 시끄럽다고 조용하라고 하는건 대체 왜그러는지 이래할 수가 없다. 열살도 안된 애들이 놀면서 좀 시끄럽게 굴고 싸우고 울다가도 친하게 놀기도 하고 그러는거지... 한명이 심통 부리거나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조금만 시끄럽게 굴고 뛰면 뭐라고 한다. 그런게 애들을 그렇게 신나게 뛰고 소리지르고 하는건 보통 내가 시작하는거라 혼내는게 나를 대상으로 한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다. 애들이 그럼 그렇게 놀지 앉아서 같이 책 보고 조곤조곤 이야기라도 하며 놀길 바라는걸까. 심지어 애들 장난감도 처가댁엔 없는데 대체 애들보고 뭘 하면서 놀라는 건가. 티비나 보고 아이패드나 하는 게 보기에 좋지않아 애들과 깔깔거리며 몸으로 놀아주는 편인데 바닥을 쿵쿵거리는것도 아니고 침대에서 애들이랑 노는것 가지고도 뭐라 한다. 기분 나쁘다. 내가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자기들은 자기들끼리 얘기하다가 애들이 시끄럽게 구는 것 같으면 나랑 놀고있는 애들에게 소리지르며 조용히 하라고 했지! 라고 한다. 내가 시끄럽게 했는데... 대체 애들한테 뭘 바라는걸까. 나는 뭘 해야 하나. 애들은 어떻게 놀든 내버려두고 처가집 식구들 옆에 앉아서 나는 재미를 느낄수가 없는 모르는 이야기들이나 바보처럼 웃으면서 듣고 있어야 하나.
처가집서 하루 자고 집에 와서 애랑 잠깐 놀다가 애가 공부하길래 아들 방에 가서 옆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커피나 먹으러 가쟨다. 집앞에서 커피나 먹으려 했는데 나와보니 안경 수리가 다 됐다는 연락을 받은게 생각난다. 목적지는 차타고 10분정도 가야하는 안경점으로 변경된다.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애 어린이날 선물을 사 준다며 아울렛엘 가자고 한다. 아울렛은 바로 근처에 있다. 애 옷을 사러 갔는데 막상 애 옷은 별로 살게 없다. 이래저래 돌다가 모자하나, 티하나. 나이키에서 신발 하나를 샀다. 에어맥스로다가. 내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애한테 사주는 꽤 비싼 신발이다. 뭐 그래봐야 이십만 원 언저리... 와이프도 같이 사려고 했으나 사이즈가 없어서 못 샀는데 사고나서 카페에 앉아서 잠깐 쉬는 중에 와이프가 이리 저리 보더니 똑같은 물건이 나이키 공홈에서 35% 세일을 한댄다. 어쩐지 판매직원이 신발에 택을 좀 빨리 떼더라만은... 뭐 이미 산걸 어쩌랴. 헤질때까지 잘 신었으면 좋겠다. 진짜 헤질때까지 신어라............................. 빵꾸 날 때까지.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일하러 갈 준비는 됐냐고 묻는다.
'뭔 일?'
'아 너한테 얘기를 안 했나? 오늘 하남에 현장있어서 8시까지 가야돼'
'...? 뭐....? 제가요...?'
일요일 밤에 뭔가 할 게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일을 하러 가게 됐다. 이 놈 따라서 일 하러 몇번 간 적은 있었는데, 딱히 일을 빡세게 시키는건 아니고, 나에게도 그렇게 뭐 일을 빡시게 할 수 있는 신체는 아니니 그렇게 빡셀땐 아예 안 부른다. 여튼 자정 언저리에 끝난다는 말에 쭐래쭐래 따라 나선다. 따라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친구는 오늘정도면 그리 힘들지 않다고 했으나 적어도 나에겐)일 자체도 매우 고됐고, 일은 세시 언저리나 되어서 끝났다. 여섯시간 후엔 사무실에 가서 앉아있어야 한다.
나는 솔직히 이놈이 한 회사의 대표라는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건설쪽은 원래 저렇게 일을 하는건지, 진짜 모르고 끝나는 시간을 말 했는지 아니면 나한테 사기를 친건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나한테 사기를 친 거면 친구 걱정은 안 할텐데, 아무래도 이 새키는 모르고 그러는것 같다. 11시 반 즈음에 일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에, 다른 작업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일을 하면 끝나겠다며 30분 정도 있으면 일 끝나겠다고 말을 했으나 다른 작업자들의 작업은 두시 반쯤에나 끝났고(작업하는 내내 다른작업 + 그 작업자들의 시다까지 했어야 했다), 뒷정리가 끝나고 나니 세시, 집에 도착하니 세시 반, 씻고 자니 네시 정도였다. 8시부터 7시간의 풀타임 노가다 후, 세시간 자고 출근했다. 목과 허리가 매우 쑤신다. 무릎 뒷쪽도 좋지 않다. 평소 하루에 2천보~3천보 정도 걷는데, 어제는 2만보를 넘게 걸었다. 2반보 중에 많은 부분 뭔가를 끌거나 들은 상태로. 물론 내가 훌륭한 작업자는 아니지만, 아니 이렇게 당장 오늘 일정조차 예측을 못 하는데 대체 다른 납기나 일정은 어떻게 맞추는건지 알 수가 없다. 내 앞에서만 그러나....? 여튼 그렇게 일 하고 아들의 신발값도 안되는 돈을 받아왔다. 운동화를 신고 작업을 하다가 중간에 물집이 잡힐 것 같아서 크록스로 바꿔 신고 작업을 했는데, 크록스 밑창에 떨어지지 않는 이물질이 많이 묻어 크록스는 버려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빡셀줄 알았으면 안 갔지 - _ -..... 열두시에 끝나면 집에 한시에는 들어와서 씻고 잘줄 알았지. 시봉
아무도 없는, 정말 매우 큰 공간.
작업은 하남 스타필드에서 했는데, 당연하게도 작업의 대부분은 폐점 후에 했다. 고양스타필드는 한번 가본적이 있고 더현대도 다녀왔는데 하남 스타필드는 뭐라고 해야 하나... 규모에 압도된다고 해야 하나. 4층에 주차를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규모에 정말 압도되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처음 펼쳐지는 풍경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큰 실내 공간이 있을 수 있다니. 정말 그... 시골 촌놈이 처음 도시에 왔을 때 느끼는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친구 앞에서 티는 안 내려고 했지만 티가 났을지 어땠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용객은 더현대보다는 적은 느낌. 신세계랑 현대백화점 중에 현백을 샀는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은 선택이길. 이용객들이 다 빠져나가고, 화장실을 갈 때 메인홀을 지나가게 되는데, 그 큰 공간에 나뿐이라는게, 참 새로운 기분이었다. 외롭기도 하고, 휑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대형 쇼핑몰 뒤쪽의 구조도 처음 보게 됐고.. 일은 힘들었지만 싫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물론 안 하겠지만.... ㅎㅎ
산재처리하기엔 조금 애매한 상처... ㅋㅋㅋ 꽤 무거운 거에 생각보다 세게 찧었는데... 엄살을 부리기도 애매할만큼 괜찮았다. -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