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라고 제목이 달려 있지만 최근의 발음 트렌드로 보면 컨택트라고 쓰는게 맞지 않을까... 책이 오래 되다보니 별게 다 애매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의 많은 것이 달라지지만 책이 가진 감정을 불러오는 힘은 낡지 않고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훌륭하다. 이 책의 존재 자체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읽어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었는데 유튜브 채널 ‘북툰’에서 이 책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소개했었다. 그것을 아들과 같이 봤다. 아들이 내가 책을 보는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같이 보는 유튜브 채널들, 리뷰엉이라던가 북툰이라던가에서 소개된 책들을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반쯤은 떠밀리듯이 이 책을 읽게 됐다. 나온지 20년이 훌쩍 넘은 이 책을.
구하는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 서점에는 전부 품절이었고, 요즘 주말마다 차 충전할 겸 아들과 들르는 대형 쇼핑몰에 있는 서점에도 책이 없었다. 옛날처럼 중고서점을 돌아다니며 책을 구하기도 어렵고… 서점의 점원분은 책을 구할수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하신다. 거의 일주일쯤 포기하고 기다렸을까. 반갑게도 책을 구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미 아주 오래 전 영상화까지 된 책으로. 영화도 꽤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지만... 이 책은 갑자기 수신된 외계 문명의 신호에 대한 이야기로, SF소설이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냥 넘겨버리는 SF소설답지 않은 과학적 비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크게 거슬리지 않고 술술 읽힌다. 다만 이야기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사건이 지나고 책의 결말부분에서 이 전과는 이야기의 분위기가 확 바뀌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뒷부분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게 어땠을까한다. 기분좋게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영화 돈룩업 처럼 이야기의 톤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데, 책의 앞 부분에서 느껴졌던 만족스러움이 뒤쪽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뒤쪽은 그냥 억지로 본 느낌. 아니 이게 이렇게 된다고??? 하면서. 내가 앞의 복선이나 이야기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 뜬금없는 반전까지도… 전부 만족스럽지 않았다.
책의 초반~ 중반부를 읽는 내내 유튜브 채널 북툰을 구독하게 된 영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어떤한 공통점도, 점접도 없는 문명끼리의 의사소통방법에 대한 이야기었는데,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려진 골든디스크를 외계문명이 발견했을떄의 이야기에 대한 영상이었다. 굉장히 흥미로우니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보는 것도 좋겠다. 과학에 관심 없어도 한번 본다면 없던 관심도 생길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었고, 흥미있는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씩 보셔도 좋을 듯.
이야기의 초반 지루하다고도 할수 있을만큼 특별하지 않던 이야기가 계속되다가 외계에서 갑자기 수신된 어떤 전파에서부터 이야기가 급격하게 진행되는데, 그 중간 부분을 읽는 내내 칼 세이건의 인간에 대한 어떠한 애정같은것을 느낄수 있었다. 코스모스를 읽을 때, 창백한 푸른 점을 읽을 때도 느꼈던 그런 따뜻함. 글을 읽을 불특정 다수에 대한 애정같은것이 느껴졌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의 글을 적지않게 읽어본 편이지만, 작가의 생각이 아니라 문체 그 자체를 닮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한국작가도 아닌 외국작가의 문체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는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면) 읽는 내내 굉장히 힐링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보다 문체에서 오는 이런 생소한 만족감과 기분좋은 고양감. 책을 읽는 모두가 나 같은 경험을 할 것은 아니겠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 한 분들은 경험해보는것이 좋을 듯 하다. 내가 유별나서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