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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창백한 푸른 점(Plae blue dot) (1) 2021/08/08 AM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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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의 책. 굉장히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몇 년 된 듯)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사기는 왠지 아까워 망설이다가, 얼마 전 내 생일에 나에게 선물했다. 책의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었고 최신의 것도 아니었지만 책을 읽는 며칠 내내…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따뜻했다. 작가의 문체가 매우 따뜻하다. 옮긴이의 문체라고 해야 할 것도 같지만… 그러나 문체와는 상관없이 변역에선 문제라고 할만한 것들이 있었다.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단어의 번역 미스가 두 개 있었고 그 외에도 번역이 문제가 되는 곳도 몇 군데 있었다. 고리를 ‘환’이라고 번역하지 않나 블랙홀을 그냥 단어 그대로 ‘검은 구멍’이라고 번역하질 않나… 물론 엄밀히 말하면 둘 다 틀린 표현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쓰기로 약속된 단어가 있는데 굳이 저런 단어들을 써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검은 구멍은 정말 음… 내가 초딩떄 읽은 책에서도 블랙홀은 블랙홀이라고 표현했었는데 물론 번역도 96년에 했겠지만 번역하신 분이 전혀 과학적 소양이 없던 분이거나 어떤… 선민의식 비슷한 것이 있는 걸로 보인다. 내가 초딩떄 보던 책에도, 어른 돼서 본 책도, 어떤 자료에서도 고리를 환으로 표현한 것은 없었고 블랙홀을 검은 구멍으로 표현한 것도 없었다. 책에서 빅뱅이론에 대한 것은 보지 못했는데 빅뱅이론에 관해 만약 나왔다면 대폭발 이론이라고 번역된 걸 볼 뻔했다. 

 

 

 창백한 푸른 점이란 1990년에 외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찍은 사진 속 지구의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 이 책의 저자 칼 세이건이 처음 제안했으나 카메라가 태양빛에 손상될 수 있다는 등의 반대에 부딪혔었는데 그가 강하게 밀어붙여 그 사진을 찍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우주 속의 작은 인류의 위치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제안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 사진을 보면 지구가, 인류가,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절로 느끼게 된다…고 하지만 아마도 나를 비롯한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가진 분들에겐 별 의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다. 우주가, 세계가 아무리 넓든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고, 내 세계의 중심은 나라는 자기중심적 우주관. 이건 이기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이야기다. 여튼 책에서 지구는, 인간은 이런 작은 존재라는 것에 대한 언급은 아주 짧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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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창백한 푸른 점이다. 이 사진에 보면 지구 위로 하일라이트 된 듯한 효과가 있는데, 이것은 후편집이나 의도하고 찍은 것이 아닌 우연의 일치라고 함. 


 책은 우주에서 지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부터 시작해서 인류가 현재 성취한 것, 인류의 위기, 앞으로 나아갈 길 등을 꽤 많은 페이지에 걸쳐, 많은 텍스트로 설명하는데 책 자체가 거의 30년 전에 쓰인 책이다 보니 당연하게도 어떤 최신의 자료를 기대할 순 없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도 거의 몇 번씩은 봤던 사진일뿐더러 초딩때 읽던 우주 관련한 학습만화에서 보던 사진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책 중반부의 우리 이웃 행성들을 탐사한 사진들, 분석한 결과에 대한 내용들을 볼 때엔 많이 지루하기도 했다. 많은 부분 이미 아는 내용이고 많이 보던 사진들이니까. 

 

 

 그러나 책의 도입 부분과 끝부분에서는 과학적 사실이 아닌 작가의 철학과 인간, 과학에 대한 애정이 정말 듬뿍 묻어 나온다. 책에 있는 지식은 이미 30년 가까이 된 낡은 지식이지만 그의 철학, 지혜는 낡은 것이 아니다. 자기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과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작가가 평생 몸을 던져온 분야에 대한 자신감, 만족감, 애정이 정말 말 그대로 듬뿍 느껴져서 읽는 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글 자체에서 오는 그런 따뜻한 느낌을 책 읽는 내내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드물게 느끼게 된 이런 느낌. 그러나 이 느낌이 칼 세이건의 따뜻함인지, 옮긴이의 따뜻함인지 알 수 없다. 영어 원문을 읽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워지는 것은 참 오랜만이다. 페이지도, 글자도 많아 힘들긴 했으나 참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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