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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이야기] 판단의 실수 (1)
2013/01/15 AM 11:56 |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오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부딪힌다.
아침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겨우 밖으로 나와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지난 주 내가 저지를 뻔한
실수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아침에 사무실로 가는 길이었다.
어느 건물 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한껏 웅크리고 앉아 있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몰랐으나 아이인 것은 확실했다.
키는 이미 초등학교 3학년 정도는 된 것 같은데 입으로
주먹 쥔 오른손을 쪽쪽 빨고 있었다.
나와 마주친 그 아이의 두 눈은 너무나 맑고 예뻤지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것은 그 아이에게서 나는 악취 때문이었다.
새삼스레 다시 바라본 그 아이의 모습은
지저분한 옷차림에 피부는 허옇게 일어나 보기 싫은
정도이고 입으로는 계속해서 주먹 쥔 손을
빨아대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얼른 건물로 들어가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 아이는 그냥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결국 눈까지 마주쳤다.
나는 살며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나는 당연하게 구걸하는 아이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 지갑을 꺼내려고 할 찰나에 그 건물 안 쪽에서
한 할머기나 나타났다.
"형철아, 어서 들어와."
할머니가 부르자 아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오른손에 들고 있던
투명한 사탕을 뒤로 던지고 건물로 들어갔다.
그 아이가 들어간 후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 아이 뒤쪽에 쓰레기 더미가 있었던 것이다.
악취는 그 아이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그 쓰레기 더미에서 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빨고 있던 것은 손이 아니라 사탕이었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잡고 있는 손이
너무 부끄러웠다.
도대체 나는 무슨 짓을 하려고 한걸까.
멀쩡한 아이를 거지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너무 믿는다.
그리고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한다.
생각하지 않은 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를 동반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슬아슬하게 실수를 비켜갔지만 만약 내가
그 아이에게 돈이라도 쥐어 줬다면
그 아이는 평생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지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경솔하게 판단해 버린
나 자신을 하루 종일 되돌이켜 보는 시간을 보냈다.
다시는 판단을 먼저 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출처:2004년05월 "참좋은사람" 최 욱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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