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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영화] [DAY22]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2001) (4) 2014/06/01 AM 04:26

제목: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감독: 데이빗 린치 (David Lynch)
제작년도: 2001년
장르: 필름 느와르, 미스테리, 드라마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시작하는 오프닝 샷은 흥겨운 음악에 여러 커플들이 춤추는 장면을 CG로 합성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이 서서히 다음 샷으로 디졸브가 되면서 보여지는 것이 바로 주인공을 맡은 나오미 왓츠가 시상식을 보이는 곳에서 미소를 짓는 장면이죠. 하지만 이 샷은 결국 완전하게 보여지지 못한 채 바로 다음 샷으로 디졸브가 되어 사라집니다. 다음 샷은 카메라 침대를 천천히 관찰하다 배게에 빠져들며 페이드 아웃하는 장면으로 마치 관객들을 꿈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이윽고 나오는 크레딧 씬은 리무진이 로스 앤젤레스에 위치한 멀홀랜드 드라이브라는 길을 올라가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로스 앤젤레스에 위치한 길 이름인데요, 로스 앤젤레스와 헐리우드의 전경이 보이는 길입니다. 실제로 영화 첫 크레딧 씬은 리무진이 올라가는 샷과 로스 앤젤레스의 전경을 서로 교차시키며 디졸브를 하며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이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헐리우드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선 헐리우드의 상징인 헐리우드 사인이 굉장히 잘 보이고, 어떤 의미로는 '헐리우드의 지배자'들이 사는 곳인거죠. 한마디로 이제 막 헐리우드에 도착한 신인 배우로썬 그야말로 꿈만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데이빗 린치 감독은 이런 '꿈'과 꿈이 보여주는 '환상'이라는 테마에 집중합니다. 오프닝 씬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첫 춤추는 장면은 마치 그린 스크린을 뒤에 두고 연기하는 배우처럼 보이기도 하고, 헐리우드에서 연기한다는 행위를 무척이나 가볍고 즐겁게 표현하고 있죠. 그리고 디졸브되며 나오는 장면인 시상식 장면이야 말로 헐리우드에서의 성공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침대에서 배게에 빠져드는 장면은 관객들을 이런 '꿈의 세계'로 이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올라가는 리무진의 모습이야 말로 헐리우드라는 '꿈의 세계'로 가는 차인 것이죠.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가장 대중적인 해석은 아마 린치 감독이 본 헐리우드라는 장소에 대한 묘사일겁니다. 이 영화에서 로스 앤젤레스와 헐리우드를 보여주는 탑뷰가 굉장히 많은데요, 린치 감독은 이런 전경에서 도시의 세련됨, 혹은 도시적 센티멘탈리즘보다는 도시라는 거대한 장소가 본래 가진 이질감과 적대감을 전달하는 데에 주력합니다 (이런 느낌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4년 신작 <에너미>에서도 비슷한 연출로 구현됩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다른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린치 감독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하는 불안한 사운드트랙을 사용하여 이런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주는 것이죠.

