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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영화] [DAY10] 셰인 (Shane, 1953) (0) 2014/05/16 AM 02:31

제목: 셰인 (Shane)
감독: 조지 스티븐스 (George Stevens)
제작년도: 1953년
장르: 서부극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물어보면 흔히들 스토리라고 답합니다. 좋은 스토리가 받쳐주지 않으면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영화는 그저 연속으로 화면에 비춰지는 샷들의 집합체일 뿐입니다. 이 집합체를 일관성있게 묶어주어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탈바꿈 시켜주는 것이 바로 내러티브 영화에서 스토리가 가지는 위치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분들이 복잡하거나 특이한 스토리를 한 영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셰인>의 스토리는 참 심플합니다. 영화학에서 "서부극"을 배울 때 <셰인>을 자주 예로 드는데, 장르 영화로써 탁월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셰인>은 서부극 클리셰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서부극이기 때문이죠. 딱히 스포일러를 논할 건덕지도 없을 정도로 <셰인>은 충실히 관객들이 기대하는 길만 고집하며, 엔딩도 서부극 클리셰에 걸맞게 끝납니다. 이렇게 봤을 때 <셰인>은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분들이라면 그다지 흥미를 느낄 수 없는 영화입니다. 보고나서 곱씹어보면 장르 영화중 내러티브 클리셰가 가장 눈에 띄는 서부극인데다가, 그걸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인 줄거리는 정말 별거 없거든요.

하지만 영화란 스토리가 전부가 아닙니다. 소설에서도 그렇듯이 언제나 그 스토리가 어떻게 전달되는가도 똑같이 중요하며, 이런 연출 방식으로 영화의 깊이가 결정됩니다. <셰인>은 스토리는 굉장히 심플하지만 조지 스티븐스 감독은 영화 곳곳에 내포되어 있는 심벌리즘과 스토리 자체의 묵직한 둔탁함으로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전체적인 시대상을 스크린에 펼쳐 보입니다.

<셰인>을 꿰뚫는 테마는 바로 "고향"과 "어린아이"입니다. 고향이 주 테마인 서부극이야 널리고 널렸지만 어린아이, 혹은 젊은 세대를 테마로 삶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데요, <셰인>은 아예 어린 꼬마인 조이의 시점으로 많은 일들이 묘사가 될 정도로 어린아이라는 테마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조이에겐 셰인은 영웅이고, 어릴 적 우리가 영화에서 멋지게 나오는 영웅들을 응원했듯이 조이도 자신의 눈으로 보기엔 영웅인 셰인에 대한 동경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셰인은 무조건 정의라기보단 영화 여기 저기에 인격적으로 어느정도 문제가 있다는 암시가 있습니다. 한번은 참지만 결국 울컥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있고, 실제로 자신의 총을 사용하는데 본능적으로 흥미를 가집니다. 셰인이 조이에게 총을 가르쳐 주는 장면도 이런 세인의 내면을 암시하고 있죠. 결국 셰인의 영웅화된 캐릭터는 전적으로 조이에 의해 묘사됩니다. 그리고 이런 시각은 진 아서가 연기한 조이의 어머니인 마리안이 원하는 롤모델과는 정반대이죠. 셰인은 영웅이면서도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겐 불필요한 영웅상이고, 실제로 셰인이라는 서부극 전형적인 영웅이 영화 끝에서 퇴장하는 걸로 조이의 삶에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은 추억으로만 남게 됩니다.

이는 영화가 카메라에 담은 드넓은 대지와도 함께 비교됩니다. <셰인>은 영화 기술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바로 <셰인>을 기점으로 영화들이 와이드스크린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영화 자체가 와이드스크린으로 찍은 것은 아니지만, 유명극장에선 와이드스크린으로 상영을 한 작품입니다). 이 와이드스크린으로 <셰인>은 숨막힐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자연앞에 서로 싸우며 살아가는 인간을 보면 굉장히 작고 의미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악역인 라이커 형제의 대사는 ("우리가 여기 처음와서 인디언들이랑 피를 흘리며 싸워 안전하게 만들었지. 뒤따라온 네놈들은 무슨 권리가 있다는 거야!") 드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정착민들과 이주민들 간의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를 암시하죠. 그런 의미에서 "방랑자"인 셰인은 스토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셰인도 어찌보면 새로 정착한 이주민이고, 그런 셰인이 이 마을에서 마지막 남은 폭력적인 인물들과 대결 후 떠나는 것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폭력의 역사를 끊고 남은 이들(즉 이제 자라는 세대)에겐 평화로운 미래를 남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출이기도 합니다.

결국 조이의 마지막 대사이자 서부극 불멸의 대사중 하나인 "돌아와 셰인!"은 떠나는 영웅이 뒤돌아보기를 바라는 어린아이의 바램뿐만이 아닙니다. 셰인은 우리 모두가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는 미화된 영웅에 대한 동경의 상징이라 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조이의 마지막 대사는 현실은 더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추억이라는 이름 하에 조금 더 야만적이였던 그 시절을 무작정 동경하는 것에 대한 씁쓸한 비평이 아닐까요.

한줄평: "평범함을 고전으로 해석하다."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벌써 30일 중 1/3이나 봤네요. 처음 시작했을 때 과연 가능할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페이스로 가면 왠만하면 30일 안에 실제로 끝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다음 10일 동안 볼 영화들 리스트를 보니 머리 꽤나 아프겠네요.
오늘 사실 <셰인>만 본 게 아니라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도 봤습니다. 딱히 보려고 했던 게 아니라 갑자기 삘이 와서 보게된 것인데요, 다른 분들이 왜 최고의 영화중 하나라고 말하는 지 이해가 가더군요.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였습니다.

내일의 영화는 찰리 채플린 감독의 <모던 타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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