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썼던 글입니다. 우주의 신비한 느낌이랑, 이웃집 외계인이랑 마구마구 놀고 하는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일년 지나니 어떻게 진행할지 까먹어서;; 그래도 딱 한편으로도 볼만한 느낌이 아닌가 싶어서 단편이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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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에 재능이 있는지 평가받고 싶습니다.
덧글을 보고 냉정히 판단해 보고 싶습니다.
비수같은 글도 괜찮으니 뭐라도 좀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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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은 광공해로 인해 잘 보이지 않게 된지 오래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지금에 비해 훨씬 적은 가로등만이 밤하늘 아래 땅을 밝히고 있어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빛나는 별들의 빛이 내 눈에 박히던 때를, 하루에도 몇개씩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던 그 축복받은 날들을 기억한다.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유리병에 가두고 지상을 밝히게 하니 하늘에 별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별이 지상으로 끌어내려진 것은 아니다. 아직 별들이 하늘에 박혀 있는 곳, 은하수를 볼 수 있고 새까만 하늘 아래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곳, 천체 관측자들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지상의 빛을 피한다. 그리고 망원경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가 보는 별들은 사실 현재의 별들이 아니다. 빛이 도달하는 시간, 우리가 보는 별들은 과거의 별들이다. 별들에서 뿜어나온 빛은 수천년동안 우주를 달려 지구에 도달한다.
1. 별
사람이 꽉 들어 찬 오후 7시경의 지하철은 언제나 피곤한 냄새가 난다. 아무런 생기도 없이 아무런 대화도 없이 오로지 철로위를 지나가는 전차의 철컹대는 소리만이 지하철 안을 채운다. 그 날 또한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함께 관성에 저항하는 승객들은 짜증스러운 기분이 되었고, 서있는 승객들은 앉아있는 승객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언제쯤에나 앉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계를 쳐다 보아도 지루한 순간은 오히려 느리게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열차는 정거장에 멈추고 앉아있던 한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앞에 서있던 남자가 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주섬주섬 뒤로 매고있던 가방에서 종이 한두 뭉치를 꺼냈다. 수많은 글씨로 가득찬 종이들은 아무런 흥미도 불러 일으킬 수 없는 것이였다. 물론 그 종이를 나누어준 교수 또한 그의 교육 방법에 대해 아무런 열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것이 분명하리라. 그렇지만 성적과 그 지루한 종이를 대하는 태도의 상관관계는 정비례로 알려져 있는 이상 대부분의 학생들은 통학시간에 조차도 손에 종이를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였다. 환기가 잘 되지않는 지하철 안의 공기는 퇴근 인파의 호흡에 맞추어 이산화탄소로 변해 있었고, 하루의 피로와 지루한 책들과 결합해 승객들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었다. 이윽고 그 강한 수면제와도 같은 주변 상황이 두손에 학교 과제를 들고 있는 그를 그 모습 그대로 잠에 빠지게 만들었다. 목에 힘이 빠지고 고개는 앞으로 쏠리고, 저항할 수 없는 잠의 유혹에 눈은 감겼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면 안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깊은 고요함 속으로 쓸려가 버린 정신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가 눈을 뜬 곳은 종점에서였다. 모두가 내리기 시작할때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는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차장의 종점을 알리는 목소리에 적지않게 당황했다. 이런일은 처음이였다. 졸다가 한 두 정거장을 지나친 적은 많이 있지만 스무정거장에 가까운 거리를 지나쳐 버린것은 그에게 흔치 않은 일이였다. 시간은 이미 8시가 훨씬 지나있었다. 그는 자신이 분명 피곤했었지만 그렇게까지 깊게 잠에 빠질만큼 피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날 저녁부터 그날 아침까지 필요한 만큼의 잠은 놓치지 않았으며 학교 공강시간에도 도서관에서 공부 중간 중간 짧은 잠을 청했었다. 저녁먹을 시간이 지났는지 뱃속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다시 되돌아 가는 전철을 타도 10시쯤에야 집에 도착한다는 것을 생각한 그는 그 곳 주변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전철을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플랫폼 주변을 서성거리며 그런 생각을 할 동안 그와 같이 내렸던 다른 승객들은 모두 지상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는지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주변의 표지판을 보며 바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하철 주변을 보여주는 지도를 찾아 식사를 때울곳을 찾으려는 생각을 했지만 역 안에 비치된 지도에는 충분한 정보가 적혀있지 않았다. 