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34살의 만화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이제 갓 15개월 된 이쁜 딸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입니다.
정말 착한 저의 와이프 이야기를 하려구요.
저와 와이프는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을 하다 만났습니다.
우연히 길드라는 모임의 홍보 글을 보고 너무 이쁘게 쓰여진 문장들이 분명 여자의 글이었음을
직감했고 단순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을 이상하게 흔들어 놓더군요.
" 아. 이 사람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라는 일념하에 이 길드로 들어가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을 흔들어 놓은 그 홍보 글 만큼 알면 알수록 정말 착하고 좋은 여자라는 것이 확신이
들더군요.
전 망설일 필요 없이 저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대시를 하였죠.
역시, 진실된 모습은 통하나 봅니다. 그 녀도 망설이는가 싶더니 어느 새 흔들리는 갈대마냥
넘어와 주더군요.
그렇게 시작해서 2년이 넘게 우린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겐 큰 장애물들이 많았습니다.
제 와이프는 명문대를 나와 대학원까지 다니며 교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위해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
었던 수제였고, 거기다 집은 알아주는 갑부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학을 6개월만에 때려치우고 만화에 미쳐서 현재까지 만화만 그리며 살고 있구요.
거기다, 저희 집은 찢어지게는 아니지만 형편이 많이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만화같은 직업 또한 돈 벌이가 잘되는 직장도 아니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그 나이 되도록 만화에
미쳐 철이 없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지요.
당연히 이런 저의 모습을 그녀의 집에서는 탐탁치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사귀다 얼마 안가서 헤어질 것이라고 장담했지요.
그녀에게 집에서는 분명, 돈보고 사귀는 것이니까 조심하라고 충고까지 할 정도였답니다.
정말 그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워낙 제가 낙천적인 성격이라 이 모든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장애물은 이 뿐만 아니었습니다.
대뜸, 그녀에게서 희귀병 진단이 나왔지 뭡니까?
세계에서 몇 안되는...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수술한 적도 없는 심장질환희귀병이 그녀에게 찾아
온겁니다.
당장은 죽지 않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서서히 심장의 능력이 떨어져 죽게되는 치명적인 희귀
병이라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미국에서 이러한 환자에 대한 전문 치료 병원이 있어서 그녀의 병과 같은 환자를 수
술해 회복한 환자들이 있다하여 얼마 후 미국으로 간다고 그녀는 제게 말하더군요.
짧으면 1년, 길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소식에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보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결심했죠. 일단, 저도 그녀를 따라가기로 말입니다.
비자를 준비하기 위해 이리저리 조언도 얻어보고 인터넷을 뒤져 쉽게 비자를 따기 위한 노하우도
알아보고 별의별 짓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준비 중에 갑자기 그녀와 연락이 두절되어 버렸습니다.
"설마, 이렇게 헤어지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절대 그럴 일 없어.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연락이 오기만을 노심초사 기다렸지요.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전 술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그녀 생각에 눈물만 흘리고, 눈물이 그칠만 하면 다시 술로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어? 어디야? 미국이야? 몸은 어때?"
쉴 새 없이 질문하던 차, 그녀는 웃으며 말하더군요.
"걱정 많이 했지? 미안해. 나 있잖아... 자기 있는 곳에 가고 싶은데 차비 좀 보내줄래?"
저를 보러 오고 싶다는 말에 선뜻 돈을 찾아 입금해주고는 그녀가 올 버스 터미널로 달려가
그녀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후 그녀가 도착하고 우리는 언제 희귀병 때문에 마음 고생을 했는지,연락이 없어서 밤마다
울며 술을 마셨는지 까맣게 잊은 체 서로 부둥켜 안고 웃기만 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몇 달을 저와 같이 살며 지냈습니다.
왜 수술을 받으러 가지 않는지, 왜 집에 연락조차 않하는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그녀가 편하게 웃으며 잘 지내기만을 바라기만 했습니다.
후에 그녀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저를 떠날 수 없어서 수술도, 학교도 , 집도 다 포기 하고 그 날 내려 온 거라구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연락을 못한거라구요.
그냥 저랑 있고 싶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말고 저랑 행복하게 살고 싶답니다.
그 이야기에 전 또 그 날 많이 울고 말았습니다.
"그래, 자기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 언젠가는 아무 걱정없이 지낼 날이 오겠지."
그렇게 이야기 해주며 그녀가 뜻하는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로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 설득하려고 부단히 노력해보았지만 목소리 조차 모습 조차 뵐 수
없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랑이란 것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후회하냐구요? 전혀요.
전 저의 선택에 지금껏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이쁜 딸아이까지 가지게 되어 딸아이 재롱떠는 모습에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경제적문제나 집안 문제로 많은 갈등과 고뇌가 있었지만 잘 이겨내왔구요.
현재는 그녀인 제 와이프는 만화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며 바쁘게 살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별다른
고통없이 병을 잘 이겨내며 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만화에 매진하며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요.
얼마 전에 , 먼 충북으로 이사와서 생활비가 없어 처음으로 같이한 커플링을 팔았는데 이제는 하루
하루 열심히 일하다보니 조금 여유가 생겨 다시 커플링을 선물해 줄려고 조금씩 와이프 몰래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반지 팔때도 웃으며 다음에는 좋은거하자는 말에 미안했었는데 이번에 하게 되면 절대 팔 일이 없
었으면 하내요.
얼른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이쁜 와이프 수술도 해줘야 할텐데...
이제는 와이프 부모님만 저희를 받아주시면 좋을텐데,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방응이 없으시내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런 저희 양가집의 환대를 받으며 결혼할 날이 올 수나 있을런지...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제가 제일 사랑하는 제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