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은 창식이… 테드 창의 소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나는 유명한 작가들의 책은 단편집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책을 미리 찾아보지 않고 서점에서 바로 집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단편집이라는 것도 확인 안 하고 그냥 집어왔다. 짧은 글이 더 쓰기 어렵듯(그래서 내가 글을 길게 쓰나 보다) 단편집에서 작가들의 역량이 더 잘 발휘되는 듯 하다. 여튼 이 책도 책을 펴고 목차를 보고 나서야 단편집인 걸 알았다. 테드 창이라는 작가는 워낙 유명해 알게 된지 오래 되었고, 숨 이라는 책도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꽤 오래 되었는데 집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차 충전을 위해 들른 서점에서 주차비 해결을 위해 뭘 사지 고민하다가 쫓기듯이 들고 나왔다. 주차비 너무 아깝자넝…
SF 소설 단편집으로 짧은 이야기는 단 몇 페이지, 상대적으로 긴 이야기는 15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긴 이야기는 그것만으로 얇은 책 한 권이 나올 만큼 꽤 길다. 번역 상태도 한 군데를 제외하곤 깔끔하다. 소설을 그리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마이너한 장르인 SF 소설은 더더욱 거의 읽지 않았는데 그것이 후회될 만큼 훌륭한 시간이었다. 진작 읽을걸.
책은 읽는 내내 완전 감탄. 필력이 특별히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책에 편집 오류인지 한 장 내내 존대로 써졌어야 할 내용이 반말로 갑자기 바뀌어 써져있어 의아한 부분도 있었으나 이런 사소한 문제들은 책이 전달하는 어떤 감정들-나의 경우에는 경외감에 가까운 감탄-을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작가의 상상력은 실로 놀랍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지? 정말 신기한 생각들을 해내면서도 핍진성을 전혀 해치지 않는 것이 정말 놀랍다. 거의 10년 전쯤 마블 만화책들을 사 모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경외심에 가까운 감탄.
(핍진성 : 작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작품의 세계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나타내는 것. 개연성과 비슷하지만 다름.
자세한 설명 :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1631229 )
일련의 위와 같은 사건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SF 단편 모음집 <에스에프널>도 한번 찾아 보심이 대단한 작품들 많더라고요. 물론 테드 창 작품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