영화에서 헐리우드란 '꿈'의 장소를 뜻하긴 합니다. 나오미 왓츠가 신인 배우로써 로스 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에 같이 앉았던 노부부와 인사를 하면서 떠나는 장면은 어린 아이가 동경하던 곳에 처음으로 온 것과도 같이 화기애애하고 희망에 가득 찬 분위기로 묘사됩니다. 한가지 특별한 것은 바로 나오미 왓츠의 연기 방식인데, 처음에 그녀는 이상하게도 4,50년대 헐리우드 황금기 시절 여배우처럼 감정 표현을 합니다. 언제나 나긋나긋하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죠.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 수록 그녀가 보여주는 광기어린 연기는 헐리우드에서 배우들의 연기 방식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점점 무너져내리는 꿈의 경계를 뜻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화는 중반까지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주인공과 리타라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성이 함께 헐리우드를 돌아다니며 리타의 기억에 대한 미스테리를 푸려고 하는 미스테리 장르 영화로 진행됩니다. 실제로 여기까지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느와르스럽고 (리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팜므 파탈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대부분의 씬들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죠. 그리고 이렇게 리타와 함께 미스테리를 푸려고 하는 주인공이 하는 대사중 하나가 "영화에서처럼 같아!"라는 감탄인데, 이 대사야 말로 영화의 초중반을 꿰뚫는 대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영화의 첫번째 반이 주인공이 꾼 '꿈'이라면, 그녀는 '영화'라는 꿈을 꾸고 있고, 그녀에게 헐리우드란 모험이 가득 찬 달콤한 꿈이면서도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의미에서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실렌시오라는 극장에서 펼쳐지는 쇼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쇼는 노골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패러디하는데요 ("이 모든 것은 테이프다"라는 대사가 본질적으로 레코딩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를 굉장히 잘 묘사하고 있죠), 쇼의 진행자는 관객들에게 이 쇼는 환상이란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어 현실과도 같은 꿈이란 곳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탈출하도록 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 진행자가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장면은 꿈이라는 환상의 공허함을 노골적으로 시사하죠.

그리고 펼쳐지는 '현실'은 어찌보면 더욱 더 '꿈'만 같습니다. 그것도 그냥 꿈이 아닌 '악몽'이라 할 수 있죠. 주인공은 자신이 상상한 도피주의적 '꿈'에서 벗어나 악몽과도 같은 현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신인 배우이면서 엄청난 연기력으로 유명 배우에 눈에 띄게 된 그녀의 '꿈'에서의 자신과는 달리, 현실에선 아직도 그저 무명 배우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할 예정이고요. 이렇게 악몽과도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무의식 속의 환상들이 펼쳐지게 되며 영화는 점점 더 몽환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현실이면서도 꿈보다 더욱 꿈같다니, 헐리우드라는 현실이 만들어낸 짓궂은 아이러니인 것이죠. 꿈을 만드려 하지만 결국 현실과의 괴리감은 커져만 가니깐요. 그리고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실렌시오 극장으로 돌아옵니다. 현실조차 환상이 되어버린 것이죠.

영화를 보고 아마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것은 ("도대체 뭔 말이야?"를 제외하고) 아마 "어디서부터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꿈인가"일겁니다. 꿈이라는 요소를 영화화한 영화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아마 놀란 감독의 <인셉션>일텐데요, <인셉션>에서의 꿈은 정해져 있는 룰이 있다면,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꿈에는 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이한 느낌은 특히 영화 후반부의 몽환주의적인 편집과 함께 관객들을 급습합니다. 가면 갈 수록 영화는 신빙성을 잃어가고 점점 추상적으로 변하는 것이죠.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꿈과 현실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테마에 집중한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적절한 연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출은 영화가 정말 여러 방면으로 분석될 수 있게 만들었죠. 그리고 린치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한 똑부러진 해답을 안내놓은 이상, 사실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관객들마다 제각기 다를 수 밖에 없고, 또한 달라야 정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꿈과 현실 사이에 정상적인 답이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한줄평: "꿈과 악몽. 현실과 환상.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교차하는 곳, 헐리우드."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내일의 영화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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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n-`s Seoul    친구신청

감독이름이 데이빗 런치(Lunch)로 오타났네요.

로스트하이웨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인랜드 엠파이어를 아우르는 뭔가 다른듯하면서도 비슷한 규칙같은게 있는 것 같더군요. 한 번 봤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정리한 글을 본다던지 하면 어느정도 정리는 되더라구요. 린치감독이 구성을 어떤식으로 하려했는지 파악하시려면 로스트 하이웨이도 보시길 권합니다.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추천 감사드립니다!
멀홀랜드를 감명 깊게 봐서그런지 린치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싶어지네요.

인랜드 엠파이어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로스트 하이웨이도 봐야겠군요.

아꾸세루    친구신청

멀홀랜드까지는 그래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인랜드는 뭐...도대체...도대체..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후후 그런가요
난해한 것도 그렇게 싫어하지만은 않아서 그런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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