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동아리 친구와 둘이 한밤 중에 드라이브를 한 적이 있었다.
즉흥적으로 인근 도시의 라면집까지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오게 되었다.
낮에는 몇번 지나간 적 있던 길이었지만, 밤이 되니 이것이 같은 길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 나쁜 분위기였다.
운전을 하고 있던 것은 나였지만 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운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라면집에서 술을 한 잔 걸쳤기 때문에 조수석에 앉아 무책임하게 가벼운 말들을 던져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 녀석이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이 고개에는 말이지, 여러가지 이상한 이야기가 있어.]
나는 들은 적이 없는 소리였지만 [뭔데, 뭐야? 무슨 이야기야?] 라고 물었다간 그 놈이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겁을 줄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흥미 없는 척 가장하고 [아, 그래.] 라고 쌀쌀맞게 대답했다.
그 녀석은 어째서인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2차선 도로였지만 반대편에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전등이 드문드문 서 있을 뿐이었다.
말 없이 계속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사람의 모습이 앞에서 나타났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곧 그것이 길가에 서 있는 지장 보살이라는 걸 알아차리자 마음이 놓였다.
이 주변에는 왠지 모르겠지만 커다란 지장 보살이 있던 것이다.
그 때 입을 다물고 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야, 무서운 이야기 할까?]
이 자식, 조용하다 싶었더니 괴담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그만두라고 말하자니 어쩐지 자존심이 상해서 나는 [아, 그래, 좋아.] 라고 말해버렸다.
그 녀석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말해 준 거지만, 우리 할아버지댁 정원에는 어린애가 묻혀있대. 그 집 엄청 낡았거든. 언제부터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돌이 정원 구석에 있어. 그 아래 묻혀있다더군.]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그 어린애가 우리 집을 대대로 지켜줬대. 그 대신 언제나 화가 나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물로 그 돌 주변을 깨끗하게 닦지 않으면 안 된다는거야.]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매일 그 돌을 닦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 이야기를 못 믿겠더라구. 그래서 초등학생일 때 병원에 누워계셨던 증조할아버지의 병문안 때 여쭤 봤었어.]
[증조할아버지도 그 곳에 어린애가 묻혀 있다고 하시더라구. 그것도 증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한테 들은 얘기라는거야. 어린 나한테는 정말 생각도 못할만큼 옛날 이야기라서, 나는 그게 사실이 틀림없다고 단순히 믿어버렸지.]
친구는 담담히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이런 곳에서 하는 괴담치고는 상당히 이상한 이야기였다.
[어린애라는 건 말야, 자시키와라시(座敷わらし)랄까, 집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거였지. 그런데 묻혀 있다는 게 영 이상해서 난 증조할아버지에게 물어봤었던거야. 왜 묻혀 있는거에요? 하고.]
거기까지 들었을 때, 갑자기 눈 앞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 나는 나도 모르게 핸들을 반대편으로 꺾었다.
불빛에 한순간 비쳤을 뿐이었지만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지장 보살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골이 오싹해다.
한번 지나온 길이라고?
있을 수 없었다.
길은 좁은데다 일방통행의 오솔길이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침대 위에서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채 속삭이셨어. 옛날 우리 집의 당주가 복을 부르는 아이를 집에 데려왔단다. 그 덕에 집은 대단히 번창했지. 하지만 술과 여자로 아무리 대접해도 그 아이는 돌아가려고 했어. 그래서 당주는 칼을 뽑아 그 아이의 사지를 자르고 그것을 집 어딘가에 하나씩 묻어버렸단다.]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길이 어딘지 모르겠다.
나무가 양 쪽에 무성한 것은 여전하지만 아직 고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너무나 이상하다.
아까 그 지장 보살은 뭐였을까.
지장 보살이 2개였던 것 같지는 않다.
차선은 구불구불 라이트에서 도망치듯 구부러져 있다.
친구는 때때로 다시 생각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며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 이후 우리 집은 장사로 대단히 번성했지만, 아이가 일찍 죽거나 유행병으로 가족이 죽는 일도 잦았다나봐. 증조할아버지 말로는 그 아이는 복을 가져오는 동시에 우리 집에 재앙을 가져온 신이라더군. 그래서 분노를 가라 앉히기 위해서 그 돌을 소중히 해야한다는 거였지.]
그만 듣고 싶었다.
[야, 그만 해라.]
돌아가는 길을 모르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같은 길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하는 이야기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문득 맨 처음 친구가 말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 고개에는 말이지, 여러가지 이상한 이야기가 있어.]
그 이야기는 뭐였을까?
친구는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우리 집안의 비밀이야. 원래대로라면 다른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이야기지만...]
[야, 그만 하라고!]
참을 수 없어서 화를 냈다.
친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어깨가 덜덜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어서, 나 그걸 물어봤어. 그러니까 증조할어버지는 주술 하나를 가르쳐 주셨어.]
[야, 왜 그러는거야!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그러니까...]
[야! 바깥이 이상해. 모르겠는거야?]
나는 필사적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때에는 이렇게 말하세요라고. 호이호이. 너의 팔은 어디에 있느냐. 너의 다리는 어디에 있느냐. 기둥을 짊어지고 어디에 가려느냐. 원한을 짊어지고 어디에 가려느냐. 호이호이.]
심장에 찬 물이 끼얹어진 느낌이었다.
전신에 소름이 끼쳐 덜덜 떨리고 있었다.
[호이호이.] 라는 여음이 머리에 울렸다.
[호이호이...] 라고 중얼대면서 나는 무심결에 핸들을 잡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것이 머릿 속에서 떠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탁한다.]
친구는 그렇게 말하고 양손을 잡고 침묵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본 적 있는 넓은 길로 나서고 있었다.
시내에 들어가고,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들은 말이 없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고개 부근에서 조수석 문 아래 틈에서 갑자기 얼굴이 보였다고 한다.
장난스런 말을 멈춘 시점이 바로 그 때였던 것이다.
창백한 얼굴이 쑥하고 기어나와 히죽히죽 웃길래 이건 위험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나에게 했다기보다는 그 얼굴을 보면서 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집안의 사람이 위기에 빠졌을 때 말하는 주술이었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그 어린애한테 꼭 감사하다고 말해야겠다.]
나는 장난스레 말했다.
[그런데 네가 그런 이야기를 믿고 있다니 조금 의외인데?] 라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자 친구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 그 돌 밑을 파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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