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입니다.
같은 기숙사의 일본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친구의 사촌언니가 고등학교 시절에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어느 날.
언니는 그 날도 자정까지 공부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답니다. 매일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데, 몇 달 동안 같은 역을 이용하다보니 막차 시간대에 전철을 타는 사람의 얼굴이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뭐, 그저 얼굴만 아는 정도랍니다.
그런데 그 날은 베이지 롱코트를 입은 여자가 승강장에서 계속 자길 따라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언니는 매일 전철 첫 번째 칸을 탔기에 (기관사가 가까운 칸이 그래도 안전할테니) 승강장 제일 끝으로 이동하는데, 여자가 계속 따라 왔답니다.
약간 이상한 기분은 들었지만 자기처럼 끝에서 내리는 사람인 것 같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윽고 멀리서 전철이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니는 역에서 오는 전철을 바라보며 서서히 다가섰……다가 그날따라 책이 많아 들고 있던 책을 놓쳤습니다.
전철이 다가오고 있기에 서둘러 책을 줍기 위해 몸을 굽힌 순간, 갑자기 뒤에 서 있던 여자가 선로에 떨어졌습니다.
전철이 멈췄습니다.
조용하던 역 안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여자가 자살한 것 같았답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정신이 아찔했지만, 그에 상관없이 경찰은 언니(와 주변에 있던 사람들)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답니다.
하지만 정확한 목격자가 없어 아무도 자세한 상황을 몰랐고, 언니는 그 여자를 밀쳤다는 의심까지 받았답니다.
이윽고 역무원이 승강장의 CCTV 테이프를 가져왔는데, 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비디오에 찍힌 건, 전철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언니 뒤의 여자가 언니를 밀어뜨릴 기세로 달려드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도 언니가 책을 줍기 위해 자세를 낮추자 중심을 잃고 그 여자가 떨어진 것입니다.
그 여자가 왜 자기를 죽이려고 했는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그 언니는 그 일로 액땜한 모양인지, 그 해에 유명 사립대에 붙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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