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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영화리뷰] 블루 루인 (스포無) (2) 2014/05/07 PM 02:29

제목: 블루 루인 (Blue Ruin)
감독: 제레미 솔니어 (Jeremy Saulnier)
개봉일: 2014년 4월 25일 (미국)
장르: 스릴러

<에너미>에 이어 제가 올해 두번째로 본 인디영화입니다. 킥스타터로 시작한 영화로 처음에는 같은 킥스타터 작품인 <베로니카 마즈>만큼의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작년 칸 영화제에서 방영되자마자 좋은 평을 받은 영화로, 킥스타터로 시작한 영화중 지금까지 평가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한 영화입니다. <블루 루인>은 (작중 등장하진 않지만) 독한 술인 진(gin)의 한 종류로써, 복수극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보여주는 불굴의 복수심보다 주인공의 나사빠진 행동과 서서히 무너져가는 진실이 영화의 중심을 꿰뚫는 것을 생각하면 탁월한 제목선택입니다.

<블루 루인>은 홈리스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자신의 가족을 파탄나게한 살인자가 교도소에서 석방된다는 것을 알게되자 복수를 다짐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영화의 첫부분은 거의 대사가 없이 주인공의 행동으로만 보여주는데요, 이런 행동을 디테일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줌으로써 말해주는 스토리가 아닌 보여주는 스토리로써의 전체적인 영화톤을 확립시킵니다. 어찌보면 영화를 진행하는데 "대사"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블루 루인>은 그런 방식을 굉장히 철저하게 따르고 있구요.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도 스크린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기묘한 스릴감이 존재하게 만들어 감성적으로는 긴장감에 피가 마르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차분한, 이런 기묘한 균형을 맞추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파란 폐허"라는 제목답게 <블루 루인>도 "파란색"이라는 모티프에 신경을 많이 쓴게 보입니다. 예를들어, 주인공이 숙식을 해결하는 차는 녹이 슨 파란 차입니다. 이 차가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인생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면, <블루 루인>이라는 제목은 더욱 더 와닿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차와 같이 심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소외된 자입니다. 자신의 입으로 "난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조용한 성격이고, 그렇지만 차갑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나사가 빠진, 장르가 달랐다면 오히려 개그 캐릭터로 설정될 만한 성격의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타고 다니는 "파란 폐허"는 자신의 인생과도 같이 볼품없으면서도 집착해야하는, 주인공의 인생과 그가 쫒는 복수를 꼼꼼히 탐구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블루 루인>이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대사를 제외한 다른 모든 방법입니다. 솔니어 감독은 꼭 필요한 대사가 아니면 관객들에게 대사를 주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그것을 조용한 성격의 주인공의 시점에서 극을 진행하면서 이 복수극을 굉장히 개인적인 일로 구성합니다. 하지만 대사가 없는 대신 시각적인 방식과 청각적인 방식, 특히 효과음의 연출을 중요시하여 긴장감을 극대화 시킵니다. 그리고 긴장감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시점으로, 주인공이 보고 듣는 것만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작품이기에, 관객들이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껴주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거기에 주인공 역의 메이콘 블레어는 비사회적인 홈리스를 철저하게 연기하여 원맨쇼나 다름없는 영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갑니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주인공이 깨닫는 것은 바로 복수 그 자체의 의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블루 루인>은 최근 그 어떤 복수극보다 복수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탁월하게 합니다. 누구를 위하여 복수를 하는가? 내가하는 복수가 과연 정당한 일인가? 나에게 복수란 다른 사람에겐 어떤 의미를 가질까? 피폐해진 주인공이 몸을 이끌며 극을 진행할때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런 묵직한 의문들을 넌지시 던집니다. 그리고 엔딩조차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내러티브적 카타르시스보단 "복수"라는 테마에 감독 나름의 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모든 것은 촬영감독 출신인 솔니어 감독 답게 시각적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에게 비춰집니다. 인디 영화답게 스케일이 크지도 않고, 드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아니며, 딱히 특기할만한 카메라 워킹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만, <블루 루인>의 비주얼은 "폐허"라는 제목답게 잔잔히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그리고 이런 비주얼이 <블루 루인>이 만들어낸 푸른 색의 복수라는 느낌을 더욱 더 잘 전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블루 루인>은 결국 다른 복수극들과는 굉장히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복수극의 불문율인 "주인공이 정의다"라는 법칙을 깨버리고, 다른 복수극들이 깊이없이, 수박겉핥기식으로만 훑어보는 "복수" 그 자체의 의미를 정말 철저하게 분석하고 탐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루 루인>은 다른 복수극들과는 다르면서도 복수극의 본질을 꿰뚫어 관찰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마 다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면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나, 철저히 철학적인 예술 영화가 나왔었겠지만, 솔니어 감독의 꼼꼼한 스타일이 <블루 루인>을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러로써도 완성도가 높고, 작품적으로도 깊이가 있는 영화로 태어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촬영감독 출신인 월리 피스터 감독의 <트렌센던스>가 비평으로 쪽박을 면치 못했지만, 역시 촬영감독 출신인 솔니어 감독의 <블루 루인>을 생각해보면 촬영감독이 좋은 감독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딱히 불가능한 일은 아닌가 봅니다.

한줄평: "파란 폐허 사이 속에서 존재하는 복수 그 자체의 의미를 탐구하다."



영화를 본 것은 4월 30일이였지만 바빠서 그런지 이제서야 리뷰를 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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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들히햇반    친구신청

파란 색을 생각하니, 영화 One Day 가 생각나네요. 처음 인트로 한참까지 차가운 느낌의 푸른 색이 인상적이었는데 ^^. 리뷰 잘 보았습니다. 흥미있어 보이네요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전 파란 색하면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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