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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야기] 비행기에서 본 6편의 영화 평 [14.07.05] (6) 2014/07/07 PM 01:37

이번엔 캐나다로 다시 오면서 밴쿠버를 경유해서 왔기에 에어 캐나다 항공으로 왔습니다.

캐나다 항공사인 만큼 불어 영화가 많은데요, 어찌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제외하곤 불어 영화를 하나도 보지 않았네요.
한국 영화는 <결혼전야>와 <남자가 사랑할 때>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다른 언어의 영화들이 골고루 섞여 있어서 적어도
그리고 실험적인 영화로 유명한 캐나다 영화계를 대변하듯, 영화 메뉴란에 "아방가르드" 카테고리가 떡 하고 있어서 피식하고 웃었습니다.

근데 스크린이 좀 나빠서 자막이 하얀 배경에 나오면 잘 보이지가 않더군요. <이다>같은 경우는 흑백영화라 하얀 배경보단 회색이 더 많아서 괜찮았는데 <런치박스>같은 경우는 진짜 보는데 어려웠네요. 게다가 영어 자막이니 폰트도 작아서....
아래 순서는 그냥 본 순서입니다. <이다>를 처음보고, 마지막으로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보며 기나긴 여행을 끝맞췄네요.
다음부턴 진짜 그냥 직항으로만 가고 싶습니다...




이다 (Ida)
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Paweł Pawlikowski)

안그래도 정말 보고 싶었는데 이번 비행에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비행기 타자마자 이륙하기도 전에 찾아내서 바로 보기 시작한 작품.
60년대 폴란드에서 한 고아 소녀가 수녀가 되기 직전 자신의 유일한 친척인 이모를 만나 자신의 부모와 가족에 대해 알아가는 영화인데요, 극의 현재 시점으론 공산 정권 시절, 그리고 과거 시점으론 나치 점령 시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스토리인 만큼, 주인공과 이모의 로드트립은 굉장히 우울하고 건조하게 진행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적으로 결핍되어 있으면서 촬영, 미장센들의 시각적 연출이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을 보면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느낌도 납니다.
너무 재밌게 봐서 제대로된 리뷰를 적어볼까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 중후반에 나오는 미스테리에 대한 해답은 굉장히 충격적이기도 하구요 (물론 영화의 연출 덕분에 충격이라는 카타르시스보단 막막함이 더욱 부각됩니다). 러닝타임도 길지 않고,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연출이 일품인 작품으로 한국에 개봉하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단, 폴란드 현대사, 특히 나치 점령 시절 일어났던 학살에 대해선 좀 알고 가셔야 이해가 되실겁니다.

한줄평: "어두운 과거, 무료한 현재, 막막한 미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nly Lovers Left Alive)
감독: 짐 자무쉬 (Jim Jarmusch)

사실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접한 자무쉬 감독의 작품인 <고스트 독>을 그리 재밌게 본 건 아닙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도 역시 영화의 완성도나 자무쉬 감독의 특색만큼은 정말 확실하게 전해지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그 자무쉬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영화의 소재 그 자체 때문에 호불호가 엄청나게 갈릴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바라는 관객들이라면 2시간의 수면 시간을 돈주고 산 셈이 되겠지만 (일단 '클라이막스'란게 딱히 존재한다고 할 순 없습니다), 무료함이라는 테마를 시청각적으로 표현한 하나의 시적인 영화라 생각하면 좋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생'이라는 축복아닌 축복을 가진 자들에 대한 캐릭터 스터디를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한 영화는 아마 많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미아 와시코브스카 팬이시라면 일단 닥치고 지금 당장 무조건 봐야하는 작품입니다(...).

한줄평: "무료하다고 나쁜 영화가 아니다."




300: 제국의 부활 (300: Rise of an Empire)
감독: 노엄 무로 (Noam Murro)

<300>은 진짜 약간 과장해서 300번은 봤다고 할 정도로 광팬인 저이지만, <300: 제국의 부활>은 정말 재미없게 본 영화입니다. <300>이 내러티브의 심플함을 추구하면서 기묘하게 판타지스러운 미장센으로 만화적인 신화 분위기를 구축하였다면, <300: 제국의 부활>에서 크세르크세스는 너무 인간적으로 나오고, 아르테미시아는 설정과는 달리 너무 단면적인데다가, 고르곤 여왕은 개연성이 부족하며, 주인공인 테미스토클레스 또한 클리셰로 범벅이 됩니다. <300>은 극도적인 마초함과 그 특유의 신비로움을 잘 버무려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였지만, <300: 제국의 부활>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한 나머지 신비로움이 사라지고 마초는 순화되어 그냥 지루한 판타지가 되어버린 작품입니다.
게다가 액션 또한 인상적이라고 하기엔 임팩트가 없었다고 생각하네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를 보고 뭔가 유쾌한 액션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딱히 유쾌한 느낌은 안들었고 마지막 전투는 정말 감흥이 안와서 반쯤은 그냥 세관신고 하면서(...) 봤습니다. 스크린이 작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보기엔 전 <300>을 아이폰으로 정말 재밌게 몇번씩이고 봤습니다.