그가 출구를 통해 바깥으로 나갈 때 까지 지하철은 매우 조용했다. 그리고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이였다. 그가 바깥으로 나갔을때 처음 느낀것은 차가운 밤 바람이였다. 폐속으로 들어온 차가운 감각은 순간적으로 흐릿했던 정신을 맑게 만들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적당한 크기의 번화가가 그를 반겨주었다. 조그마한 백화점과 몇개의 낮은 빌딩들, 그 주변을 감싼 몇채의 아파트. 그러나 그가 신기한 느낌을 받은것은 아파트 뒤로 드리운 매우 어두운 색의 산이였다. 지하철 출구 오른쪽으로 난 도로에는 그다지 많지 않은 차들이 소음을 내며 지나가고 있었고, 가로등과 빌딩들의 빛이 겨울밤을 밝히고 있었다. 잘 구획된 보도블럭 위를 따라 빌딩 옆을 지나가면 식당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혼자 밥을 먹는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그는 혼자 먹기 적당한 크기의 식당을 찾기 위해 주변을 거닐었다. 그가 지하철 역으로 부터 세개의 빌딩을 지나가자 무언가 낯설은 풍경이 그를 반겼다. 약 십층정도 되보이는는 높이의 빌딩이 큰 두개의 빌딩 사이에 서 있었다. 그 작은 빌딩은 신기하게도 모든 층의 불이 꺼져 있었다. 빌딩의 오른쪽에 있는 정문은 불이 껴져 있었으면 그것과 달리 왼쪽에 있는 작은 계단으로 된 입구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그는 흥미가 동해 빌딩의 왼쪽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입구 위의 전구는 상당히 독특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은은한 푸른 빛이 유리 안쪽에서 빛났다. 전기가 잘 안통하는지 가끔씩 반짝였는데 그 점이 신비로움을 더욱 불러 일으켰다. 계단은 지하층과 윗층 양쪽으로 모두 이어져 있었는데 멀리서 볼 때와 달리 아래쪽에는 문 위쪽의 전구와 비슷한 전구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며 지하층에서 어떤 영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안내판 비슷한 것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벽은 매우 깨끗해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고 그는 무언가 이끌림에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자 오른쪽으로 약 일미터 정도 통로가 나 있었고 그 끝에는 문이 있었다. 그 문 위에는 당구라는 글씨가 짧게 쓰여져 있었다. 내심 식당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던 그는 약간 실망했지만 문 가운데의 불투명한 유리를 통해 영업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상스레 드는 그 열망에 따라 손잡이에 손을 대고 바깥쪽으로 당겼다. 문이 열리며 내부가 보였다. 그러나 문 안쪽으로 보이는 것은 당구장이 아니였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깜깜한 공간에 수많은 흰색 빛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문 안으로 들어간 그는 눈에 담을수도 없이 커다란 공간이 그를 둘러싸고 있음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의 오른쪽에서 왼쪽, 아래에서 위까지 모든 시야가 밤하늘로 가득찼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별이 가득찬 밤이 그의 뇌리에 박혔다. 달은 없었다. 달이 빛을 반사하지 못해서인지 별들은 시리도록 밝았고 쉴새없이 반짝였다. 은하수와 수많은 별들, 신비로움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탄성은 자신의 귀를 놀라게 했고 그는 감고있던 눈을 들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를 바라보았고 조용했던 지하철 내부의 고요는 어수선한 느낌으로 변해있었다. 고개를 살며시 들어보니 지하철 안의 눈들이 그를 향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약간 빨갛게 변했다. 꿈속에서 본 관경에 놀라 소리를 지르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차마 앞을 바라보기 힘들어 아래를 내려본 그의 귀에 익숙한 역 이름이 들렸다. 이곳에 내려야 하리라. 손에 들고있던 종이를 다시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섰다. 지하철의 익숙한 관성이 한차례 그를 지나가고 멈춘 지하철의 문이 열렸다. 문밖으로 나와 손목시계를 바라보니 7시 반이였다. 굉장한 꿈이였구다 하는 생각이 들자 아쉬움이 솟구쳤다. 그는 지하철 문을 뒤로 하고 계단을 향해 고개를 들며 주말쯤에 종점에 한번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꿈과 같진 않겠지만 그 역이 맘에 들었다. 그 빌딩을 한번 찾아보고 싶었다. 만약 그곳이 꿈과 너무도 다르다면 시골 산으로 찾아가 오늘 봤던 밤하늘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였다. 지루한 수요일이 내일이고, 과제와 레포트가 산더미만큼 남아있는 주말과는 거리가 먼 현재는 집으로 가서 끝내지 못한 일들을 해야한다. 그는 발을 땠다. 동시에 지하철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차장의 안내방송과 함깨 열차는 다음역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앉았었던 자리 앞에 서서 열차 안에 몸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