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러 오는 것때문에
이사하는 것처럼 방을 치우고 있는데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할거면 입주 전에 합시다! 아니면 집 리모델링할 때나ㅠ_ㅜ)
방 열심히 치우다 갑자기 문득 남편이 오늘 저녁 먹고 들어오면서 한 말이 생각났다.
'너랑 결혼했다는게 아직도 실감이 안날 때가 있어. 근데 난 너 못 만났으면 결혼 안 했을거야. 널 만났으니까 결혼한거지.'
남편은 독신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솔직히 혼기가 꽉 찬 나이에도 결혼 생각이 없었다고.
어머님이 걱정이 많으셨다고 했다. 오빠가 결혼할 생각이 1도 없었기에.
그래서인지 시댁에서는 나를 굉장히 이뻐해주신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근데 웃긴게 나도 독신주의자였다는 것.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중에 크면 엄마를 모시고 살거라고 결혼 안할거라고 했었단다.
나이를 먹고 20대, 30대를 거치면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중간중간 만났던 사람들은 결혼을 원했었지만 나는 그 사람들과 결혼하고픈 마음이 안 들었다.
잘 살수 있을 자신이 안 생겼으니까.
내 삶을 이해받을 수도 없을거 같았고, 서로의 영역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램을 받아들여줄 수 없는 사람들이었으니깐.
그런데 지금의 남편은 어찌보면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이자 베스트프렌드인 것같다.
서로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고,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싶다.
물론 그런 우리도 안 맞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나름대로 이 부분도 지혜롭게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한지 오늘로 딱 한달.
한달 살아보고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겠지만
너무 좋다.
남편은 내가 자다 일어나도 생얼에 잠옷으로 집을 헤집고 다녀도
세상에서 젤로 귀엽고 이쁘다고 해준다.
지금은 그냥 다 너무 행복하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무서울 정도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저도 결혼 생각없었는데 요즘 자꾸 하고 싶어져요..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