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탐의 힘으로 연어들이 한창 물올랐을 시절에 나도 열심히 레지나를 잡고 브라하를 잡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졌고 마영전을 하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망자 타임이 나를 덮쳤다.
왜 재미가 없어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시즌 3 들어와서 바뀐 90제 장비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 수도 있고.
아무리 돌아도 득템을 못해서일 수도 있고. 장비를 맞추고 싶다는 의욕이 사라져서일 수도 있고.
시즌 3 레이드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일수도 있고.
아무튼 그렇게 마영전과는 거리를 두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업데이트를 했더라.
이비 패치와 함께 고대 글라스 기브넨이 새로운 레이드 몬스터로 등장했다.
기존의 흉측하게 생겼던 글기와는 달리 나름 간지나는 백형이 돼서 돌아온 고글기를 보니 한번 싸워보고 싶더라.
그래서 오래간만에 마영전을 켜보았다.
업데이트 첫날 헤딩팟이 의례 그렇듯이 다들 공략도 모른 채 달려들어 파티 여가와 큐미를 빨며 신나게 싸웠는데
망할 놈의 버그 때문에 클리어가 인정되지 않아 총 5번을 싸웠다(버그 3회, 하루 1회 레이드 + 퀘스트 레이드 1회).
연속으로 다섯 번쯤 싸우니 대충 패턴도 보이고 하니 나름 재밌더라. 적어도 브라하보다는 훨씬 괜찮았음.
…다만 많이 싸워도 기둥을 주지는 않더라. 정확히는 흰 기둥을 한번 봤다.
다른 사람에게만 찬란한 빛을 발하는 흰기둥ㅇㅅㅠ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고글기를 만나 '자라나라 머리머리'를 외치고 왔는데
그 때문이었을까? 마영전 꿈을 꿨다.
눈앞에는 강화병이 도져 가지고 있던 11강 인피니티 듀얼소드를 강화 시도해서 12강 만들고
본인을 존경하라고 으스대다가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13강의 욕심을 버리다 깨먹고
허접한 8강 용맹한 아마 듀소와 골탐 쿠폰으로 만든 10강 아마 듀벨을 들고 그대로 접으신 벨라가 서있었다.
간만에 접속한 게 반가웠으나 그 반가움도 잠시, 왜 접속했나 의아함이 생겨서 웬일로 마영전에 접속했냐고 물어보니
이비가 개편되어 예뻐지고 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접속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원래 이비 유저였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비 무기였던 12강 소소도 강화로 날려먹어서 이비 지금 맨손 아닌가?
"잠깐, 너 소어 소로우 강화로 날려먹었잖아? 이비로 뭘 하게?"
"응. 그러니까 당장 무기 사게 돈 내놔. 아니면 무기를 내놓던가."
너무나 당당해서 당연하게 사드릴뻔했다.
정신을 차리고 머뭇거리고 있자 다시금 나에게 빨리 이비 무기를 내놓으라고 했고
나는 그래도 간만에 같이 마영전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호구같이 거래소를 검색하다가 잠에서 깼다.
깨고 나서야 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뭐 이런 꿈을 다 꾸지. 어이가 없네ㅋㅋㅋ
접속해서 확인해봐야 하는데 지난 것 같아서 무서워서 접속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