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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대가리 속의 꽃밭과 선명하게 보이는 디스토피아 (0) 2026/03/18 AM 07:20

 회사에 몇 안되는 ‘어른’ 한 분이 나가셨다. 정확히는 나가게 되신것에 가깝겠다. 자의로 나가신 건 아니었다. 계약직 임원으로 들어오셔서 일년 조금 넘게 계셨는데, 회사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부서 저부서 맡으시다가, 결국 자리를 못 잡으시고 나가시게 되셨다. 나를 알아봐주시고 인정해주시는 분이었는데 (내 윗 분들은 보통 그렇긴 하시지만)결국 이렇게 되었다. 아쉽다. 오늘은 이 일에 대해서 예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 느껴져서, 그것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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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이 짐을 싸서 나가실 떄에도 나는 꽤 긴 업무통화를 하는 중이었는데, 자리로 오셔서 인사할때도 눈인사만 하다가 결국 고객사와의 통화도 결국 중간에 끊고 회사 밖에서 배웅을 해 드리고, 계단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올리오는 길에 든 생각은 아쉬움이 당연히 컸지만, 이런 경쟁 사회에서 누군가 밀려나고, 대체되는 것 보다는 솔직히 말해서, AI가 인간을 대체해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겉으로 보기와 달리 마음속은 매우 시니컬한 사람이지만, 이것은 시니컬한 생각이라기보다는 되려 대가리 꽃밭인 상상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런 생존 경쟁에서 벗어나면 어떨가 하는 생각. 말 그대로 위아더 월드 같은 세상.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필요에 의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런 시기가 온다면 사람이 사람을 밀어내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일은 그저 자아실현이나 소일거리정도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사람들이 자리를 못 잡고 나가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그런 세상에서도 결국 인간은 다른 이유로 병들겠지만. 


 요즘 취미로 바이브코딩을 하고있는데, 그 전에도 업무에 AI를 잘 활용하는 편이었지만, 일반적인 챗봇 형태의 LLM만 사용하다가 이쪽으로 활용해보니 특이점이 정말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일하지는 않아도 되는 시기. 아마도 그 시기는 도입기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더라도 유토피아일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 디스토피아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다. 


 AI가 실제로 인간을 대체하고 나면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기본소득이 생기더라도 그걸로 풍족한 삶을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아직도 개천에서 용 날수 있는 시기이지만, 앞으로 몇년만 지나더라도 그런 것은 완벽히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계층이동이라는 말은 가상현실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의식주가 아닌 주거문제는 어떻게 해결 될 것인지도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확실한건 그 시기가 오면 인간이 직주근접이라는 이유로 서울등의 대도시에 살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지금 인간이 가진 자산의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을 해봐도 알 수가 없다. 분명히 머지 않은 미래인데, 불과 5년 1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는것조차 쉽지않다. 


 어쨌든간에 어떤 세상이 오든간에 내가 평균에서 크게 미달하는 삶을 살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씁쓸함을 느끼며 사람이 경쟁에서 해방되길 바라면서, 그 해방이 결국 다른 형태의 불평등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씁쓸하다. 뭐 하나 깔끔하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 뵙고도 싶지만 지금 당장 직장을 잃은 가장의 어꺠가 얼마나 쳐져있을지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분이 회사에서 나가시며 직원 몇 명의 조촐한 배웅을 받는 순간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 건 그 분이 아니라 그 자리를 대체할 무언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사람이 밀려나는 세상보다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덜 잔인할 거라고… 잠깐이나마 상상한 나 자신이 조금 이상하게도 느껴진다. 지금 이 세상과 그 세상 사이에는 몇십억개의 실직이 있을 것이고, 나조차도 결국 그것을 오늘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내가 필요없어진 세상을. 내가 필요없어진 세상이 나에게도 꽃밭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가 쓸모없어진 그 세상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의 쓸모를 찾으려 애 쓸 것은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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