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에 자주 출연하여 낯이 익은 김시덕 님의 책. 삼프로에서 나온 책들은 보통 옜다 구독료 하며 별 생각없이 구매하는 편이지만, 구매한 권수에 비해 만족스럽게 읽은 책은 별로 없는데 이 책은 정말 즐겁게,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안 됐다. 물려받은 것 없이 자산이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에서, 순 자산보다 많은 빚을 내서 뭔가를 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긴 전체 상환기간에 걸쳐 별 다른 문제 없이 상환을 장담할 수 없는 빚을 진다는 것 자체가 내 스타일이랑은 안 맞는다. 달에 이백만원씩 삽십 년을 갚아야 한다고? 삽십 년 후면 나는 71이다. 어.. 석열이 형이 곧 39살로 만들어주니까. 그 기준으로는 아직 69살... 야한데...? 그때도 서겠지...? 여튼, 전 세계에 유일하게 한국에 또 전세라는 얼마나 좋은 제도가 있는가. 전세만으로 살기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올 하반기에는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금도 '전세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미련하게도 나에게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었다. 사는 곳이면서 사는 것이기도 한 사람들은 지금까지는 자산을 잘 증식해 왔으나 집은 오직 사는 곳이었던 나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집을 살 수 있던 시점에 집을 사지 않는 선택을 했던 아쉬움은 대략 이 년쯤 전에 쓴 글에 자세하게 남겨뒀으니 그 후회를 다시 곱씹을 필요는 없겠다. 후회는 글에 모두 묻어두고 다시 꺼내지 않으리. 자산 증식의 목적보다는 주거 안정화의 목적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집을 사서 적어도 애가 대학교에 갈 때까지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인구 자체가 줄어들 앞으로 우리 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금리 사이클에 따른 집값 인상 인하의 효과를 앞으로는 보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꼭 집을 사야 하나? 전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 더 비중 있게 하게 된다. 전세 만기에 따라 집을 보러 다닐 시점까지는 앞으로 4~5개월 정도는 남아 있으므로, 천천히 생각하고 선택하면 되겠다. 집을 살지, 안 살지.
그러나 내가 집을 살지 안 살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어디서 든 간에, 어떤 계약 형식을 가지든 간에 숨이 붙어있는 동안에는 어딘가에서 살긴 살아야 한다. 전세든 월세든 자가든 아니면 사글세든 간에 어디에선가는 살아야 한다. 어디서 살아야 할까, 어떤 조건의 집에서 살아야 할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두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집으로 인한 자산 증식보다는 삶의 편리함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이럴 경우 어디에서 살 것인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출퇴근이 먼저. 다른 건 나중에. 이 책은 이런 기준에 대한 인사이트나 생각의 전환을 제공하는 책은 아니지만 정책이나 부동산 발전의 방향 등을 훑어보는 책으로 충분히 훌륭했다.
이런 책들은 작가가 가르치는 어투로 쓰이기 쉬운데, 문체도 읽기 편했고 왠지 겸손해 보이는 투로 쓰여 있어서 읽기 좋았다. 부동산에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읽기 특히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충분히 즐겁게 유익하게 읽었다. 이 분이 또 다른 책을 쓰시면 챙겨 읽을 듯.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