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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빈곤층 천만명 시대의 개막, 일을 해도 더더욱 나락으로 떨어진다. (2) 2012/08/21 PM 02:21

1997년 말 외환위기는 대량 실업과 대량 빈곤을 야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빈곤의 재발견'이라는 상황을 초래했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이 급증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빈곤 계층이 크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빈곤계층 1000만 명' 주장까지 제기됐고, 2005년 8월에는 우리나라의 빈곤층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700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와 충격을 던져 줬다. 즉 전체 인구의 15%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노동은 보통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21세기 빈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실업과 저임금이 아니라 '노동의 비정규성' . 즉 고용 불안에서 발전한다. 외환위기 이후 대량 실업 사태에 직면했으나 이후 실업률이 다시 낮아지면서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 율은 떨어지지 않고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실업률이 감소하고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데도 오히려 빈곤인구가 증가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원인은 고용의 질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의 빈곤 현상은 신 빈곤으로 불린다. 열심히 일을 하는 데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빈민의 등장, 경제상장이 빈곤층 감소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 신빈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한국사회의 빈곤은 개발도상국을 넘어 이미 서구화된 지 오래다. 빈곤이 서구화된 형태로 재출현 한 것이다.
달동내와 빈곤의 거리는 사라졌지만, 뿔뿔이 흩어진 빈곤층이 사회 밑바닥에 일정한 층으로 굳어 은폐된 채 퇴적됐다.
열심히 일하면 빈곤에 떨어지지 않고, 또 일하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이 깨진 것이다. 일해서 돈을 벌긴 버는데 자꾸만 빈곤층에 가까워진다. 왜 그럴까? 가구주가 임금노동을 통해, 아내를 돈벌이에 내몰지 않고 자녀들을 교육시킬 만큼의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근로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층 내부의 새로운 집단으로 출현한 것이다.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
빈곤 문제는 매우 정치적이다. 빈곤층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아직 배가 덜 고픈, 근로 의욕을 잃은 자들'이므로 도와줄 가치가 없다는 식이며, 따라서 복지 혜택을 늘리면 '복지병'과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이정우는 1990년대 초에 "우리나라 빈민촌은 구미의 소위 슬럼과 달리 그 역사가 짧고, 내부 이동이 활발하며, 좀 더 잘 살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며, 자식들만은 제대로 교육시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애쓰는, 성실한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다. 거기에는 물론 비관, 실의, 좌절이 있으나 서구의 슬럼과 같은 나태, 자포자기, 도박,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범죄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조사에 의하면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빈민들의 직업은 단순 노무직이 가장 많고, 고용상의 지위가 임시고, 일고로 되어 있어 불규칙적이고 불안정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 외에 행상, 노점, 외판원, 구멍가게, 잡역부등 소위 도시비공식 부문이라고 불리는 곳이 이들의 주요한 소득 원천이다. 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높은 소득이라기보다는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이다."
이러한 빈곤은 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제도와 권력 때문에 발생한다. 빈곤층은 이러한 제도를 고칠 정치적, 문화적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빈곤층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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