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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영화리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1) 2014/08/19 PM 04:44

제목: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감독: 맷 리브스 (Matt Reeves)
개봉일: 2014년 7월 11일 (북미), 2014년 7월 10일 (대한민국)
장르: SF, 드라마

J.J. 애브람스와 함께 TV시리즈 <펠리시티>를 만들어 유명해진 맷 리브스 감독이 새로 메가폰을 잡으면서 <혹성탈출> 프리퀄 시리즈도 스타일이 드라마에서 조금 더 SF적인 분위기가 더 많아졌습니다. 물론 배경이 배경인 만큼 평범한 드라마보단 SF적인 성격이 더 강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반격의 서막>에서의 SF는 무늬만이 아닌, 본질적으로 SF라는 장르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문명 사회의 광기, 인종차별이라는 본능적인 적대감에서 나오는 대립등을 생각해보면 <반격의 서막>은 블록버스터이기 전에 SF 에픽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마 <펠리시티>에서의 호흡덕분일까요. 작중 중요 여성을 맡은 여배우도 <펠리시티>의 케리 러셀입니다. 이제 막 시즌 2를 끝마친 TV 시리즈 <디 아메리칸스>에서 호평을 받으며 재기에 성공한 케리 러셀은 <반격의 서막>에선 아쉽게도 <디 아메리칸스>에서 보여주었던 갈등을 겪는 어머니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물론, 시저와 코바, 그리고 말콤에 스크린타임을 대부분 할당하는 영화인 만큼 각본 자체가 케리 러셀로 하여금 제대로된 캐릭터 스터디를 할 수 없게 하지만, 그래도 영화의 주 테마인 '가족'을 나타내는데 적합한 캐릭터였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케리 러셀의 캐릭터가 낭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영화 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인간들에 대입이 가능합니다. 특히 시저와 말콤의 대칭점에 위치한 드레퓌스(개리 올드만 분)의 제대로된 캐릭터의 부재가 눈에 띄는데요, 분명 시나리오 상으로는 흥미로운 배경과 깊은 캐릭터 스터디가 있어야 할 캐릭터 이지만, 리브스 감독은 유인원에 너무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드레퓌스의 극중 동기에 대해서 그다지 깊게 파고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유인원들이 위협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드레퓌스로 대변하는 인간들이고, 또한 드레퓌스 자신도 극도로 경계만 할 뿐 오히려 말콤에게 시간도 주는 등 평화를 원하는 느낌도 들어 (유인원들에게 직접적으로 호전적이게 된 이유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드는 연출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화가 중요한 캐릭터들을 충분히 탐구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반격의 서막>에서의 인간들은 클리셰로 점철된 말콤을 제외하곤 어정쩡하게 중요하면서도 제대로된 깊이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시저와 코바라는 투톱으로 풀어나가는 유인원들의 사회는 굉장히 입체적으로 묘사됩니다. 극단주의자인 2인자와 중도주의자인 리더가 대립하는 드라마는 사실 그닥 새롭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대신 <반격의 서막>은 이 대립을 유인원 사회라는 특별성과 적절히 전개되는 인간들과의 불안한 교류와 함께 꽤 신빙성있게 풀어냅니다. 코바의 인간에 대한 증오는 전작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들갈 수 있는 캐릭터고, 이 요소는 그를 단편적으로 만들기 보단 오히려 시저와 함께 영화의 투톱으로써 극의 전개를 균형잡히게 합니다.

