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감독: 빌리 와일더 (Billy Wilder)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감독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헐리우드 황금기시절 감독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인 것 같아요.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를 뽑으라면 <뜨거운 것이 좋아>, 최고의 느와르를 꼽으라면 <이중배상>, 그냥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선셋 대로>....
그럼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론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한 야망이 큰 회사원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이 회사원은 자신의 아파트를 불륜행각을 은밀히 할 곳이 필요한 회사의 매니저나 상사들에게 빌려주는 남자인데요, 이렇게 자신의 상사를 도와주는 대가로 승진을 약속받습니다.
겉보기엔 회사일에만 목을 맨 남자같지만 이런 주인공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으니 바로 엘레베이터 걸인 프랜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프랜을 두고 일어나는 삼각관계를 중점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해프닝이 벌어지게 되고, 이를 통해 주인공이 자신의 처지와 상사들과의 관계를 되돌아 보게되는 구도를 취합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영화가 마치 시트콤처럼 '회사'와 '아파트'라는 공간을 두고 (그리고 그 사이의 '엘레베이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화는 이런 공간들을 하나의 상징으로 승화시킵니다. 와일더 감독은 이렇게 '아파트'라는 공간으로 인해 얽힌 사람들의 관계를 하나의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로 만들어 영화를 풀어나갑니다.
하지만 딱히 어렵게 보실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빌리 와일더의 다른 명작들과도 같이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깊게 생각을 안해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깐요. 흑백영화에 별 거부감이 없으시다는 전제하에, 달달한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로썬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p.s. 이걸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럼 <다이 하드>도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하기엔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