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8년 즈음, 친구놈과 둘이 국전을 갔을때 일입니다. 우린 신림에서 2호선을 타고 교대까지 간 후, 3호선으로 갈아타 남부터미널까지 갈 계획이었죠. 평일이지만, 2호선인지라 승객이 꽤 많았고, 문옆쪽 좌석 끄트머리에 공간이 있어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옆 문의 조금 있는 공간엔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서서 가고 계셨습니다. 자리를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아 조금 안타까워 하는데, 마침 우리앞 좌석 승객이 내릴때가 되였는지 일어났고, 전 얼른 아주머니께
"여기 앉으세요~" 하고 권했죠.
하지만 아주머니는 조금 난처한 얼굴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하시며 거절 하시더군요.
"아기도 업고 계셔서 힘들어 보이시는데, 그러지말고 앉으셔요;" 하고 다시 권하니 아기를 등에 업고 있어서 앉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앉기위해 그걸 풀고 하기도 힘드셨는지.. 결국 저와 친구놈은 눈치를 보다 서로 미루다 결국 제가 자리를 앉게 되었습니다. 아기업은 아주머니 바로 옆에 앉으니 왠지 죄송한 기분이더군요;
그렇게 가고 있는데, 다음역에서 나이가 제법드신 중년아주머니 한분이 타시더니 아기업은 아주머니와 저를 번갈아 보시면서 인상을 쓰시더니
"아니.. 애엄마가 이렇게 서서 가는데 아이고~"
이러시며 그때 마침 제가 앉은자리 옆 승객이 일어나서 그쪽으로 아기엄마를 끌고갈듯이 앉으라고~ 힘들겠다고 하십니다. 아기엄마님은 괜찮다, 아기를 업고 있어 자리 앉기가 힘들다, 하시며 거절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아.. 그랬구나 싶은 표정으로 빈자리엘 앉으셨습니다. 그 옆옆 자리도 비어 중년아줌마는 이동을 하셨고, 제 옆에 친구놈이 앉아 작은 목소리로 수다를 떨며 가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다음역, 언뜻 봐도 80세는 돼 보이는 할아버지가 희고 긴 수염을 뽐내며 타시더니, 아기엄마와 저와 친구놈을 번갈아 보며
"..요즘 젊은것들은 끌ㅡ"ㅡ"
그런거 아닌데('-';; 같은 표정으로 저흰 사정을 설명하기도 그런 상황에서 그야말로 가시방석과도 같은 기분으로 있는데, 중년아주머니가 자리를 일어나 또 그 자리로 아기엄마님을 할아버지가 힘들텐데 앉으라고 권하시고, 괜찮다 아길 업어 앉기 힘들다, 할아버지는 허헣 그러셨구만~ 하며 우릴 째려보셨죠..
정말 국전 가는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날이 없었더랬습니다 허허..
남이 안하니까 나도 안한다? 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입니까? 근데 사람이 그렇게 변할때가 있더라고요. 예전엔 피곤해도 일어서서 가야지 양보해야지 했는데.. 요즘 다른 사람들 양보안하면 나만 억울한 것 같은.. ㅎㅎ
대놓고 양보를 강요하는 50-60대 아줌마들 보고 미간이 찌푸려질때의 그 딜레마..
결국 양보의 미덕과 장유유서의 실천은 점점 그 빈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분위기가 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