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합작음모'…황당한 구제역 괴담 확산
연합뉴스 | 2011/01/11 08:39
(최종수정 2011/01/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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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 대학생들 구제역 백신접종 자원봉사 (여주=연합뉴스)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29일 오전 건국대 수의과대 대학생들이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금곡리 한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백신 접종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건국대 수의학 전공 대학생 32명은 여주군에서 27명이, 양평군에서 5명이 백신 접종과 방역 소독, 매몰 작업 등을 위해 장기간 자원봉사할 계획이다. 2010.12.29 << 여주군 제공 >>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美쇠고기 수입의도" "소·돼지 원혼의 저주"
"엄동설한에 사투 벌이는데…" 방역당국 허탈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으려고 100만 마리 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했음에도 병마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사이버 공간에 황당한 괴담과 음모론이 급속히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말 발생한 구제역이 한달 보름이 넘도록 기승을 부리자 일부 누리꾼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늘리려고 허술하게 방역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해 한파 속에 구제역 박멸에 악전고투하는 방역 당국의 힘을 빼고 있다.
11일 연합뉴스가 각종 포털사이트 등 사이버공간을 둘러본 결과 '라****'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아마 의도적으로 방역을 허술하게 하고 병을 퍼뜨려 소와 돼지들을 많이 죽일 생각인가보다. 특히 쇠고기 공급부족은 미국 소로 메우려는 게 아닐지…"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구제역이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과 한미 양국이 FTA(자유무역협정)를 타결한 시점이 겹친다는 점에서 누리꾼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방역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괴소문을 그럴듯하다며 받아들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얼마 전 한미 FTA 완전타결 소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게 쇠고기 얘기는 없었습니다. 정말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시의적절하게 구제역이 터지고…"라며 구제역 창궐의 배경에 한미 FTA가 있다는 비약된 논리를 펼쳤다.
구제역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음을 들어 누군가 일부러 구제역을 옮기고 있다는 음모론도 대두하고 있다.
음모론은 미국 축산업계가 비행기를 동원해 한국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살포했다는 괴소문에서부터 이미 구제역 피해를 본 일본의 분풀이설, 남파 간첩의 화생방 공격설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쇠고기 수출을 늘리려는 미국 축산업계의 사주를 받은 북한이 전국의 간첩망을 동원해 구제역을 전파하고 있다는 '북미 합작 음모설'을 제기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밖에 살처분된 소와 돼지의 원혼이 저주를 내려 구제역이 잡히지 않는다는 괴담과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오염돼 구제역이 창궐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구제역' 고심하는 유정복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전체회의에 출석, 심각한 표정으로 구제역 대책을 묻는 의원질의에 듣고 있다. 2011.1.7 kimb01@yna.co.kr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을 두고 현실 정치에서 논쟁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이 "민주당이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하니 구제역을 옮기고 다니지 않을까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자,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위해 방역 작업을 대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방역 당국은 이 같은 괴담과 음모론까지 돌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허탈해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구제역을 막고자 엄동설한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가 나돌아 어처구니없다"며 "구제역을 하루빨리 뿌리 뽑는 것만이 유언비어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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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똥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