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피카츄 MYPI

소년탐정피카츄
접속 : 4350   Lv. 56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34 명
  • 전체 : 285264 명
  • Mypi Ver. 0.3.1 β
[◆ 영화 리뷰] [영화리뷰] 셰프 (Chef) (9) 2014/07/25 PM 12:24

제목: 셰프 (Chef)
감독: 존 파브로 (John Favreau)
개봉일: 2014년 6월 6일 (북미)
장르: 코미디, 드라마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테 안심 스테이크, 보기만해도 군침이 도는 화려한 색의 소스, 그리고 따뜻함이 스크린을 넘어 다가오는 듯한 갓 구운 케이크... <셰프>는 언뜻보면 미식가들을 겨냥한, 그야말로 푸드 포르노에 가까울 정도로 음식을 맛있게 캡쳐한 영화입니다. 실제로 존 파브로 감독이 영화에 나오는 요리들을 카메라에 담아낸 구도나 편집, 조명 방식을 보면 음식에 대한 사랑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요리를 하는 장면은 최대한 관객들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도록 유도하고, 주인공이 요리를 대하는 태도도 굉장한 열정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셰프>의 제목은 어디까지나 <셰프>입니다. 존 파브로 감독은 <푸드>라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고, <셰프>는 제목답게 예술작품이 아닌, 예술가가 영화의 중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LA의 어느 한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가 자신의 음식에 인신공격에 가까운 리뷰로 최악의 평을 내린 블로거와의 다툼 끝에 명예롭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스토리로 <셰프>는 시작합니다. 이 후 초심으로 돌아가 푸드 트럭으로 아들과 투어를 하며 일에 의해 망가진 가족도 고치고, 자신의 요리에 대한 열정도 재확인하면서 영화는 끝마치는데요, 이렇게 시놉시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셰프>는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이 클리셰로 시작하여 클리셰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결국 이런 류의 코미디가 대부분 그렇듯이 <셰프> 역시 개성있는 스토리보다는 위트있는 대사와 식상하지만 그래도 신뢰할 수 있는 시츄에이션으로 휴먼 드라마를 이끌어 극을 마무리짓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아마 존 파브로 감독은 <셰프>에 뭔가 특출난 스토리를 편입시키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존 파브로 감독에게 <셰프>란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이런 개인적인 열정은 영화 내내 울려퍼지며 관객들을 익숙하면서도 즐거운 감정으로 인도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셰프>는 식상함의 결정체이지만, <셰프>가 선사하는 즐거움은 관객들로 하여금 식상함보단 친숙함이 더 먼저 떠오르게 만듭니다.

<셰프>가 존 파브로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했는데, 이는 이야기의 구도가 파브로 감독이 최근 겪어온 인생사와 너무나도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셰프>는 <메이드> 이후 오랜만에 나온 파브로 감독의 원맨쇼입니다. 제작, 감독, 각본, 주연을 모조리 맡은 <메이드>는 <스윙어즈>와 함께 파브로 감독을 인디 코미디계에서 메인스트림으로 나오게끔 도와준 작품이죠. 그리고 파브로 감독은 <엘프>나 <자투라>같은 스튜디오 성향의 가족 코미디를 만들다가 적절히 균형잡힌 블록버스터인 <아이언맨>의 성공으로 비로소 다시 각광을 받게되지만, 결국 마블 스튜디오의 입김이 진하게 들어가 전체적인 완성도가 파탄나 버린 <아이언맨 2>를 끝으로 <아이언맨> 시리즈의 감독직에서 하차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 나온 <카우보이 & 에일리언>은 혹평을 받은 작품으로 파브로 감독도 한물간게 아닌가 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죠.

