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괴물. 그러나 다들 아는 영화. 매우 직관적인 제목이었던 봉준호의 괴물과는 다르게 이 드라마의 제목은 그리 직관적이지 않다. 보기 전에 볼까 말까 고민하며 넷플릭스에서 그냥 선택해 놓으면 나오는 화면을 보고 한번 봐볼까 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막상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아 안 보고 있다가 누가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꽤 재미있게 봤다. 추천해 준 분께 감사. 개인적으로는 꽤 많은 감점 요인이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꽤 재미있게 봤다.
처음에 넷플릭스에서 잠깐 나오는 영상을 봤을 땐 진구나 신하균 중 하나가 괴물인 줄 알았는데, 드라마에 괴물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중반에 이야기에서 이탈하여 괴물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사실 보이지 않는다. 사법제도에 관해서 까는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제도 자체가 괴물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고, 그냥 전체적인 사회의 욕망을 괴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제도 자체를 신하균이 부수려는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야기 전체에서 괴물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중간에 이탈한 사람 외에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 전체에서 악역인 사람들… 그 사람들은 너무나 일반적인 사람들… 그들이 한 행동이 이해가 되는 사람들. 되려 주연들 쪽에서 이해 안 되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차라리 그들이 괴물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악역들의 행동에는 개연성이 있고, 선역들의 정의에 대한 집착, 죄와 벌에 대한 집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목의 괴물은 아무래도 어떤 사람이 아니라 모두의 내부에 있는 이기적인 마음이나 욕망 등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도 괴물이 있다. 아마도 남들보다는 훨씬 클, 아주 크고 어두운 괴물이.
얼마 전에 읽은 ‘공허한 십자가’와 소재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 자체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피해자이고, 선역인데도 불구하고 응원만을 할 수는 없는 캐릭터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일그러진 사람이라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 괴물을 재미있게 본 분들, 특히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분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를 읽어보는 걸 추천.
감점 요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인기가 많아서 뒤쪽을 늘렸다 싶을 만큼 뒤쪽 진행이 루즈하게 느껴진다. 사실 진행이 루즈하다…고 싶을 만큼 이야기 자체의 진행이 느린 건 아닌데, 양파 같다고 해야 하나 흑막이 까도 까도 끝이 없다. 16부작인 드라마를 12부작으로 줄이거나, 아니면 초반의 큰 사건을 좀 더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배분을 조절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진구의 연기 자체보다는 반말과 존대를 오가며, 일관되게 싸가지없는 캐릭터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행보관에게 반말하는 신임 소위를 보는 느낌, 반말도 아니고 아예 하대하는… 그러나 뒤통수를 때려줄 중대장이 없다. 그런 캐릭터 하나 있었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그러나 앞에 말한 모든 단점을 씹어 먹을 만큼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 메인이 되는 사건을 불특정 다수의 욕망과 엮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그 엮음이 매우 흔한 이야기이고 개연성도 충분한, 흔한 이야기라 몰입이 쉽게 된다. 후반보다 중반까지가 개인적으로는 훨씬 재미있긴 했지만, 후반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봤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다 신하균의 연기는 뭐 말할 것도 없었고… 천호진 님의 연기도 아주 기가 막혔다. 또… 여배우들이 정말 예쁘다. 초반에 이탈한 배우 한 명도, 조금 답답한 캐릭터 한 명도. 오랜만에 뭐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 든 듯. 이야기 외적으로 가끔 깔리는 최백호 님의 목소리도 아주 듣기 좋았다. 뭔가 애달프고 구슬픈 목소리. 오랜만에 코노 가서 ‘낭만에 대하여’를 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