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대한항공으로 한국에 오면서 13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영화 5편을 봤습니다.
대한항공에 퀄리티 좋은 영화들이 꽤 많이 상영되서 좋더군요.
그래서 이 기회에 저번에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 +@를 봤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5편 모두 굉장히 재밌게 봤네요.
네브라스카 (Nebraska)
5편의 영화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입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데리고 (가짜) 복권 상금을 타러가는 아들의 이야기인데요, 로드트립적 분위기도 그렇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등장하는 콩가루 집안 이야기도 굉장히 잔잔하게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적으로 다가옵니다. 엔딩도 훈훈하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참 적절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필로메나의 기적 (Philomena)
수녀들에게 빼앗긴 자신의 아들을 50년 후 찾으려는 여성과 그녀를 돕는 저널리스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게 본 작품인데요, 이런 류의 휴먼 드라마가 빠지는 클리셰를 과감히 무시하고, 오히려 극이 진행될수록 미스테리의 느낌이 날 정도로 흥미진진한 플롯을 자랑합니다. 소소한 연출이 주가되는 지극히 영국스러운 영화다운 점도 그렇고 (감독이 <퀸>의 감독인 스티븐 프리어입니다), 주디 덴치의 백치미 할머니 연기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저 아들 찾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풀어내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종교와 용서라는 주제를 심도깊게 풀어낸 작품이기도 하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레고 무비 (The Lego Movie)
처음에는 패러디에만 올인한 영화처럼 보였지만, "실제 현실"과 대조하면서 풀어낸 클라이맥스는 그 이상의 테마를 보여줍니다. 시니컬하면서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매뉴얼 vs. 개조파"라는 테마를 근원부터 분석하며 보여주고, 패러디도 퀄리티 높은 패러디가 많은지라, 그저 레고로 만든 스톱모션 노가다에 감탄하는 것 뿐만이 아닌, 영화적 깊이와 엔터테인먼트도 충분히 갖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 (Saving Mr. Banks)
메리 포핀스 실사화에 얽힌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메리 포핀스의 원작가인 파멜라 트레버스를 중심으로 자신의 과거와 월트 디즈니와 실사화를 추진하는 현재의 상황이 적절히 교차되면서 극이 진행됩니다. 플롯이 너무 센티멘탈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마지막의 감정적 카타르시스와 엠마 톰슨의 완벽한 연기가 그 모든 것을 무마시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콜린 파렐이 좋은 역을 맡았네요.
차이니즈 퍼즐 (Casse-T?te Chinois)
정말 기대하지도 않고 본 프랑스 영화지만, 결과는 요즘 본 로맨틱 코미디중 가장 재밌게 본 영화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가 중구난방에 한가지 "일직선"의 플롯 구조도 전무하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복잡한" 이벤트들 덕분에 관객들이 햇갈려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스토리가 진행이 안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영화가 전하는 테마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 류의 플롯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는 골때리면서도 절묘한 시나리오들은 이 영화의 매력을 더욱 더 올려줍니다.
p.s. 트릴로지중 3번째이자 완결편이라더군요. 하지만 이번 편으로 시작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과거 이야기를 설명합니다.
다는 못보더라도 몇개는 챙겨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