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이라는 걸 하고 난 뒤로는
더더욱 나이를 셀 일이 없어졌더랬다, 주변에서 묻지도 않았으니.
근데 문득 세어보니 2022에 어느 덧 내 나이 36세,
대충 기억에 남는 거라곤 낄낄 술에 취해 있었던 것들 뿐인데
어느 덧 "불혹"이라는 숫자가 이제 가시권이다 ㄷㄷㄷ
2.
지난 2년 남짓 동안
제일 크게 바뀐게 한 가지를 꼽자면
식구가 하나 늘었다는 점.
이 말 못하는 원시인은
나름 자신의 방법으로 원하는 바를 꾸준히 요구하고,
특히 점차 물리적 힘을 쓸 수 있게 되면서는
그것에 더 큰 에너지를 쏟아가며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아빠와 엄마를 뒤흔들고자 노력한다
바로 이 포인트.
이제 나는 제법 내 에너지의 일부를 할애하여
이 친구와 대립하고 또 소통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간 내 삶에 있어서 고수해오던 어떤 리소스 할당 정책들에
이 친구를 한 꼭지로 추가하고 이에 따른 전체적 스탯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
3.
결혼을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 무엇인가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마치 그것을 행하면 죽는 사람마냥 소중히 고이고이 아껴왔더랬다
아, 중국 또한
2년 동안 밖에 잘 나가지 못하게 해서,
나의 소중한 몸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데 한 몫 했고...
무튼 그 결과,
온 몸에서는 지방이라는 녹이 끼기 시작했고
나름 돌아가던 알람 시스템이 정신을 차리라며 울려대기 시작...
4.
결국 이 모든 것의 콜라보가
최근 1년 동안에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했다
a) 이미 내 몸의 HP는 자의(?) + 타의(??)로 이미 쇠퇴해가는데,
b) 원시인에게 점차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면서도
c) 또 기존의 정책들은 최대한 유지하고자 욕심을 부렸으니
몸이 퍼질 수 밖에...
여기에 또 잠을 줄이다보니까
겨우 우물로 복귀했지만 채 HP 회복도 다 안 끝내고 나가 싸우는 격...
악순환의 반복ㅠㅠㅠㅠㅠㅠ
5.
이제는 더 이상 안되겠다고 다짐을....
이렇게는 절대로 오래 못 버티겠다고....
분명하게
이제 그간 지내 온 20대 때의 삶의 패턴과는 다른,
새로운 정책과 삶의 방향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
유재석 형님이 그랬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이 2개를 다 가질 수는 없겠더라고..
(중략)
이유는 단순해. 사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어.
뭔가를 포기해야 해.
6.
- 술 줄이기, 가급적 안먹기
- 살빼고 근육 다시 만들기
- 늦게 안 자도록 낮에 시간허비 않기
우선 살 뺄 때까지만이라도 금주
PT+홈트 다시 시작
할일 미루지 말고 빠리빠릿하게 다 헤치우기ㅠ
결혼한 이후로 저 역시 나이셀 일도 없어졌고(39이네요) 그 만큼 새로운 대인 관계를 만들지 못한데에서 오는 것도 크겠지요.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다보니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 보다 어리거나 직급이 낮아서 굳이 나이 들먹거리는 일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한 인간의 미래 역시 책임지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기가 굉장히 힘들어지는 요즘입니다.
저 역시 대만이랑 중국 쪽으로 자주 출장을 다니는 편인데 전 그나마 아이가 태어나고 출장이 줄어든 게 다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아내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좋더군요. 곧 출장길도 열리겠지만 그만큼 아이도 커가니까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들 이렇게 산다고 하는데 처음 겪는 아빠라 이래저래 실수도 많고
내가 그리 착한 인간은 아니구나 라고 느낄때가 있지만 그러면서 아이도 크고 저도 커가는 과정 중에 있지 않나 싶어요.
어차피 내가 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이래저래 함께하는 과정이니… 나중에 아이가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면 감정적으로 힘든 날들이 더 많다고 하니 지금을 즐겨야죠 뭐 ㅎ
대한민국 초보 아빠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