사실 <반격의 서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시저인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입니다만, 그 시저를 옆에서 (극 중에서든, 내러티브의 장치로써든) 보좌하면서도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구축한 코바또한 영화가 인상깊은 SF로 남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바와 코바가 상징하는 문명의 광기가 영화내에 큰 비중을 차지함으로써 비로소 <반격의 서막>은 인류 vs. 유인원이라는 식상한 액션 영화가 아닌, 복잡한 문명 사회 내의 대립이라는 SF 드라마로 기억에 남게 합니다. 이런 내러티브의 성숙함은 영화가 블록버스터의 탈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진지한 테마를 아우르며 다른 여름 블록버스터와는 차별을 두게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인간들 또한 '사회'라는 단위로써 유인원들의 사회와 대립을 두는 장치로써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드레퓌스, 말콤家, 그리고 카버는 개개인으로써의 매력은 그리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들이 모두 '인간 사회'라는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가 가지는 입체적인 얼굴중 하나라고 본다면 오히려 영화 전개상으론 인간 캐릭터들이 비교적 입체적이지 못한 것은 이해할만한 희생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유인원'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는 시각또한 인간이 아닌 시저이니까요. 이 영화를 인간 사회와의 조우에 대한 시저와 코바로 대표되는 두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고 생각하면 인간들에 대한 묘사를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은 것은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전체적인 구도로 인해 <반격의 서막>은 태생이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플롯의 일직선적인 전개에 치중하기보단 클래식 SF 영화같이 사회적 메타포를 더 부각시킨, 작가주의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습니다. 명확한 캐릭터와 이해하기 어렵진 않은 인물들간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내러티브가 가지는 복잡함을 최대한 단순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과 연출들은 절묘하게 현실 사회와 연관시켜 조금 더 인상 깊은 테마가 머리 속에 각인되게 합니다.

전작인 <진화의 시작>은 원제(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저를 중심으로 하여 유인원들이 저항하기 시작하는 드라마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러므로 시저라는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전개가 명확한 웰메이드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보기엔 어려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반격의 서막>은 그와 다른 방향을 취합니다.

영화는 이미 하나의 공동체를 만든 유인원들이 사냥을 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연히 인간들과 조우하게 되고, 인간들과 교류를 하면서 내부 결속에 금이 가고, 결국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닺게 됩니다. 이런 전개는 흡사 인류의 진화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어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주체를 인간이 아닌, 인간과 적대하는 유인원으로 비꼬아 감독의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오게 합니다.

특히 영화가 보여주는 전쟁과 폭력의 광기는 무시무시합니다. <진화의 시작>이 유인원들의 시원하고 만족스러운 아크로배틱을 보여주었다면 <반격의 서막>에서의 대부분의 전투씬들은 오히려 소름이 끼친다는 느낌이 먼저듭니다. 시저가 영화 중반 코바를 제압하는 모습이나, 코바가 인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 그리고 인간들과 유인원들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액션'보단 전쟁의 광기가 먼저 생각납니다. <반격의 서막>은 본질적으로 한 공동체가 외부의 위협과 맞딱드렸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작품이고, 이에 입각하여 영화는 폭력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영화의 전체적인 테마의 한부분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이런 폭력에 대한 접근은 <반격의 서막>이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어필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카리스마로 영화의 흡입력을 지속시키는 것은 바로 시저입니다. 극 중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유인원들을 리드하듯이, 시저의 카리스마는 관객들 또한 스크린에서 눈을 때지 못하게 합니다. 시저의 존재감으로 인해 영화는 중심을 잃지 않고 자칫하면 감독의 손에 벗어나 이리저리 방황할 수 있는 스토리에 무게감을 실어줍니다. 그리고 결과는 철학적인 메시지와 상업적인 엔터테인먼트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멋진 작품입니다.

한줄평: "All Hail Caesar."




- 영화는 시저의 눈으로 시작해 시저의 눈으로 끝납니다. 본래 침팬지의 눈은 하얀부분이 없지만 시저의 눈은 인간의 것과 놀랄 정도로 흡사합니다. 그 눈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웨타 디지털에서 눈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 <반격의 서막>이란 제목은 아무리 봐도 미스. 영화의 끝이 동이 트는 '새벽'인게 굉장히 감명깊었는데 한국어 제목은 이걸 제대로 못 느끼게하는 것 같습니다.

- 결국 문명이라는 맛에 중독된 사회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저는 이 사실을 마지막에 깨달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 코바가 행하는 첫 '살인.' 충격적이였지만 의미있는 연출이였다고 생각합니다.

- 원래 극장용 포스터가 있지만 (그 남주 얼굴이 이상하게 하늘에 떠있는...) 영화에서 '가족'이라는 테마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해서 티저 포스터의 이미지를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썼습니다.

- 전투씬중 코바가 회전하는 전차 포탑 위에 올라가 기관총을 쏘는 모습을 픽스드 카메라 샷으로 찍어낸 롱테이크는 현재 제 마음 속에선 올해 최고의 명장면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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