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한국사람들로 이루어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거의 반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데
예전 글에도 썼지만 도중에 문제가 있어서 회사 관둘려다가 사장,이사님등이출 회유 하셔서
맘을 바꾸고 2달 정도 더 일해봤는데 예전에 지적했던 문제점들(멘토 부재, 교육기간 전무, 잦은 야근,
평균이하의 수당 등등) 이 다시 꾸역꾸역 떠오르는군요.
저번에 관둘려고 했다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사장,이사,휴먼 리소스 매니져 등과 이야기 하고
합의점을 찾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오산이었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8시간 이상씩 컴퓨터에 앉아 있으면 능력이 0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스타일이라
오늘도 준비기간도 없는 무리한 스케쥴의 프로젝트와 씨름하느라 점심도 거르고
야근하다가 밤 10시가 가까워지며 집중력이 0에 가까워져
도저히 안될것 같다 라고 생각해 재충전하고 내일 마져 해볼까 해서 일 접고 들어가려고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퇴근하려고 하니
같이 있던 프로젝트 매니져 왈 `~~씨 뭐 그리 매너가 없어요?'
나: 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PM: 그걸 말로 해야 알겠어요?
나: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말씀해 주시죠?
PM: 이건 off the record 로 ~~씨와 나 사이에서만 말하는건데 한국 직장 에서는 보통 이런 경우 같이 어울리는 겁니다. 술먹을때 같이 먹고, 야근할때 같이 하고 하는 식으로요. 내가 봤을때 분위기 잘 맞춰서 협조하는 사람들은 일을 잘 못해도 짜르기 쉽지 않더라구요. ~~씨는 미국 직장에 있었으니 모를수도 있는데 한국 직장들은 ~~씨처럼 처신하면 '왕따' 당할수도 있고 매년 행해지는 퍼포먼스 리뷰에서 안좋은 점수를 받을수도 있어요.. 즉 회사에서 감원을 할 일이 생기면 1순위가 된다는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MS같은 곳도 별만 다를바 없는걸로 알아요.
나: (어이가 없지만) 아~ 네. 잘 알겠습니다. 미국 직장에서도 사람관계라는게 중요하긴 하죠.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PM의 머리속이 저렇다면 그건 이 회사의 문화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 회사는 더 있을 곳이 못된다는 확신이 들자 회사를 관둘까 말까했던 고민에 종지부를 찍어줘서 후련해지더군요.
한국에서 SI(System Intergration) 기업들이 악평을 받는데.. 현재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운 이런 저런 이슈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학국에서 욕먹는 SI기업들의 형태가 여기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에 한편으로 놀랐습니다.
입사첫날 사장님, 휴면 리소스 매니저, 팀장님과 같이 식사를 하는데 HR매니져가 ~~씨는 SI 쪽 파트에 속하게
됩니다 라고 말하니 그걸 듣던 사장님이 SI가 아니라며 정색하시던데.. 그때는 왜 그러지? 라며 이해가 안갔는데
그때 왜 사장이 SI라는 말에 정색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더군요.
현재 프로젝트 때문에 바쁠때라서 관두더라도 팀원이나 회사를 생각해 현재 프로젝트는 끝내고 관두려고 했는데 오늘
PM과의 대화후 이 회사를 위해 내가 지켜야할 의리는 없다는걸 확인하게 됬습니다.
그래도 1년은 버티면서 경력 좀 쌓고 관두려고 했는데 그냥 인턴 처럼 반년 정도 경력 쌓았다고 생각하고 다른데 찾아봐야 겠네요. 그런데 반년 일한것도 경력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번 크리스마스는 여유롭게 보내며 천천히 구직활동이나 해야될것 같습니다. 하여튼.. 미국에서
악명높은 한국식 SI 기업에서 일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네요.;
지금 구직활동하는 분들 화이팅! 저도 다음달 부터는 구직활동 시작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