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출신으로 20년 이상 일본에서 살고 있는 샤둘 후크(Shahdul Huq)는 지난 3년간 딸들을 만나지 못했다. 3년 전 일본인 아내와의 이혼 이후 ‘배우자 비자’를 말소 당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 계속 머무르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인 그는 “딸을 만날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에 머무를 수 있는 법적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체류 신분이 된 그는 언제 일본에서 추방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인터넷 통신사 IPS는 15일자 기사에서 일본인 아내와 이혼 후 자녀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의 슬픈 사연을 소개했다. 이민자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일본의 가족등록법이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에 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결혼이민자 남성들이 억울한 상황에 처한 것은 일본의 이혼법 때문. 아시아민족친선협회(APFS)의 대변인인 조타로 가토는 “부모의 공동양육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이혼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이혼 사례에서 자녀에 대한 양육권은 어머니에게 귀속되고 이혼이나 법적 별거 후에 비자가 취소된 외국인 배우자들은 거취가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마는 것.
이와 같은 상황은 특히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에 소속된 여타 외국인의 경우 이혼 후에도 비자를 유지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은 배우자 비자 취소 후 일자리를 잃고 일본에 남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튀니지 출신의 지디 무라드(Zidi Mourad)는 2010년 2월 아내와 별거한 뒤 지금까지 두 아이를 만나지 못한 채 2012년 4월 배우자비자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배우자 비자를 장기거주자 신분으로 변경하려고 시도했다가 이민국에 억류당한 말리 출신의 콜리발리 티다니(Coulibaly Tidani)는 “아이를 만나고 싶을 뿐이에요”라며 호소했다.
이들의 사연은 일본의 가족등록 시스템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국인들은 일본인과는 별도의 가족등록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법적으로 결혼해 영주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조타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일본인의 뿌리 깊은 차별의식 때문”이라며 “외국인 아버지들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정자 기증자에 불과한가”라며 성토했다.
샤둘 후크는 현재 비자가 없어 일본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상태. 전부인에게 양육비도 보내지 못하는 그에게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가 바라는 일은 계속 일본에 살면서 아이들을 보는 것뿐입니다. 저의 어려운 상황을 전 세계에 소개해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1148호 [세계] (2011-08-26)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birdy@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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