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책을 처음 봤을 때, 강렬한 제목에 굉장히 꽂혀서 당장 봐야겠다 하고 집어 들었다가 밀리에 혹시 있나 싶어 찾아봤는데 있었다. 바뀌고 있는 시대에 대한 고찰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겠구나 했으나 결과적으로 책은 영… 별로였다.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구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 바뀌고 있는 시대에 대한 고찰이나 통찰은 전혀 없고 그냥 너희들은 잘못됐다 정도의 톤을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면서 끝난다. 의문 제기는 매우 좋았으나 원인 해석과 답변의 수준은 영 떨어지는, 이 책을 쓴 사람은 정말 진성 꼰대겠구나 하는 생각만 남았다. 내가 밑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빨리 감기보다는 리뷰어에 대한 이야기들. 책에서도 리뷰어에 대한 이야기는 짧게 언급된다. 나는 빨리감기에 대해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리뷰는 생각이 다르지만…
사실 영화나 드라마같은 영상 매체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대략 이십여 년쯤 전에 게임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요즘은 책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영화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유튜브에 가서 책 제목만 검색해도 책 내용에 대해 리뷰를 해 주는 채널들이 널려있다. 게임도 마찬가지, 스토리 중심의 게임들, 대략 십여 년쯤 전부터 게임들도 하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뀔 만큼 비주얼이 화려해졌는데, 게임도 직접 하는 대신에 그냥 스트리머가 하는 것, 혹은 리뷰어가 게임 화면을 짜깁기 하는 것으로 직접 하는 경험을 대신하곤 한다. 이런 콘텐츠들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콘텐츠들이 직접 경험하는 콘텐츠로 갈 비용들을 결과적으로 줄이면서 콘텐츠 시장으로 갈 비용들을 줄인다고도 생각한다. 밑에서 다시 한번 언급하겠지만 그 비율이 얼마나 되건 간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아주 가~~~끔 목소리가 괜찮다는 소리를 듣는데,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런 영상들을 나도 직접 만들어 볼까 생각을 했었으나… 저작권 관련한 이슈도 있을 것이고, 생업과 지금 하고 있는 것들로도 이미 충분히 바쁜 삶을 보내고 있어 해본 적은 없다. 영상화된 콘텐츠들보다는, 읽은 책들로 (그것도 책들의 내용보다는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상들을 위주로 진행하게 되겠지만) 언젠가는 저런 걸 해볼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는 아닐 듯하다.
해볼까 잠깐 생각들은 해봤었지만 사실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해 주는 채널들은 굉장히 안 좋게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것 두 개는 저작권 문제, 또 하나는 감독이 아닌 그 리뷰어의 눈으로 작품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리뷰를 세심하고 꼼꼼하게 잘 해놓았다고 해도 그건 내 기준에서 그것을 본 것이 아니다. 그것을 리뷰한 리뷰를 본 것이지. 왜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감독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유튜버가 한번 짜깁기한 것을 봐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지만, 그런 채널들을 아직도 많고 없어질 것 같지도 않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나는 이것이 반지성 주의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고 본다. 시간이나 수고는 들이기 싫고, 아는 척은 하고 싶은 무언가와도.
지금의 세상은 너무 놀 것이 많다. 지금까지 이런 역사는 단언컨대 없었다고 할 정도로 놀 것이 지천에 널려있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영화와 드라마만 봐도 아마 평생 동안 다 못 볼 것이고, 넷플릭스 같은 OTT들의 종류도 이미 많다. 넷플릭스를 결제할 정도도 돈을 쓰기 싫은 사람들이라면 계정 공유를 받아 보거나 그마저도 싫거나 친구가 없다면 누누티비에가서도 보고 싶은걸 마음껏 볼 수 있다. 초반에 잠깐 게임 얘기를 했었는데, 게임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와레즈라는 사이트가 난립하며 패키지 시장 자체가 그야말로 멸절하는 수준의 풍파를 겪었다. 여러 개의 게임이 발매되면 어떤 걸 살까 기대하고 기다리는 대신 와레즈에 접속해서 편리하게 무료로(당연히 불법) 다운로드해 대충 해보고 마는 그런 현상이 대략 이십 년~이십오 년 전쯤에 시작됐는데 그 시기 와레즈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즐길 게임이 많아져 즐겁기보다는 되려 게임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할게 많아져서 되려 하나를 진득하게 즐기지 못하는 상황. 책의 내용은 이런 현상과도 어느 정도 일맥 상통한다고 본다. 물리적인 시간은 부족하고, 볼 것, 남들과 대화하기 위해 봐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옛날엔 티비에서 하는 드라마 한두 개만 봐도 주변의 대화에 끼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개인들의 취향이 너무나 파편화되어 있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대화에 끼려면 너무 많은 것들을 봐야 한다. 나는 원래 드라마 시리즈는 일 년에 한두 개 볼 까말까여서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긴 하나, 이런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동시에 몇 개씩을 봐야 하기도 한다. 그럴 만큼 시간이 많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각 회사들의 정책 또한 굉장히 이런 피로감을 늘리게 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디즈니는 일 년에 서너 편씩 나오는 영화를 따라가기도 버거워서 중도에 이탈한 사람들이 있는 판에, 영화를 온전히 즐기려면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제공되는 드라마들을(영화보다 플레이 타임도 훨씬 길다) 다 봐야 하기도 한다. 드라마들의 완성도는 굉장히 훌륭했다고 하나, 그 완성도와 상관없이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피로감이 매우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책에는 이런 개인적인 생각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까기 바쁘다. 나는 별로 큰 문제 같지 않다. 나도 가끔 이용한다. 드라마에서 상영시간을 맞추기 위한 감정 공백들, 장면 전환을 하면서 굳이 내용과 상관없는 대사와 등장인물들이 없는 장면들은 빨리 보기로 넘기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겠으나 콘텐츠 제작자들도 모든 시간 1초 1초가 꽉 찬 콘텐츠들을 만들지는 않는다. PPL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이야기 자체와 상관없는 장면들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 장면들을 빨리 감기로 장면을 넘기면서 보는 게 무슨 문제라는 말인가. 내가 자주 보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장면들을 표시해 주기도 한다.
읽는 내내 작가의 아집과 고집, 꼰대스러움이 너무나 잘 읽히는 책이었다. 무가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런 책들은 또 이런 책들 대로 존재 의의가 있다. 나는 이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의 표본으로 삼을 만하다. 일본인 작가의 책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책이었다. 앞으로 일본 책들을 집을 땐, 종이책으로 살 땐 특히 더 조심할 듯하다.
뭔가 제가 기대했던 내용이랑은 다르게 진행 되더라구요. 뭔가 다양한 의견을 내기는 하는데 결국은 단하나 시간이 모잘라 빨리 돌려보기를 할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이유는 없다는거.. 저도 시간 절약 때문에 빨리 돌려보거나 불필요한 장면은 건너뛰기를 하니까.. 그걸 작가는 이해 못하는듯한 느낌이 상당히 강했던..
아집과 고집, 꼰대스럽다는 말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