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 몇달은 된 책인데. 반 이상 쓴 독후감을 방치하다가 인제서야 씀. 책 내용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나쁘지 않은 듯.
책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아 책의 이미지로 대체… 책에 발이 달렸나…
이미지를 추가하고 보니 출판사 이름이 반니네... 얼마전에 반니 앤 루이스 망했는데... 애용하던 서점은 아니지만 아쉽다.
도시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과학’이라기보다는 도시를 움직이게하는 모든 것…? 지금의 책 제목보다는 조금 다른… 조금 더 넓은 단위의 단어가 필요한것 같다. 영어제목은 Science of the city. the를 여기에 붙이는게 맞는건가....? 여튼, 그야말로 도시를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한 책. 빌딩, 전기, 상하수, 네트워크… 기존의 도시를 만들던 것들과 앞으로 이런 것들이 바뀌게 될 모습들도 소개한다. 아는 내용도 있고,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눈이 번쩍 뜨일 때도 있었지만, 책의 초반 빌딩과 전기를 무신경하게 읽어가던 중 3장 물에 대한 장이 눈에 매우 들어왔다.
3장의 제목은 '상하수, 물의 연금술' 이란 제목인데, 그야말로 물의 사용량에 대한 정신척인 충격의 연속이다. 면 셔츠 한장을 만드는데 2700리터의 물이 든다고 한다. 초콜릿 1키로를 만드는 데에는 18,000키로의 담수가, 참기름과 피마자유 같은 식용유는 1키로를 생산하는데 24,000키로가 들어간다고 한다. 책에서 주장하는 이런 추정치나 통계치는 논문이 아에서 인용한 출처가 있는게 아닌 이상 한번쯤은 의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으나, 정확하지 않더라도 글쓴이가 주장하는 양은 놀랍다. 뭐 하나를 하는데도 생각보다 아주… 아주 많은 물이 사용된다. 또한, 보고서에 따라 다르지만 생산되는 식품중 30~50%는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려진다고도 한다. 이런 작물들을 만드는데에도 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계산할 수 조차 없다.
여러모로 내게 충격을 준 3장은 이렇게 끝난다.
‘솔직히 이번 장이 우리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쓰레기를 내놓기만 하면 청소차자 와서 알아서 딴 곳으로 치워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본인을 행운아로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요점은 따로 있다. 그건 세상 어디에도 ‘딴 곳’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것은 돌고 돌게 되어있다. 상하수도 시스템과 쓰레기 처리시스템은 우리가 이 책에서 만나는 어떤 시스템들 보다 복잡한 주기를 가지며 매 단계에서 엄청난 엔지니어링과 설비를 요한다. 가까운 장래에 이 주기를 보다 건전하게 관리할 방법들을 도입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사실 그렇다. 나는 인구 천만에 육박하는 대도시에 살고있고, 광역권으로 따지면 경기도(1300만명)와 인천(3백만명)의 인구까지 생각하면 3천만명 가까운 사람이 사는 권역에 살고 있다. 그리 넓지도 않은 땅에. 나 하나가 소비하는 물과 내가 만드는 하수의 양은 단순히 생각해도 장난이 아니다. 하물며 여유있게 잡으면 3천만명, 적어도 2천5백만명이 사용하는 양은...? 내가 직접적으로 소비하는 물 외에 음식이나 옷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은? 그것들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상상하는것조차 어렵다. 책에서 하는 말대로 어디에도 딴 곳은 없다. 모든것은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혹은 내 가까운 지인들에게 다시 오게 되어있다. 굳이 물만이 아니라 내가 쓰는 전기같은 에너지도. 도시를 돌아가게 하는 것은 엔지니어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몫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나다.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아껴가며 잘 써야 겠다.
사실 많은 게이머는 이런 도시를 만드는것을 심시티나 시티즈 스카이라인 등으로 이미 체험해 봤다. 개인적으로는 둘 중에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재밌게 했다(요즘도 가끔 한다). 그러나 많은 고려 사항이 굉장히 간편하게, 간소화되어 제공되는 게임에서조차 모든 기능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수와 상수처리를 똑바로 못해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도 하고, 교통량 관리를 똑바로 못해 이곳 저곳이 정체되기 일쑤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게임에서는 교통량 관리를 핸들링 하는것이 가장 어려운데,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오늘 퇴근길에 차가 정말 무지하게 막혀서 한시간이 넘게 결렸다. 목이 많이 아파 병원가서 주사 맞으려 일찍 퇴근했으나 차가 너무 막혀 결국 진료 시간에 못 맞춰서 병원을 못 갔다. 책에서 소개한 미래 도시를 구성할 여러가지 소재들도 많이 기대가 된다. 지금부터 대략 30년 후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엔 도시를 이루는 과학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까. 내가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가 과반을 넘어가게 되면 교통 체증도 엄청 줄어든다고 하는데, 정말 많이 줄어들까 하는 기대도 된다. 살아서 그 꼴(?)을 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