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해외로 단신 부임하신 아버지를 만나러 가셨을 때였다.
나는 여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일본에 남았다.
친가와 외가 모두 조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나는 만난 적 없는 친척 집에 일주일 간 맡겨지게 되었다.
친척이라고는 해도 그닥 가까운 촌수의 사람들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가족은 할머니(90세), 아버지(55세), 어머니(49세), 딸(22세), 아들(18세)라는 구성이었다.
연령은 아마 확실하진 않지만 저 정도였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끌려 가서 나는 집에서 200km는 떨어진 곳에 있는 깡촌에 맡겨졌다.
그 집은 1994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목욕할 때 땔나무를 써서 물을 데우고, 화장실도 푸세식이어서 정말 시골 같았다.
다행히 친척 가족들은 처음 만난 나에게 마치 가족처럼 대단히 상냥하게 대해 주었다.
이틀째 되던 날이었던가, 누나와 형에게 끌려서 나는 폐선이 된 선로가 있는 터널을 탐험하러 가게 되었다.
터널 안은 깜깜한데다 반대편의 빛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길었다.
20분 정도 걸어서 터널을 빠져나간다.
그 동안 누나와 형은 어째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괜히 나는 무서워졌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터널을 우회해서 집에 돌아왔다.
그 날 밤부터 왠지 모르게 가족들은 대단히 서먹서먹해졌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는것일까?]
어린 마음에 나는 대단히 불안했다.
그 날 밤은 대단히 더운데다 벌레도 많아서 도췌 잠에 들 수 없었다.
조금 바람이라도 쐴 생각으로 밖에 나가기 위해 현관으로 가는데, 조용조용 부엌 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족이 모여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 다른 집 애잖아...]
[그러니까 나는 싫다고 했었잖아...]
어린 나였지만 [아... 역시 귀찮았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슬퍼진 나는 그대로 방으로 돌아가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는 식은 땀을 잔뜩 흘려 시트가 흠뻑 젖어 있었다.
야단 맞을거라 생각했지만, 아주머니는 전혀 화내지 않고 시트를 빨아 말려주셨다.
그 날은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외출을 해서 나는 혼자 근처를 탐험하고 있었다.
이 곳에 온 지 사흘만에야 알아차렸지만, 이 마을에는 무덤이 참 많았다.
이웃에도 집은 2채 정도.
뭐랄까, 쓸쓸한 마을이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네...]
집 안을 돌아다녀도 아무도 없다.
[아... 시트는 말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정원에 시트를 가지러 갔다.
[어?!]
시트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잔뜩 겁에 질렸다.
밤 9시가 되었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만, 과자 하나 없다.
밖은 가로등 하나 없이 컴컴했다.
한여름인데도 대단히 으스스하고 추웠다.
전화가 울렸다.
나는 달려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건 것은 누나였다.
[오늘은 모두 안 돌아갈거야. 먼저 자고 있으렴...]
이게 무슨 일이람...
나는 무서워져서 이불에 몰래 들어가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모두들 어떻게 된 걸까?]
그 때 현관으로부터 나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A야, 이제 그만 돌아가자!]
일주일간 해외로 나가 있을 터인 어머니가 어째서인지 일본에 있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나는 그 집의 가족을 다시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의 손을 꽉 잡은 채 도망치듯 그 집을 떠났다.
그 후 어머니는 그 집에 관해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다.
15년이 지난 얼마 전,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 때 그 가족, 건강하게 지낼까요?]
...어머니는 망설였지만 천천히 이야기해 주셨다.
[사실 그 때... 너를 맡긴 바로 그 날 전화가 왔었어... 너를 데려가라고 말이야...]
그래서 어머니는 서둘러서 일본에 되돌아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가족은 내가 형과 누나랑 함께 탐험했던 터널에서 모두 피투성이의 사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