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한 겸 봤습니다만,
1화는 발암 캐릭터들이 한 시간 동안 우왕좌왕만 해서 다큐멘터리 하위호환 같았는데
2화부터 주역들의 연기에 흡입력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완주했네요.
러시아인들이 미국 영어로 대화하는 건 좀 깨지만, 이해되는 언어인 만큼 연기력이 와닫는 듯.
아래는 가장 감명 깊었던 5화 클라이맥스 부분.
레가소프: 그가 모든 수칙을 어긴 건 맞습니다.
그는 원자로를 파괴 직전까지 몰았고, 안전 장치가 있다고 믿었기에 이런 짓을 했습니다.
중단 시스템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붕소로 된 제어봉들이 반응을 감소시켜야하지만 제어봉의 모서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서리는 흑연으로 되어있었기에 반응을 가속시켰습니다.
판사: 왜죠?
레가소프: ......왜요?
우리가 서방처럼 원자로 둘레에 격납 건물을 짓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가 노심에 제대로된 농축 연료를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가 양의 기포계수를 지닌 흑연 감속 수냉식 원자로를 짓는 유일한 국가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더 싸니까요.
(웅성웅성)
레가소프: (중략) 이걸 입다물고 있었던 건 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린 KGB나 중앙위원회의 명령을 따랐고, 현재 소련에는 같은 치명적 결함을 지닌 원자로가 16개 있습니다.
그 중 셋은 체르노빌에서 20km 안에 있고요.
판사: ...레가소프 교수. 자네가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 사태의 책임이 소련에 있다고 발언하는 거라면
위험 구역에 들어서는 거라 경고하고 싶네.
레가소프: ...위험 구역엔 이미 다녀왔습니다.
우린 위험 구역에 이미 서있습니다. 비밀과 거짓 때문에.
우리를 규정하는 건 사실상 그 둘입니다.
진실이 불쾌할 때, 우리는 그걸 잊을 때까지 거짓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요.
우리가 뱉는 모든 거짓말엔 진실에 대한 빚이 발생합니다. 그 빚은 당장이든 나중이든 반드시 갚게 되고요.
그게 바로 RBMK 원자로가 폭발하는 원리입니다.
거짓말이요.
RA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