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幻)의 세계는 상당히 많은(좀 쓸데없을 정도로)국가들로 이루어져있는데다, 그중 5할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요괴, 신수(神獸, 신의 명령을 따르는 신령스러운 짐승), 선인, 신선(선인보다 위, 신수와는 동급), 마물(요괴보다 아래, 산 것보다는 위), 토지신, 정령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과 인간들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인간들보다 이들이 더 많은 이권을 지니고 있었는데다, 특히 요괴나 마물들이 이 이권을 이용해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퇴마사' 이다. 퇴마사들은 그 지역을 다스리는 토지신들이나 신수, 신선들에게 허가를 받은 전제 하에 산 것들을 해치는 요괴나 마물들을 처벌하거나, 또는 이들의 싸움을 중재시키는 역할을 하거나, 토지신들의 연락망 역할도 한다. 이들 중에는 정령이나 급이 낮은 신수, 또는 자신들이 붙잡은 요괴나 마물을 권속에 두어 그들과 같이 일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주변 퇴마사들에게 칭송도 받고, 임무도 훨씬 수월해지나, 권속(식신)만들기가 쉽지 않아 이런 부류는 매우 희박했다. 여기, 신참인데도 불구하고 그 권속을 둔 퇴마사의 위치에 당당히 도전하는 이가 있었으니....그 이름하여 '토가메' 라고 하는 여성이었다.
무척이나 긴 백발과 자주빛 눈을 가지고, 상당히 길고 거추장스러운 소매가 달린 슈코식 여름옷(슈코 : 환의 세계에 있는 국가들 중 하나로, 남동쪽 끝의 국가이다. 해상 무역으로 유명함. 슈코의 여름옷은 한쪽 소매가 상당히 거추장스럽고, 다른 쪽 소매는 아예 없으며, 하의의 길이가 무릎까지이다/남녀노소 구분 없음.)을 입고, 그리고 퇴마사의 것으로 추정된 고리가 달린 지팡이를 짚은 한 여인이 지금 와 있는 곳은 미하(환의 세계에 있는 국가들 중 하나. 내륙에 위치해 있으며 숲으로 둘러싸옇고, 주민의 대부분이 요괴, 마물, 정령이며, 인간은 거의 없다. 토지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다루기 까다로운 지역으로 유명)지역 안의 어느 숲이었다. 본디 이 숲은 왠만한 퇴마사들은 전부 꺼릴 정도로 강력한 요괴들이 많은 숲이었으나, 몇 달 전부터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어떤 신수 하나가 이 숲에 들어온 뒤로는 모든 요괴와 마물들이 겁에 질린 체 이 숲에서 도망쳐 버렸다-라고.
"지금 내가 가야 할 목적지는 미하보다 더 많은 위험요소들이 있는 곳. 지금 소지한 부적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곳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 지역에서 권속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거기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미하의 숲의 요괴들을 몰아냈다는 그 유명한 신수를 어디 내 책략으로 권속으로 삼아볼까?"
토가메는 그 숲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당당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막상 숲에 들어가 보니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숲의 지도와 숲의 길은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데다,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풍겨와서 정신을 자꾸 몽롱하게 만들었다. 가면 갈수록 냄새 때문에 그런지, 속도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내가 죽겠군, 당장 나가지 않으면...! 이라고 맘먹은 그녀가 숲을 빠져 나가려 했을 때, 이미 왔던 길은 어디론가 사라진 후이고, 이상한 방향으로 자라난 나무들만 한가득인 풍경이 되 버렸다.
야스리 시치카, 겉보기엔 상당한 장신과 장발의 청년일 뿐이지만, 사실 그의 정체는 나카(환의 세계에 있는 국가들 중 하나. 미하와 비슷하게 숲으로 둘러싸였지만 여기서는 대부분의 주민이 중하층 계열의 신이나 신선, 선인, 신수, 정령 등이다.)의 토지신, 야스리 나나미의 남동생인 신수였다.(대게 토지신은 신수나 신선(선인이 승격하면 신선이 됨)이 승격해서 되는 계층이다.)
