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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영화리뷰] 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1) 2014/07/11 AM 11:23

제목: 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Jonathan Glazer)
개봉일: 2014년 4월 4일 (미국), 2014년 5월 9일 (캐나다), 2014년 7월 17일 (대한민국)
장르: SF, 호러, 스릴러

IMDb에선 <언더 더 스킨>을 "SF, 드라마, 스릴러"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SF인 것은 맞는 것 같지만 도무지 어떤 장르인가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법만 합니다. 스릴러로 보는 사람들은 스칼렛 조핸슨이 연기한 주인공이 남자들을 유혹하여 잡아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드라마로 보는 사람들은 이 주인공이 인간에 대해 알아가게 되며 자아를 찾아가게되는 전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조금 다른데요, 제 생각엔 <언더 더 스킨>을 굳이 장르의 틀에 가두어 분류하고자 한다면 '아방가르드 호러'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아주 좋은 아방가르드 호러로 말이죠.

<언더 더 스킨>의 첫 장면은 극도로 형식주의적입니다. 오로지 빛과 형상만을 가지고 만든 이 장면은 그 끝에 가서야 비로소 이 것이 사람의 눈이였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게됩니다. 영화도 이 첫 장면처럼 굉장히 형식주의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선 불친절합니다. 영화에서 스토리에 중요한 대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요, 이는 영화가 철저히 시청각적 연출로만 스토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방법으로 관람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보여지는 것에 그 중점을 두지 않고 그 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집중하라고 영화는 끊임없이 암시합니다.

이런 형식주의에 입각한 전개 덕분에 <언더 더 스킨>은 SF와 스릴러라는 극도로 장르적인 틀을 답습한 모습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아방가르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물론 본격적인 아방가르드 영화라기엔 그렇게까지 불친절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정신만큼은 따르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언더 더 스킨>의 가장 큰 장점을 들자면 바로 이런 특유의 연출로 인해 다른 그 어떤 SF 영화와는 차별화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더 더 스킨>에서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습니다. 주인공이 외계인이라는 사실 또한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서 시각적으로 확인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 뒷배경에 있는 설정을 뽐내려고 하려는데 노력하지도 않고,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과 주인공의 기묘한 동료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알아내게 하여금 여기저기 단서만을 뿌려놓습니다. 이런 방식은 스토리마저도 제대로 집중을 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관객들을 끊임없이 도발합니다. 주인공이 내면적으로 바뀌는 장면도 오로지 암시적인 연출로만 보여주기에 이런 방식에 내성이 없는 분들이라면 빨리 흥미를 잃게 되실 겁니다.

이런 불친절함은 영화의 배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와 그 근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이는 차가움을 상징하는데 적절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 대부분의 대사들이 굉장히 심한 스코틀랜드 억양이라는 것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거의 다른 나라 언어나 다름없는 억양으로 대사들을 말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관객들 또한 주인공처럼 이 이질적이고 알수없는 배경에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무리 심한 악센트라고 하여도 일단 영어는 영어이니 자막은 없고, 그리고 어떻게든 간에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되거든요. 그리고 영화가 일단 시청각적인 연출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스토리가 이해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 방식이 플러스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은 뮤직비디오와 TV광고 감독 출신답게 시청각적인 연출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비주얼적으로 충격적이라고 할만한 장면은 하나밖에 없지만, 대신 그 분위기로 영화는 1시간 50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불안감을 유지시킵니다. 이는 아마 역시 올해 개봉한 빌뇌브 감독의 <에너미>와 비슷하기도 한데요, <언더 더 스킨>은 <에너미>보다 더욱 더 사운드트랙에 더욱 중점을 둡니다. 미카 레비가 작곡한 소름끼치는 음악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꺼림칙하지만, 이 트랙들은 적절히 배치하여 영화가 가지고 있는 형식주의적인 시각 연출과 완벽히 녹아들게 한 글레이저 감독의 능력도 매우 인상깊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에선 최근 영화로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와 비견될 정도로 적절한 사운드 연출로 영화의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데에 성공합니다.

영화는 본질적으론 '외부인의 시점으로 본 인간'입니다. 실제로 영화에선 주인공의 POV샷으로 인간들이 걸어가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신을 거울로 유심히 관찰하는 샷 또한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피부 밑'이라는 소재는 영화 내내 여러 방식으로 표현되는데요, 직접적으론 바로 외계인들이 인간들의 먹을 때 피부만 남긴다는 것과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것이 있겠지만, 더욱 본질적으로 이 의미를 탐구하자면 바로 '인간(humanity)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싱글 남자를 유혹하며 자신의 집에 데려가 함정에 빠트리는 외계인인데, 이 때 주인공은 서서히 옷을 벗으며 뒤로 걸어갑니다. 남자는 그런 주인공의 몸에 홀린 듯이 옷을 벗으며 그녀를 따라가며 서서히 바닥에 침식하게 됩니다.

이 옷을 벗는다는 행위는 여러가지를 의미합니다. 가장 쉬운 메타포는 바로 이 때야 말로 남자의 본성이 들어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더 깊이 들어가면 영화가 끊임없이 암시하는 '섹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중 문화에서 섹스란 하나의 어필이기도 하지만 철학적으로 봤을 땐 종의 존속을 위하는 하나의 본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옷을 벗는다는 행위로 하여금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성(그 것이 무엇이든 간에)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죠. 주인공이 인간에 대해 그렇게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이유 또한 바로 이 행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 자신의 먹이를 떼려죽이고 끌고 갈 때, 옆에 우는 아이를 무시한 것이야 말로 주인공이 이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섹스'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영화는 스칼렛 조핸슨의 첫 전신누드 씬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이 누드 씬들은 전혀 외설적이지 않습니다.

영화가 중요시 하는 다른 테마는 바로 '공포'입니다. '공포' 또한 인간이 내면 깊숙히 가지고 있는 감정 중 하나인데요, <언더 더 스킨>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서스펜스는 스칼렛 조핸슨이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안내할 때이지만, 이 남자들이 '공포'를 느끼는 장면은 바로 다름아닌 '옷을 벗었을 때'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공포를 느낄 때 또한 바로 마지막에 옷이 벗겨질 때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피부 밑'이라는 제목은 매우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저는 이 영화가 스릴러인 만큼 호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공포라는 느낌을 선사한다기보다는 (물론 굉장히 꺼림칙하고 공포스러운 영화이긴 합니다) 영화 내에 인물들이 공포에 빠진 것을 보여주어 '공포'라는 개념 그 자체를 탐구하는데 주력한다는 점이야 말로 <언더 더 스킨>이 다른 공포 영화와 다른 점입니다.

그리고 '섹스'와 '공포'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결합된 마지막 시퀀스야 말로 <언더 더 스킨>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의미들을 꿰뚫는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성을 이해하고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이 동경한 인간성에 의해 주인공은 비로소 인간이 되면서 무너져갑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주인공이 결국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 순간 그녀는 절대로 자신이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다층적인 해석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씬으로 <언더 더 스킨>은 인간에 대한 씁쓸한 시각을 남기며 끝을 맺습니다.

한줄평: "시종일관 불안하고, 소름끼치고,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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