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5년 이상만에 처음인것 같다. 온전한 혼자만의 주말.... 중에 하루.
리디셀렉트로 읽음.
작가가 책을 처음 쓸 때엔 분명히 이런 제목이 아니었을거다. 현대 문명을 이루는 많은 것들, 이런 문명을 만드는데 기여한 물질이나 발견, 발명들을 주욱 써 내려가다 보니 작가든, 편집자든 누군가는 알아챘을거다. 어떤 스토리 없이 이렇게 설명만을 늘어놓아 지루하게 책을 만들면 아무도 안 보겠구나. 책을 끝까지 읽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겠구나.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어떤 설정을 추가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해야겠다. 하는 생각의 끝에서 논의의 논의를 거치다 이런 형태의 책이 되었을 거라 확신한다. 책의 주 내용이 아닌 시간 여행에 관한 내용들은 굉장히 덧붙여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덧씌워진 느낌과는 상관없이, 상상력과 이야기가 흥미롭긴 하다. 오작동을 왕왕 일으키는 타임머신이라니… 원하는 시간대로 가는 보증 없는 타임머신. 쫄린다.
책의 전제에, 타임머신 관련한 내용에서 평행우주에 대한 내용을 일단 이야기의 배경에 깔고 시작한다. 타임머신을 사용하여 과거로 되돌아가서 만나게 생기는 모든 일들은 평행우주에서 생기는 일이라는 것. 타임리프 하기 전의 시간대로 돌아가면 그 평행우주에서 생긴 모든 일은 없어진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닥에 깔고 시작하게 되는데, 이 책은 혹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타임리프 한 시간대에서 눌러앉고 싶을 경우에 편리하게 문명을 만들어 그 세계의 신으로 추앙받기 위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수하다…고 말하기엔 어렵지만 수는 없지만 굉장히 창의적이고 무엇보다 굉장히 편리하기 짝이 없는 설정을 추가하여 시간여행물의 단골 소재인 타임 패러독스를 해결했다. 그러나 타임머신이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주변에 문명을 만들만한 상황에 있을 가능성 자체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한 시기는 지금에서 대략 7~8만 년 전. 그 기간은 우주의 역사, 대략… 147억 년에 비교해 보면 아주 찰나이기 때문에, 타임머신이 오작동을 일으켰을 경우, 목적지인 시간대의 근처는커녕 호모사피엔스가 있는 시간대에 떨어지는 것 자체가 일단 굉장한 행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호모사피엔스는 고사하고 비슷한 영장류라도 있으면 다행.
그러나 이런 흥미로운 설정이 무색하게 책의 내용의 많은 부분은 좋게 말해도 따분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야기마다의 난이도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각각의 항목마다 난이도 차이는 당연히 발생하겠지만 농사짓는 법에서부터 반도체 만드는 법까지 설명하니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난이도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기술서가 아니라 수박 겉핥는 수준의 개념서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냥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는 수준으로 듣기에도 어려운 것은 너무 어렵고, 쉬운 부분은 그냥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라 쉽게 지루해진다. 특히 책의 초반 부분이 많이 지루한데… 전자책으로 만들기엔 적절한 페이지 구성도 아니라서 읽는데 어려움이 꽤 많았다.
꽤 칭찬할만한 부분도 있는데, 지식에 관련한 부분에서, 이 책은 지적인 호기심을 꽤 많이 채워준다. 특히 굉장히 오랜 시간 인류 최악의 난제라고 평가받는 문제인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반론의 여지없는 정확한 답을 제시해 준다. 생물의 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예전에 답을 알고 있었겠지만, 이 책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그 문제 정확히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답을 해 준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주로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꽤 많은 부분 답을 주는 책으로,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초기 타임머신 여행자들이 반드시 지참하여 가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시 기원전 4천 년에서 1950년 사이의 시간대에 떨어진다면 이 책이 특히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누군가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고 물을 때 훌륭하게 답을 해 줄 수도 있을 테니(비꼬는 것처럼 들릴 수 있어서 첨언하는데… 비꼬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함).
나는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혹시 읽으실 분들은 책에 그림도 많고 페이지 구성 또한 전자책에 적합하다고 하기는 어려우니 종이책으로 읽으시길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