사실 나카 출신인 그가 왜 여기 있냐면-승격시험을 피해서 가출한 것이었다. 솔직히 만사 대부분을 귀찮아하는 그에게 있어서 시험이란 공포 그 자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험기간마다 누나인 나나미에게 시달림당하는 게 공포 그 자체이겠지만. 신수가 봐야 하는 기본적인 시험들도, 나나미의 엄한 가르침과 감시 하에 간신히 턱걸이로 통과한 그였다.(신수나 신선은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서 통과 못하면 선계에 세금을 배로 물어내야 한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음)
누나가 옆 마을 토지신(그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누나의 남편의 복장이 사마귀를 닮았다는 것 정도는 기억했다.)과 결혼하면서 감시가 누그러질 줄 알았는데 왠걸, 남편까지 합세시켜서(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매형의 모습은 뭔가에 위협받아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그 뭔가는 틀림없이 그의 누나일 것이다.) 토지신 승격시험(정기적으로 5번 이상 시험을 보면 반드시 봐야 하는 시험)시험공부를 하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5번의 시험만으로도 지옥을 맛보았던 그는 누나가 매형과 온천여행 간다며 자리를 뜨는 것을 틈타 미하까지 도주했다.
미하에 가서, 순전히 잠자리로 삼을 만한 나무 찾다가 요괴 몇 마리를 좀 때린 것(?)뿐인데, 요괴와 마물들이 다 도망가 버려서 그는 이유도 모른체 정령들과 그 숲에 남겨졌다. 어쨌거나 숲의 생활은 천국이었다. 공부하라고 위협하는 누나가 없어진 그 시점에서부터. 누나가 해준 밥이 그립기도 했지만, 어짜피 신수는 불로불사여서 안 먹고도 살 수 있는데다, 주변에 먹을 열매들도 넘쳐나서 딱히 배고플 일은 없었다. (그는 정령들이 겁에 질린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최후까지 깨닫지 못했지만)그리고 겁에 질린 정령들이 종종 고기나 생선도 갖다 주었기 때문에 그가 불편할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한없이 빈둥거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그는 한없이 빈둥거리고 있던 중이었다. 솔직히 온천여행에서 돌아와 자신이 튄 것을 알아첸 누나가 저지를 일에 대한 두려움도 없진 않았지만. 그 때 갑자기 토코모(나무에 붙어 사는 하급 정령, 한 나무당 수백 마리가 무리지어 살며, 작고 하얀 새와 비슷한 형상을 함(크기는 성인의 엄지손톱보다 약간 크다). 여럿이 뭉쳐 있을 때는 눈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몇몇이 달려와서 '인간이 이 숲에 발을 들였다' 라고 전했다. 토코모는 인간에게 그리 공격적이진 않지만 겁이 많은 정령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터전 주변에 다른 존재의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향을 뿌려 타 존재의 침입을 막는다. 토코모들의 말에 의하면 그 인간은 아무레도 자신들의 향에 취해서 쓰러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쩔 수 없지-인간 일에 신경쓰긴 귀찮지만....그래도 타 종족이라도 어려움에 처하면 구하는게 규칙이니까...가 봐야 겠지? 어이, 토코모, 위치 좀 안내해줘."
"피!(토코모들은 주로 피-,이- 이런 식으로 운다.)"
시치카는 토코모 한 마리의 안내를 따라 숲에 발을 들였다는 인간이 있는 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인간, 토가메와의 만남이 자신을 어떻게 바꿀 지는 전혀 모르는 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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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개그가 주된 내용이 될 것 같군요. 액션신은 기대하지 마세요. 스토리도.
등장인물들 성격 완벽 반영도 기대하지 마세요.
아무도 안 죽는 결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