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면 메타크리틱이다, 리뷰평점이다, 이런걸 보면서 "아 이 영화는 평점이 높으니 볼만한가보네", "아 이 영화는 평점이 낮으니 안봐야지" 이런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게임, 영화뿐만 아니라 요즘엔 아마존에 올라오는 물건에도 평점을 매길 수 있더라고요.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적어도 게임과 영화에 평점을 주는 것은 옳지 않고, 더욱이 그 평점만 보고 자신의 구매의사를 결정하는 요즘 사람들의 방식은 악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 표현에 대한 비평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
저는 영화는 물론 게임도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하면 사람들은 뭔가 다가가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적"인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예술(art)란 문화적 표현 그 모든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인문계를 humanity혹은 arts라고 부르기도 하는 겁니다. 상업적이라고 해서 문화적 표현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루벤스는 상업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화가이지만 아무도 그를 보고 "그는 상업적으로 성공했기에 아티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 문화적 표현의 한가지 중요한 점은 바로 작품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컨셉중 하나가 바로 예술을 쌍방향 컨셉입니다. 작품은 언제까지나 관객이 보고, 그것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느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보지못하면, 그것은 완성된 작품이 아닙니다. 하나의 표현은 그것의 리액션을 받아야 비로소 조화를 이루고 완성되는 것이 예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평은 예술 행위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그래서 미술학이 있고, 영화학이 있고, 문화학이 있는 것입니다. 작품이 나오면 그것을 제대로, 논리적으로 연구하고 비평을 내려야 한 작품이 인정을 받는 것이고, 그로 인해 예술계 전체가 발전을 하는 것입니다.
이 비평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답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번에 설국열차가 나왔을 때 스토리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인터넷에서 펼쳐졌었죠. 그 문제의 답은 쉽습니다: 모두 다 맞습니다. 어느 한 작품을 보고 두 사람은 두가지 다른 결론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그 두 결론이 모두 나름 제대로된 논리로 뒷받쳐졌다면 그 두 결론은 맞다는게 됩니다. 이것이 예술의 묘미고, 예술의 본질입니다.
자 그럼 리뷰 점수에서 "점수"부분에 해당하는 "숫자"의 개념을 한번 봐 봅시다. 1 더하기 1은 2입니다. 2 더하기 2는 4입니다. 이 우주 그 어디를 가도 1+1이 3이 되는 곳은 없습니다. 숫자는 절대로 주관적일 수가 없고, 그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3은 3이라는 특정한 값을 나타내고, 4는 4라는 특정한 값을 나타냅니다. 수학에는 2개 이상의 정답이 없습니다. 수학엔 언제나 답이 있습니다.
자 그럼 비평과 숫자를 비교해 봅시다. 예를 들어 제가 친구 한명과 게임을 했습니다. 저는 그 게임을 무척 재밌게 했지만, 친구는 게임을 정말 재미 없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제 친구 모두 틀린사람은 없습니다. 다를 뿐이지요. 하지만 숫자는 다릅니다. 저와 제 친구가 길을 가다 여자 세명이 같이 걸어가는걸 봤을 때 누군가 옆에서 "여자 몇명이 걸어가고 있지?"라고 물어보면 답은 언제나 3입니다. 숫자는 언제나 맞거나 틀리거나입니다.
비평은 뿌리부터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하지만 숫자는 뿌리부터 객관적입니다. 하지만 이 둘을 같이 사용할 때는 논리적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한 리뷰어에게 5점이란 평균점수입니다. 하지만 그 리뷰어의 글을 읽는 관객에겐 5점이란 정말 재미없다라는 뜻입니다. 같은 5점인데, 뿌리부터 주관적인 의견과 같이 쓰려고한 나머지 의견을 전달하려는 사람과 그 의견을 받는 사람 사이에서 숫자 5가 전달하려고한 주관적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평점을 "비평의 요약버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주관적인 의견의 요약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여야합니다. 어느 한 리뷰의 요약은 "네, 이 작품은 볼만합니다" 혹은 "아니요, 이 작품은 별로입니다"가 되어야 합니다. 혹은 20자평이라던가요. 제가 그래서 로튼토마토 방식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별점을 주는 방식은 전혀 논리적으로 맞다고 생각하지 않고고, 별점만 보고 그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점수는 그것을 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이 하나도 없다
제가 위에서 말했듯이 게임과 영화는 문화적 표현입니다. 그리고 모든 문화적 표현은 여러가지 파츠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을 체험하는 관객들도 제각각 다른 부분에 더 중점을 둡니다. 예를들어 영화를 볼때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있고, 미장센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누구도 "틀린"것이 아닙니다. 다만 각각 하나의 작품을 보는데 중요시하는 부분이 다른 것이죠.
