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 아버지가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다 머리에 종양이 세 개나 있다고 진단받았습니다만
말이 어눌해지고, 중심을 못 잡아 혼자 못 걷고, 심한 통증에 1주일 정도 변을 못 본 상태였으나
금요일에 그나마 사이 가까운 형제가 문병 오니 기뻐하며 스시와 롤을 한 접시씩 비울 정도는 되었습니다.
월요일엔 방사선 치료를 시작할 참이었고요.
그런데 토요일엔 왼쪽 눈이 아예 안 보인다고 하더니 (종양 하나가 후두부에 있어서 시신경을 압박하는 모양)
일요일 오전부턴 소변을 못 가리기 시작해서 이틀간 두세 시간 간격으로 치운다고 어머니랑 밤새 식겁했네요.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방사선 치료는 보류하고
화요일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불러 환자용 침대랑 물품을 보급 받았습니다.
이 시점에선 아직 인지능력이 있었는데
수요일 오전엔 어머니더러 모르는 아줌마라더니 밤에는 말 걸어도 대답을 못 하네요.
통증에 시달려서 큰 한숨소리 비슷한 소리만 낼 뿐.
목요일엔 모르핀성 진통제랑 펜타닐 패치 덕분인지 온종일 잠만 잤고요.
췌장암이 뇌로 전이된 드문 케이스라던데 진행이 하루하루 무섭도록 빠르네요.
이게 진단으로부터 고작 10일 사이의 일이라는 게 참.
결국 마지막으로 대화 비스무리한 걸 한 게
월요일 밤 화요일 새벽 사이 소변 때문에 저 혼자 기저귀 갈아드리면서인데...
다 치우고서 눕혀드렸건만 좀 있다 봤더니 침대에 걸터 앉아 가만히 계시더군요.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으니까 힐끗 보더니 뭔가 망설이길래 "아 뭔가 할말을 남기려나 보다" 싶었습니다만
...맥도날드 무설탕 바닐라 냉커피를 그렇게 마셨으면 좋겠다네요.
금요일 저녁에 먹다 남은 게 냉장고 안에 있었는데 3일 된거라 좀 그랬지만 평소에도 자주 그렇게 마셨으니...
그걸 갖다 드리니 한 모금 마신 뒤 내려놓고는 "오늘 우리 XX가 서비스가 좋네"라더니
"행복..." 뭐라고 하려다 이내 입을 다무시더군요.
...마지막 만찬이라든가 그런 인식은 없으셨던 것 같고
약간이나마 컨디션이 괜찮으니 처음 생각나는 게 그 맥도날드 커피라는 게...
사람이 아프면 아픈 거 때문에 정신 없는데
드라마처럼 뭐 각오를 하고 할말을 남기고 할 겨를은 없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