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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영화] [DAY03] 프리스티지 (The Prestige, 2006) (6) 2014/05/09 AM 12:53

제목: 프리스티지 (The Prestige)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제작년도: 2006년
장르: 드라마, 미스테리, 스릴러

아마 현세대 감독들 중 놀란 감독만큼 영화라는 매체와 환상/스펙터클의 연관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흔히들 놀란 감독을 포스트 스필버그라는 말로 많이들 묘사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스필버그도 계산적인 스펙터클로 관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영화라는 매체와 스펙터클의 연관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이나 놀란 감독 둘 다 "관객들을 놀라게한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계산된 연출을 짜며, 그것을 탁월히 해내기 때문에 거장이란 칭호를 받은 것이죠. 예를 들어, 놀란 감독 작품중 이런 계산적 연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다크 나이트>의 연필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란 감독은 이 짧은 씬에서 하나의 마술 트릭을 통해 한방울의 피도 없이 오로지 연출만으로 조커의 성격과 시각적 충격, 그리고 서스펜스를 한꺼번에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프리스티지>도 똑같이 "마술"에 관한 영화입니다.

<프리스티지>의 첫 장면은 이런 놀란 감독의 스펙터클에 대한 이해도를 전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이클 케인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는 "마술"이라는 장관의 계산적 이론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구도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그리고 교차편집으로 이어지는 휴 잭맨의 마지막 마술쇼는 영화의 전체적인 "마술"을 시작합니다. 놀란 감독에겐 어찌보면 영화란 "마술"이고, 그런 의미에서 놀란 감독에게 <프리스티지>는 자신만의 영화 철학을 뽐내기 위한 적절한 놀이터였을거라 생각합니다.

<프리스티지>는 겉보기에는 마술쇼에 관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실제로 다 보면 그 멋진 마술쇼 밑에 자리잡고 있는 두 인간의 추한 경쟁을 보여주죠. 하지만 그런 내러티브적 테마 밑에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스펙터클 그 자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놀란 감독은 마술이라는 매개체로 두 인간의 파국으로 치닻는 경쟁이라는 내러티브적 중심뿐만 아니라, 영화의 연출 그 자체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거대한 패러디를 만들어 영화가 두개의 중심을 가지고 있게 만듭니다.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평범함, 서스펜스, 그리고 스펙터클의 삼박자입니다. 그 중 제목인 "프리스티지"가 뜻하는 것은 마지막에 나오는 스펙터클이죠. 하지만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마술쇼 답게 이 삼박자를 잘 계산된 페이스로 차근차근 밟아갑니다. 영화 내에서 보여주는 모든 반전들은 하나의 스펙터클, 혹은 "프리스티지"로써, 관객들에게 쾌감과 허무함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서스펜스는 놀란 형제의 탁월한 각본에 의해 철저하게 계산된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고, 서스펜스 후에 선사되는 스펙터클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시킵니다. 예를 들어, 영화 대부분은 이중 액자식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인해 관객들은 감독에 의해 기묘하게 뒤틀린 두 명의 시점을 아무 의심없이 따라가게 되고, 이런 구조는 결국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모든 마술은 결국 철저하게 계산된 속임수고, 영화도 결국 철저하게 계산된 연출에 이끌린 관객들이 마지막에 감독이 선사하는 스펙터클(혹은 "프리스티지")에 호응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한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마술"을 주제로하는 영화답지 않게 <프리스티지>의 중심에 있는 트릭의 설명은 의외로 허무할 정도로 간단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놀란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니였을까요. 마술이란 끝이 전부가 아니라 그 사이가 더 중요한 것이고, 영화또한 마지막 반전이 전부가 아니라 그 반전까지 가는 여정도 똑같이, 혹은 더욱 더 중요한 부분이죠. 그리고 마지막 두 인물들의 상반된 상황으로 보면 이것이야 말로 놀란 감독이 <프리스티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가장 큰 테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줄평: "마술쇼를 패러디한 마술쇼, 영화를 패러디한 영화."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내일의 영화는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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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들히햇반    친구신청

테슬라에 관한 이야기도 살짝 나오면서 보는 재미를 추가시킨게 흥미있었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ㅎㅎ

문화충격    친구신청

어 쩡나눔 글인줄....부들부들

흠냐뤼    친구신청

+1

Egyptian Blue    친구신청

마이피에 좋은 정보 남겨주고 가셨더라고요. 감사합니다.
프리스티지 개봉 당시에 봤을 때는 그냥 끝이 허무한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화려하게 겉으로 보이는 것 이면의 허무 같은 걸 의도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니 감상이 달라지는군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30일 계속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후후 감사합니다.
저도 조도로프스키란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했다가 님 글보고 좋은 정보를 알고 갔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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