예를들어 다시한번 설국열차를 예로 들게요. 설국열차는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그다지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첫번째 싸움인 드럼통을 미는 씬의 굉장한 박력을 제외하곤 그다지 다른 영화와 비교해서 특출나게 재밌는 액션이 있는 것은 아니니깐요. 그리고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호불호가 가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도 이미 많은데다가 설정구멍도 여기저기 많이 존재하는 편이니깐요. 하지만 미장센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보면 설국열차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영화입니다. 예술팀의 거의 편집증적인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조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전부 멋지고 의미있게 스크린에 담은 것은 정말 만족할만 합니다.
그렇다면 설국열차에 대한 평은 이렇게 나뉠수 있습니다. "멋진 미장센을 가진 영화", "딱히 특출날 것이 없는데도 괜히 폭력적인 연출", 혹은 "너무나도 지루하고 클리셰로 가득찬 스토리". 이 모두 리뷰어들이 설국열차를 봤을 때 느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인 근거를 베이스로 비평을 했다는 전제하에) 이 중 틀린 평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 리뷰어들이 모두 점수를 줬다고 해봅시다. 첫번째 리뷰어는 8점, 두번째 리뷰어는 7점, 세번째 리뷰어는 6점. 이 점수들이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이 리뷰어의 생각엔 이 영화는 9점 영화인것 같다"라는 뜻만 있습니다. 9점 영화라는게 아무 의미없다는 것은 둘째치고, 왜 이 영화가 9점이고, 7점이고, 6점인지 점수만 보면 절대 알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만약 스토리보다 미장센을 중요시하는 관객이 세번째 리뷰어의 6점을 보고 설국열차를 안봤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이게 바로 평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왜 평점을 멀리하고 비평 그 자체를 읽어야하는 것에 대한 이유입니다.
왜 메타크리틱은 신뢰하면 되지 않나
별 듣보 사이트들이 점수를 메타크리틱에 올리면서 유명 유투버들의 점수는 안올라오는 것은 둘째치고, 메타크리틱의 문제점은 제가 이미 말한 "주관적인 의견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와 "모든 관객과 리뷰어들의 주관적 관점은 다르다"가 합쳐서 발생합니다. 이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각각의 평점들도 별 의미가 없고 관객들의 사고를 흐트려놓는데, 별의미없는 평점들을 모아서 평균을 내면 그것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메타크리틱의 가장 큰 모순은 객관적인 점수를 관객들에게 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주관적인 것은 절대 객관적인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불가능해요. 위의 세 리뷰어들의 평점들을 모아서 평균을 내면 7점입니다. 그 7점이 뭘 의미합니까? 아무것도 의미하는게 없습니다. 그냥 세명의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낸 모순적인 숫자를 모두 더한후 3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7점은 그 영화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 모든 리뷰어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도 아닙니다. 주관적인 것을 객관적인 숫자로 바꾸면서 잃어버린 비평의 의미는 그 숫자들의 평균을 구한다고 갑자기 다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위에 5점을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리뷰어가 어떤 게임을 해보고 "음 이건 평균적이네"하면서 5점을 줬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7점을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리뷰어가 똑같이 "이건 대충 할만하네"하면서 7점을 줬습니다. 드 둘의 평균은 6점입니다. 하지만 만약 8점을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가 메타크리틱에서 6점이라는 평균을 보면 "정말 재미없나보네"하고 무시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 게이머가 같은 게임을 공짜로 구해서 해본 다음 "대충 괜찮네"하면서 8점을 줬습니다. 이 경우엔 셋다 같은 의견을 가지고도 숫자로 나타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러면 이 숫자들을 보으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당연히 아무의미 없습니다.
하지만 메타크리틱은 모든 리뷰어들이 다른 평점 기준이 있다는 것은 무시하고 무조건 평균에만 직찹합니다. 마치 그 평균이 주관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듯이 말이죠. 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며
왠만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한 작품을 보든 상관안하는 취지지만, 평점에 목매다는 사람들은 볼때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 사람이 숫자라는 환상에 빠져 무턱대고 하나의 작품에 점수를 매기면서 사실 자신이 좋아할 수도 있는 작품을 체험도 안해보고 무시해버리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 평점이라는 모순적인 개념에 의해 게임계, 영화계가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영화계는 그나마 낫습니다만, 게임계의 평점과 메타크리틱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은 혐오감을 불러올 만큼 심각합니다). 게임의 성공이 모순적인 개념에 좌지우지되고, 한 작가의 문화적 표현 능력이 고작 숫자 하나로 평가되고, 결국 그 숫자로써 그 작품이 세상에 각인 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상이 참 안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