이런 감독의 배경을 생각해볼 때 <셰프>에서 초반에 강조되는 경영진(레스토랑 오너)과 예술가(주인공)의 대립은 우연이 아니겠죠. 실제로 파브로 감독은 마블이나 유니버설과 대립을 자주한 감독이였고, 그런 그가 다시 <셰프>로 인디계에 돌아온 것도 이런 뒷배경이였을 겁니다. 그렇게 보면 <셰프>는 소재만 요리일 뿐 본질적으론 파브로 감독의 자서전 격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위에서도 말했듯이 <셰프>는 '요리'보단 '예술가'에 집착하는 작품입니다. 모든 드라마는 예술가인 주인공을 따라가며 이뤄지고, 그런 그에 관객들은 감정을 이입합니다. 이는 <셰프>가 전형적인 구조를 가진 코미디 작품이기에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포커스를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법합니다. 특히 <셰프>같이 서사보단 위트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에선 그런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셰프>에서 주인공인 칼 캐스퍼는 (연출론 그다지 부각되지 않지만) 굉장히 운이 좋은 남자입니다. LA의 일류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그를 존경하는데다가, 손님들은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이혼한 전 부인 또한 (클리셰에 안맞게) 주인공을 끔찍히 아끼고 서포트해줍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방황하는 이유는 경영자와의 대립과, 이혼 때문에 서먹해진 아들과의 관계, 그리고 돈을 위해 요리를 하면서 점점 잃게 되는 자신의 초심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대립 역시 굉장히 클리셰적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돌려말하자면 영화는 어디까지 요리사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스토리를 제공합니다. 캐스퍼家의 문제들을 자극적으로 비꼬아 지저분하게 전개하는 대신, 영화는 마치 하나의 좋은 식사를 하는 것만 같은 포근함에 더욱 주력합니다. 특히 극이 후반에 다다르면 너무 포근한 나머지 주요 대립이 거의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셰프>는 정말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는 만약 평범한 감독에 의해 연출되었다면 특별할 것 없는 영화로 기억에서 사라졌겠지만, 다행히도 <셰프>는 파브로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이 잘 살아나는 각본으로 평범함보단 유쾌함이 더 인상에 남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클리셰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관계는 의외로 심도깊게 탐구합니다. 영화에서 SNS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는데요, 이 SNS로 칼 캐스퍼는 자신의 몰락을 자초하지만, 또한 영화 후반에선 이 SNS로 다시 재기를 하는데에 성공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예술가와 관객이 예술품이라는 매개체로 소통을 하는 모습을 부각시켜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예술의 대중성을 역설합니다. 그리고 파브로 감독은 예술가는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관객과 제대로된 소통을 통해서야 예술가가 진정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전하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혼자일 때의 칼 캐스퍼보단, 그리고 예술가로써의 자부심이 강한 칼 캐스퍼보단, 자신의 손님들과 소통하고 예술품보단 자신의 예술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캐스퍼가 더욱 행복해보입니다. 그리고 그가 행복할 때 만드는 작품이야 말로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이는 영화 자체에도 대입이 가능합니다. <셰프>를 보면서 끊임없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파브로 감독이 영화를 얼마나 즐겁게 찍었을까, 라는 생각일 정도로 <셰프>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영화입니다. 군침도는 요리들을 화려한 색감으로 잡아낸 촬영부터, 발이 저절로 탭을 하게 되는 흥겨운 라틴 음악까지, <셰프>는 비록 신선함이나 예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면 관객들 또한 즐겁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말이죠.

한줄평: "우리는 그들이 행복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 왠만하면 밤 늦게 보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영화가 끝나고 야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을테니.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 씬밖에 등장을 하지 않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토니 스타크의 이미지를 한층더 노골적으로 꼬아서 충분히 인상에 남는 씬을 만들어 냅니다.

- 후반엔 미국 남부를 로드트립을 하면서 조금 더 많은 지방의 로컬 요리들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신고

 

게임셰프    친구신청

저에게는 제목부터 강렬한 느낌을 주는 영화로군요!
나중에 영화를 보고 그레이트존님의 리뷰글 정독해보도록 하지요. ~_~
잘 참고하고 갑니다! ^^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맑음때론뿌이    친구신청

재밌게 봤던 영화 ~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정말 볼때 만큼은 재밌다고 할 수 밖에 없네요 ㅎㅎ

GoldenViiV    친구신청

솔직히 존 파브르 감독이 아이언맨 만든다 했을때 0__0?!?! 이랬는데... 다시 인디로 돌아오니 반갑다 해야 하나 뭐 그런게 있었죠.

근데... 출연진들 보면 인맥이 좀 쩔더군요..;;;; 아이언맨2의 요리 버전이랄까(....뭐 실제 내용은 완벽하게 다르지만요.)

리뷰 잘 봤습니다.

Ps. 과연 이걸 국내에서 BD로 내줄까...가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PV만 봐도 엔간한 먹방 저리가라할 정도라..;;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개봉은 할것같은데 BD는.... 한국 BD 시장이 어떤지 몰라서 잘 모르겠네요

신겟타    친구신청

확실히 이전작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만든 사람이 즐겁다면 보는이도 즐겁게 볼 수 있겠죠?
국내 개봉을 하게되면 포스터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은 되지만... 그래도 걸어준다면 보고 싶네요~~^^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http://www.ematterz.com/wp-content/uploads/2014/05/CHEF-e1400488058141.jpg

이렇게 바뀌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겟타    친구신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