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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영화] [DAY26] 판타스틱 Mr. 폭스 (Fantastic Mr. Fox, 2009) (4) 2014/06/14 PM 02:40

제목: 판타스틱 Mr. 폭스 (Fantastic Mr. Fox)
감독: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
제작년도: 2009년
장르: 애니메이션, 코미디, 드라마

< 판타스틱 Mr. 폭스>는 로알드 달 작가(<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 <그렘린>)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첫 애니메이션 도전작입니다. 로알드 달 작가는 본래 아이의 시점에서 본 소설들을 많이 썼는데요, <판타스틱 Mr. 폭스>는 약간 다르게, 아버지의 시점에서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론 로알드 달 작가 특유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웨스 앤더슨 감독 또한 인공적인 미장센으로 동화적 느낌을 캡쳐하는데 능한 감독인 걸 생각해보면 이 둘의 조합은 왜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전문 치킨털이범인 미스터 폭스가 자신의 아내와 함께 닭을 훔치는 씬으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아주 시작부터 웨스 앤더슨 감독 스타일을 자랑하는데요, 실제로 앤더슨 감독이 즐겨쓰는 대칭에 대한 집착과 직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로 스토리를 시작하여 자칫 평범한 가족 영화가 될 수 있는 이 이야기에 색다른 향기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이 겉으로는 가족 애니메이션같은 이야기 또한 웨스 앤더슨 특유의 갑작스럽고 날카로운 현실적인 대사와 함께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하죠. 만약 <문라이즈 킹덤>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인공적인 미장센과 미묘하게 현실적인 배경 설정의 괴리감으로 유머 센스를 이끌어 내었다면, 애니메이션인 <판타스틱 Mr. 폭스>는 애니메이션이란 특징을 이용하여 이런 괴리감과 그로 인한 유머를 더욱 부각시킵니다.

그 런 의미에서 <판타스틱 Mr. 폭스>는 그런 웨스 앤더슨 감독 스타일을 바로 애니메이션, 그것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미니어쳐를 자주 사용하여 인공적인 느낌을 만들어내는 앤더슨 감독에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말그대로 '미니어쳐만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감독이 선호하는 인공적인 판타지와 미묘하게 현실적인 디테일이 공존하는 괴리감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가족 애니메이션의 탈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아들이 아닌 아버지로 내세웠다는 것도 이런 앤더슨 감독의 묘하게 현실적인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반영하는 것이겠죠. 어른이라는 캐릭터야 말로 감독이 원한 미묘한 현실감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으니깐요.

<판타스틱 Mr. 폭스>는 마치 픽사의 <인크레디블>이 생각나는 구조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인크레디블>이 영웅이라는 아이콘에서 은퇴한 아버지가 자신의 옛 영광을 그리워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스토리를 다루는 반면, <판타스틱 Mr. 폭스>에선 자식때문에 도둑의 길을 접어야 했던 아버지가 비슷한 딜레마에 빠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인크레디블>에선 아버지와 자식들간의 유대감이 서로 간의 동질성(슈퍼 히어로 능력)으로 상징되었다면, <판타스틱 Mr. 폭스>에선 정반대로 아버지와 자식이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설정으로 부자관계를 묘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아버지라는 인물이 가장으로써 가져야하는 책임감을 조금 더 극적으로 부각시킵니다.

실 제로 <판타스틱 Mr. 폭스>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책임'입니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미스터 폭스는 천재적인 도둑으로 묘사됩니다. 신체적으로 흠이 없고, 센스도 출중한 (약간 나사가 빠진데가 많긴 하지만) 도둑으로써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져있는 여우였죠. 하지만 아내가 아이를 가진 후 절대로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후, 아무도 읽지 않는 칼럼니스트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미스터 폭스를 보면 자신의 꿈을 접어 흥미롭지 않은 일을 해야하는 사회인이 생각나죠. 그리고 미스터 폭스는 자신의 말년을 멋있게 살기 위해 다시 도둑질을 하게되고, 이런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커뮤니티가 박살이 나게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됩니다.

영화에서 미스터 폭스의 무책임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가 자신의 아들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천재적인 운동신경을 가진 그는 키도 작고 언제나 불평불만인 자신의 아들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집에 사는 자신의 조카는 그야말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꼭 빼어다 닮은 듯한 운동신경으로 그의 관심을 한몸에 받죠. 실제로 미스터 폭스가 도둑질에 데려가는 것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자신의 조카인데, 이로 인해 생기는 부자관계의 틀어짐을 앤더슨 감독은 사춘기의 아들이란 캐릭터를 통해 유쾌하게 비꼬고 있습니다.

미스터 폭스는 자신의 별명인 '판타스틱'에 굉장히 집착할 정도로 옛 과거(혹은 자기 자신)에 집착하는 캐릭터입니다. 아마 자신의 아들보다 자신의 조카를 더욱 총애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카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라는 이유라고 볼 수 있구요. 과거만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자신의 과거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아들에게 많은 흥미를 갖기란 어려우니깐요. 그리고 결국 영화의 결말은 이런 책임감이라는 요소를 부각시키며 진행됩니다. 다른 여타 가족 애니메이션과 같이 주인공은 이기주의적인 모습에서 조금 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게되는 캐릭터로 성장하게 되죠. 그리고 이렇게 영화가 마무리에 다다르면서 주인공은 '판타스틱'이라는 별명이 자신 혼자 잘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이 자신을 '판타스틱'이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이 결말에서도 웨스 앤더슨 감독 스타일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데, 그건 바로 어쩔 수 없는 씁쓸함입니다. <인크레디블>에선 결국 주인공이 가족과 함께 자신의 꿈을 다시 이루게 되지만, <판타스틱 Mr. 폭스>에선 사뭇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선 <판타스틱 Mr. 폭스>는 정말 뼛속까지 웨스 앤더슨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줄평: "판타스틱 Mr. 앤더슨."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내일의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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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wazero    친구신청

이거 재밌죠 ㅎㅎ 첨엔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인줄 모르고 봤다가
다보고 이거 감독이 누구지하고 보고선 수긍했던...
팀 버튼도 그렇고 이 감독도 왠지 애니에 더 잘 맞는거 같기도 합니다.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팀버튼 감독이나 웨스 앤더스 감독이나 특유의 미장센 덕분에 실사 영화도 애니메이션같은(...) 느낌이 있어서 전 둘다 만들었으면 하네요.

돌아온leejh    친구신청

좀 생뚱맞은 댓글 같지만..

이 영화에서는..

예전의 2D액션 게임-횡스크롤 게임을 연상케 하는 화면들이 자주 나오더군요.

그리고, 이 영화 재미잇게 보셨다면 문라이즈 킹도 한 번 보세요.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웨스 앤더슨 감독이 그렇게 지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로 인공적인 느낌을 극대화 시키니깐요.
문라이즈 킹덤은 제가 처음 본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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