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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영화리뷰] 이다 (Ida) (4) 2014/07/09 PM 10:39

제목: 이다 (Ida)
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Paweł Pawlikowski)
개봉일: 2014년 5월 2일 (북미), 2013년 9월 11일 (폴란드)
장르: 드라마

파벨 파블리코프스키의 <이다>는 수녀원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이다와 동료 수녀들이 수녀원을 청소하면서 이다는 그리스도 상에 벗겨진 색을 덧칠해주고 있죠. 이들은 이 상을 수녀원 밖에 다시 가져다 놓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배를 보고 식사를 합니다. 영화는 이때까지 대사가 전혀없는데요, 덕분에 관객들은 일상의 소리(찬송가의 소리, 식사때 식기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 눈위에서 걸으면 나는 소리)를 배경으로 숨죽이며 수녀들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이 침묵을 깨트리는 것이 바로 수녀장이 이다에게 그녀의 유일한 친족인 이모를 정식 수녀가 되기 전에 한번 보라는 제안입니다.

<이다>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정말 베리만이 생각난다' 였습니다. 4:3의 화면비율에 흑백 스크린인 것도 있습니다만,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한 연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미장센, 그리고 죽음과 종교의 공허함을 다루는 주제의식을 보면 정말 많은 부분에서 베리만의 터치가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도입부에서 갑작스럽게 수녀장이 이다에게 자신의 이모에 대해 알려주고 그녀를 찾아가라는 제안을 하는 것은 마치 <페르소나>의 도입부에서 의사가 간호원 알마로 하여금 엘리자벳을 찾아가 간호하라고 말하는 씬을 연상시킵니다. <이다>는 이런 연출로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처음부터 각인시킵니다. 일부러 불친절한 전개로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는 것이죠.

<이다>는 일단 기본적으론 주인공의 과거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고아로 자란 한 소녀가 자신의 이모를 찾아가면서 자신이 왜 고아가 되었는가를 알게된다는 줄거리이죠. 하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다>는 과거에 속박된 채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회상 장면은 하나도 없고, 과거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없는 씬도 꽤 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 과거의 진실이라는 반전 또한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드러나지 않고, 거의 중후반 정도되는 시점에서 관객들에게 알려집니다.

최근 이런 어두운 과거를 찾아가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은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있는데요, <이다>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취합니다. 일단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은 스위스 출신이고 현재 시점의 포르투갈 또한 독재자가 정권을 잡은 세상이 아닌 평화로운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다>는 60년대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극 중 현재의 시점조차 공산 정권이라는 좋지 않은 시기를 겪고 있죠. 물론 무자비했던 비에루트 정권은 끝난 시점이였지만, 그래도 숨막힐 듯한 갑갑함은 영화 내내 스크린을 지배합니다. 이런 답답함으로 영화는 과거 시점의 끔찍했던 나치 점령 시점을 잊으려는 사람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영화내의 폴란드인들은 대부분 유대인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아합니다) 현재의 폴란드 또한 이런 끔찍했던 과거를 덮어놓았을 뿐으로, 결국 다른 의미로써 상처가 깊은 사회라고 말합니다.

이런 갑갑함은 영화 내에서 두가지 방식으로 전해지는데요, 하나는 미니멀리스트적인 미장센이고, 다른 하나는 공허함과 정적을 부각시키는 촬영 구도입니다. 특히 영화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은 영화의 주제의식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은 바로 이런 무미건조함을 통해 공산 정권뿐만 아니라 당시 폴란드 사회가 가지고 있던, 과거를 잊어버리려하는 경향을 고발합니다. 고작 15년도 안된 핏빛 과거를 아무것도 없는 깨끗함으로 덮어두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런 미니멀리즘은 실제로 영화에서 수녀원이나 병원,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풍경등으로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런 공허함은 인물들을 스크린의 가장자리에 두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주를 이루는 샷들로 더욱 부각됩니다. <이다>에서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 환경에 억눌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죠.

이다의 이모인 완다는 이런 답답함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여인입니다. 폴란드 공산 정권의 판사이자, 50년대 비에루트 정권 당시 무자비한 검사였던 완다는 이젠 무료한 현실에 싫증이 난 사람으로, 끝없이 쾌락을 추구하려 합니다. 특히 그녀가 이다를 데리고 자신의 여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내려하는 것은 그녀에겐 과거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일이기에 영화 중반엔 댄스 파티도 가고 여러 남자들과 자면서 그런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려 합니다. 이 또한 어두운 과거를 잊어버리려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한 개인이 어두운 과거에 눈을 돌리려해도 결국 잊어버릴 수 없는 모습을 부각시키죠.

<이다>에서 또 한가지 강조되는 것은 바로 '출신'과 '종교'입니다(그리고 어찌보면 이 둘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다는 유대인 수녀라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위치의 인간인데요, 이는 종교를 배척하는 공산 정권이면서도 카톨릭이라는 종교가 사회 내에 깊숙히 자리잡은 폴란드 전체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다는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 또한 고민하게 되고, 이는 과거에 대한 미스테리보다 더욱 영화의 중심을 파고드는 주제가 됩니다. 만약 자신의 유대인 출신이 '과거'라면 수녀가 된 그녀의 '현재'가 과연 그녀를 새로이 정의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감독은 관객들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가는 '미래'란 무엇인가, 또한 묻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까지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이다의 얼굴에 클로즈업하고 그녀가 시골 길을 외로이 걷는 모습을 찍은 장면만 보여줄 뿐이죠.

<이다>는 주인공인 이다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60년대 폴란드를 묘사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과거라는 속박에 벗어나려고 하는 사회가 겨우 '정상화'되면서 괜찮아지나 싶지만, 인물들이 보는 미래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이다>가 보는 세상은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킨 세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세상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진 않지만 적어도 관객들에게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둡니다. 그렇기에 더욱 와닿는다고 할까요. <이다>는 전혀 감정적인 연출을 강조하지 않지만, 결국 마지막 샷에서 아무 말없이 걸어가는 이다의 얼굴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막막함이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한줄평: "어두운 과거, 무료한 현재, 막막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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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겟타    친구신청

리뷰를 읽으니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잘 볼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제발 개봉을 해야 될텐데 말이죠...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딱히 보기 어려운 작품은 아닙니다..... 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베리만 감독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라 그런거 일 수도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

신겟타    친구신청

베리만 감독의 작품을 봐야겠군요^^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제 30일 영화에 베리만 감독 작품이 두개(제 7의 봉인, 페르소나)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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