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설. 커리어를 막 시작하는 정신과 의사가 화자인 소설로 직업적인 사명감을 발휘해 굉장히 위험한 환자에게 접근하고, 그 환자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소설이다. 문체도 올드하고, 번역도 트집잡을 부분이 있었으나 결말과 반전에 비하면 그 어떤 단점도 의미있지 않다. 정말 형편없는 반전, 결말. 그러나, 실망스러운 반전을 곁들인 결말을 알고서도 책의 나머지 부분마저 손을 떼지 못하고 읽었다.
이보다 더 많은 기대를 할수 있을까 싶을만큼 한껏 기대를 높여 놓고 책이 시작된다. 입원한지 6살에 발병하여 입원한지 30년된 정신병 환자. 게다가 치료를 시도한 의사, 방을 같이 쓴 다른 환자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환자. 이보다 더 흥미로운 소재가 있을 수 없다. 대체 어떤 환자길래 접근한 사람들을 하나씩 자살하게 만드는걸까. 어떻게 묘사될까? 그게 가능은 할까?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런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상황이 정도로 흥미롭고 기대감을 높여놓다보니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책의 남은 부분은 조금씩 얇아지고 이제는 읽은 부분보다 남은 부분이 적어지는데도 만족할만한 진실에 다가간다는 느낌보다는 되려 점점 더 깊은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결국 이야기는 파국을 향해 치달아 간다. 이 책을 읽은 그 누구도 결말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없을거라 확신한다. 나는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결말이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있는 것이길 바랬지 이런 식으로 논리에서 크게 벗어난 결말을 바라지 않았다. 작가외에는 아무도 만족하지 못할 너무나 편리하고 비겁한 결말.
그러나 또 다른 확실한 것은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한번도 책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는거다. 자고 일어나서 새벽에도 딴짓하지않고 바로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결말 덕에 이야기 전체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동안엔 매우 흥미로웠다.
굉장히 많은 사람이 본 책인데, 완성도에 비해 굉장히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듯 하나 세상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완성도 면에서 바로 전에 본 책 합리적의심과 그리 다르지 않은 책으로 느껴지는데 책을 접한 사람의 수는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마케팅의 힘인 걸까. 어떤 행운 덕분힐까.
언젠가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와 주길.
그렇다고 같은 마케팅을 한다고 모든 책들이 사람들에게 선택 받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또 그게 행운인 건 아니고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완성도와 관계없이
그 책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