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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웃음 (2) 2021/06/21 PM 11:20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웃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사적인 관계든, 공적인 관계든 혹은 한번만 보고 말 상대라고 해도 상대를 대할 때 웃으면서 대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웃으면 복이 와요 라거나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등등웃음에 관련된 속담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많다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있다.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 남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남이 아니라 본인에게도 아주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웃는것은 누가 중요하다고 말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태어나면서부터도 다들 알고 있으나 ‘잘’ 웃는것 또한 웃는 것 또한 웃는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잘’웃는것, 상황에 맞는 웃음을 짓는것은 중요한 만큼 꽤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상황인데 미소가 필요한 경우가 세상을 살다보면 적지 않고, 나같이 사람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특히 더 그렇다. 어떻게 웃는것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웃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웃음을 참는것도 그만큼 어렵다. 그리 멀지 않은 최근… 상가집에 갔었는데 물론 상주가 나에게 먼저 농담을 걸긴 했으나 순간 긴장이 너무 풀려 상가집에서 큰 소리로 웃은 적이 있었다. 나와 일행 이외엔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이에 망정이지… 상주에게 사과드렸고 그분도 웃으며 괜찮다고 자기가 먼저 농담했는데 사과할 일 아니라고 하시며, 호탕하게 웃어서 항상 보기 좋다며 넘어가 주셨으나 내 얼굴은 꽤 많이.. 화끈거렸던 적이 있었다. 


 웃지 않으면 얼굴이 남들보기에 불편할 얼굴이라고 볼 수도 있는 나는 ‘웃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 사회 초년생 시절에 거울을 보며 무던히 연습을 하기도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순 없는 것이지만 그 웃는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고 작위적으로 보이면 내가 원하는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까. 매일 매일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나서 거울을 보며 평소엔 사용하지 않던 얼굴 근육을 움찔거리며 웃는 얼굴을 만들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 덕에 꽤 자연스러운 웃는 표정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매우 다행스럽게도 성격 자체가 변하여 꽤 많은 경우에 굳이 웃음을 만들지 않아도 될 만큼 누군가를 대할 때 여유가 있어졌다. 그런 가짜웃음이 아예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빈도가 매우 적어졌다. 내가 그런 연습을 많이 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눈치가 빠른 걸까. 그런 가짜 웃음… 을 짓는 얼굴을 꽤 잘 캐치해내는 편이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실제로는 웃고 있지 않는 경우… 대면했을 때에도 그렇고, 누군가의 사진… 을 봤을 땐 더욱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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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웃으나 눈은 웃지 않는다. 

 

 많이 가까웠다고 말 할수 있는 사람의 결혼 사진을 봤을 때도 그랬다. 웃고 있는데 웃는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웃었다고 생각했을텐데 나만 그렇게 보는 걸 수도 있다. 내가 강박증 비슷하게 뜯어봐서 남들이랑 다르게 그렇게 보는 걸 수도. 그냥 그런…… 억지로 만들어진 티가 나는 얼굴을 보면 조금 불편하다. 꼭 결혼식 사진 뿐만 아니라 다른 사진들도. 물론 결혼식이나 웨딩사진 촬영 자체가 체력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들 사용하여 얼굴을 억지로 당겨 가며 거의 종일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몇몇 순간엔 정말 즐거운 순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사진은 ‘자~ 웃으세요~’ 하는 말과 함께 만들어진 웃음을 짓는것이 사진으로 남게 된다. 그런 만들어진 웃음은 보통 눈과 입이 따로 논다. 그런 웃음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직업 모델이나 평소에 연습이 없었다면 그런 주문이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을 짓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도 그런 사진을 보면.. ㅡ당연히 돌아이같은 나만의 생각이겠지만ㅡ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도 그렇게 억지 웃음을 짓는 일이 많겠구나… 그 모임이 마냥 좋지만은 않겠구나… 뭐 그런 정신나간 생각들이 든다. 당연히 어떤 관게에서든 간에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건데, 무슨 망상 환자마냥 그런것에 의미부여를 하고야 만다. 무의미할수도 있는 작은 균열을 크게 해석하는 그런 가벼운 망상증. 사진 뿐만아니라 누군가 쓰는 단어에서도 그러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이런 내가 정신나간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끔이라기에는 조금 자주… 그냥 누구 결혼 사진보다보니 생각나서 쓰는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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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짤과 공감가는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어릴땐 감정을 표현할때의 표정이 너무 어색하고 작위적인 것 같아서 내심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웨딩촬영하러 가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차를 걸래짝을 만들어 놓고 사진을 찍으니 표정연출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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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 그냥가도 힘든데…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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