한줄평: "<300>이 아니라 영상미가 사라진 <신들의 전쟁>."




런치박스 (The Lunchbox)
감독: 리테쉬 바트라 (Ritesh Batra)

잘못 전해진 점심 도시락으로 인해 퇴직을 생각하고 있는 중노년 남성과 남편과의 사이가 틀어진 젊은 전업주부가 서로 관계를 맺게되는 이야기입니다. 어찌보면 클리셰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이 둘의 로맨스는 소소하면서도 의외로 절제된 연출로 보여주는 반면, 이들 주위, 특히 남자 주인공과 그의 후임 신입 사원과의 관계까지 아우르면서 영화는 전체적으로 엇갈린 인간관계 전체에 대해 탐구합니다.
어찌보면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가 연상되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는 조금 더 소소하고 부드러우면서, 현대 인도 사회를 담담한 시각으로 보는 연출덕분에 차별화를 둔 작품입니다. 잔잔하면서도 갑자기 골때리는 대사로 웃음을 주기도 하는 작품으로, 정말 가볍게 보기에도 적합하고, 깊이 생각하며 봐도 괜찮은 멋진 영화였네요.

한줄평: "엇갈리며 만나는 관계에서 찾아낸 소소한 즐거움."




어매이징 캣피쉬 (Los Ins?litos Peces Gato)
감독: 클라우디아 사인테-루스 (Claudia Sainte-Luce)

주인공인 클라우디아는 맹장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옆 침대에 있던 마르타라는 여성과 친해지게됩니다. 고아로 자라오면서 평생 누군가와 친분을 가져본 적 없는 클라우디아는 이상할 정도로 사교성이 많은 마르타의 기에 눌려 얼떨결에 마르타의 집에 초대됩니다. 마르타는 3명의 남자에게서 낳은 4명의 아이를 둔 엄마로, 에이즈를 앓으며 이젠 죽어가는 여성이기도 합니다. 이런 마르타를 보면서 클라우디아는 마르타의 아이들과 점점 가까워지게 되죠.
사인테-루스 감독의 반자서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데뷔작으로, 이 역시 자칫하면 클리셰에 빠질 수 있는 스토리를 다른 작품이라면 표현해낼 수 없는 감독의 개인적인 열정으로 담담하게 스크린에 담아냅니다. 주인공인 클라우디아는 말이 많지 않지만 그녀의 시점으로 본 마르타의 가족과 그녀 자신의 처지 사이의 차이는 영화 내내 상기되고, 이런 클라우디아가 마르타의 가족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과정은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웅클하게 합니다. 에이즈를 앓고 있는 마르타를 연기한 리사 오웬의 열연도 돋보이고, 죽어가면서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어머니'로써, 그리고 인생을 최대한 즐기고 있는 '여성'으로써의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한줄평: "거부할 수 없는, 잔잔하지만 강렬한 열정."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 Pass?)
감독: 아스가 파르하디 (Asghar Farhadi)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른 파르하디 감독의 신작입니다. 처음 보면 이혼하는 한 부부가 겪는 고통을 다룬 드라마 영화같지만, 사실은 거의 미스테리 영화에 필적할 정도로 극이 진행되면서 풀리는 떡밥이 중점이 되어 영화를 캐리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엔 '설명'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관객들이 등장인물간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 하나 단서를 찾아가며 도대체 이 부부, 그리고 나아가 이들 주위의 사람들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를 짜맞추어야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런 방식은 철저한 각본과 디테일한 연출이 중요한데, 파르하디 감독은 이 둘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성취합니다. 하나의 퍼즐을 풀어가는 느낌이 드는 영화라고 할까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급조절이 완벽하고, 주제의식과 그에 맞는 연출도 수준급인데다가, 그리고 모든 배우, 특히 아역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휴먼 드라마란 바로 이런 영화이겠죠.

한줄평: "과거라는 사슬에 묶여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군상극."






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일단 <이다>를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일단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미아 와시코프스카, 톰 히들스턴, 자무쉬 팬들 제외)와 <300: 제국의 부활>을 제외하면 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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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따싸    친구신청

정성스럽게 쓰신 멋진 평이네요. 참고가 되겠습니다..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이다는 꼭 추천하구요 (작가주의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실 건 역시 런치박스가 최고 인것 같습니다.

dkshkwpqkf    친구신청

오 영화에 애정이 많으신 분이네요

신겟타    친구신청

이다는 몇몇 영화제에 초대되고 수상경력도 있군요~^^ 국내에도 올해에 개봉을 했으면 하네요~~ 300 2편은... 시사회로 봤서 다행이었습니다~ㅎㅎ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아마 개봉하지 않을까요? 그레이트 뷰티도 개봉했는데.
저도 2편을 극장에서 볼까 말까했었는데 안본게 정말 다행이였던 것 같습니다.

신겟타    친구신청

포탈에 검색해보니 개봉일이 없더라구요~ 예전에 그녀가 떠날때도 근 2년정도만에 개봉한적도 있어서 개봉해주길 기대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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