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메리칸즈 (The Americans)
지금 막 시즌2 에피소드5까지 나왔습니다.
1980년대 초반, 레이건 행정부 시절 워싱턴 DC에 살고 있는 KGB 간첩부부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정말 재밌습니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배경도 좋고.
액션도 멋있고, 공작원 일 하는 것도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특히 80년대에 맞게). 클리셰에 빠질 것, 빠질 것하면서도 절대로 안빠지는데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씁쓸한 현실을 전달합니다.
스토리도 생각지도 못한 전개를 보여줄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안갈정도는 절대아닙니다. 오히려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게 브레이킹 배드가 생각날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플롯라인이 그냥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기계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마다 정말 많은 감정들을 의미하면서, 결국 그 감정들이 다 모아지고 그게 또 하나의 큰 테마를 만들어가는걸 보면 각본진의 장난 아닌 내공이 느껴집니다. 여기저기 난무하는 아이러니컬한 대사도 그렇고... 정말 플롯이 꽉차면서도 너무 성급하지도 않고, 깊이도 무진장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난해하지는 않은 웰메이드 드라마네요.
보다보면 왕좌의 게임처럼 여러 스토리라인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는게 느껴지는데, 개인적으로 왕좌의 게임은 (적어도 시즌 3까지는) 여러 스토리라인이 그다지 하나의 연결된 스토리라는 점이 크게 와닿지가 않는 반면 (그거야 당연히 각각 따로 노는 성격일 때가 많으니...), 디 아메리칸즈는 모든 플롯라인이 연결되어 있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리얼리즘을 반영하는 하나의 장치로써 외국어를 거의 안쓰고 대신 외국인이 악센트 섞인 영어를 쓰는 다른 일반 미드와 달리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어로 말할 상황에선 무조건 러시아어만 씁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장감이 정말 잘 느껴집니다. 게다가 로스트(...)처럼 이상한 악센트가 아닌 실제 러시아어를 쓰는 배우들을 기용해서 그런지 퀄리티가 후덜덜.
시즌1이 그냥 "오 재밌네"하면서 시작하다가 끝에 가선 홈랜드 시즌1 정도의 완성도(=요 근래 최고의 첫 시즌)를 보여줬는데 시즌2는 거기에서 더 제대로 되어가네요. 게다가 요즘 보면 오히려 홈랜드(조국)보다 더 "조국"이라는 테마를 잘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게....
암튼 강추!
왕좌의 게임보다 재밌음.
이대로 간다면 브레이킹 배드정도의 퀄리티가 나올 수도.
참고로 지금 시즌2가
로튼토마토: 97% (리뷰 37개)
메타크리틱: 88 (리뷰 30개)
입니다. 메타로는 한니발 시즌 2, 트루 디텍티브, 셜록 시즌 3와 같고, 로튼은 한니발(100%, 리뷰 22개)과 리턴드(100%, 리뷰 31개)를 제외하면 이번 시즌 톱중 하나입니다.
지금 현재 이 드라마만큼 무거운 테마(반전주의, 조국, 냉전, 가족)를 이렇게나 잘 표현해내는 드라마는 거의 없는 것 같네요. 있어봤자 트루 디텍티브, 한니발, 렉티파이, 리턴드 정도...
게다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굉장히 미묘한 의미를 가진 드라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레이트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