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게 재밌는 영화. 특히 다른 MCU 영화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다른 MCU 영화들, 특히 페이즈 2의 영화들은 대부분 슈퍼히어로 장르와 다른 장르와희 하이브리드로 이뤄져 있다. 이는 <앤트맨>도 다르지 않다. 거기다가 MCU 특유의 라이트함과 바보같은 빌런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앤트맨>을 다른 MCU 영화와 다르게 보이게 하는 점은 하이브리드 장르이면서도 슈퍼히어로적인 감성이 더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흔히들 MCU 최고의 작품이라 말하는 <윈터 솔져>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하이브리드 장르라는 특성이 굉장히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윈터 솔져>는 슈퍼히어로 영화이기 전에 정치 스릴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슈퍼히어로 영화이기 전에 스페이스 오페라다. 이 둘의 높은 완성도는 이 두번째 장르적 특성이 잘 만들어져서 슈퍼히어로라는 내러티브적 특성을 보완시킨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딱히 MCU만이 아니다. <다크 나이트> 또한 느와르-스릴러로써 잘나온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하이브리드 장르라는 대체안을 대중에 내놓아 슈퍼히어로 장르의 질을 높혔다고 하는 작품이 바로 <다크 나이트>이기에.
허나 <앤트맨>은 조금 다르다. 확실히 두가지 장르가 혼합된 영화다. <앤트맨>의 한기둥은 전형적인 케이퍼/하이스트 영화다. 하지만 <앤트맨>의 좋은 점은 이 영화가 좋은 하이스트 영화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앤트맨>의 하이스트 파트는 정말 내러티브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앤트맨>은 정말 오랜만에 정통 슈퍼히어로 영화로써의 감성을 가진 MCU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앤트맨>의 하이스트는 어벤져스와 연결되고 마이클 페냐라는 걸출한 씬스틸러가 나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특별할게 없다. 하지만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다이나믹은 영화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고 (행크-스콧, 행크-크로스, 행크, 행크-호프, 자넷-호프, 스콧-캐시, 팩스턴-캐시, 거기다 어찌보면 하워드와 토니 스타크까지) 이를 영화는 지나치게 무게감있게 보여주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런스있게, 필요한 만큼의 비중을 충분히 배분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이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관계에서 슈퍼히어로라는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
<윈터 솔져>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선 아예 다른 장르의 힘을 빌려서 비로소 "영웅"으로 성장하지만, <앤트맨>의 하이스트는 철저하게 내러티브 장치로써만 존재한다. 이런 류의 영화는 최근엔 케빈 코스트너가 아버지 역할로 열연한 <맨 오브 스틸>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앤트맨>은 하지만 <맨 오브 스틸>과 다르게 이런 감정선을 제대로 잡아 발전시킨다.
이는 나쁜점일 수도 있다. 영화의 두 기둥중 한가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니. 실제로 중간에 감정선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페이스가 끊어지는 경우가 몇번있다. 하지만 그래도 <앤트맨>은 오랜만에 정통 슈퍼히어로 장르의 감성이 어느정도 느껴지는 영화라는 것으로도 특별한 것같다. <스파이더맨 2> 이후 가장 슈퍼히어로적인 영화라고 하기 까진 않겠지만, 그래도 볼만한 영화다. 일단 MCU적인 특성도 잘 버무려진 작품이니.
전체적인 캐스트도 맘에 든다. 캐릭터 연기가 대부분이지만 다 잘해주었다. 코리 스톨의 캐릭터 문제는 배우보단 각본진의 문제라고 본다. 에반젤린 릴리는 <호빗>에서도 그렇고 정말 취향저격 헤어스타일. 폴 러드나 마이클 페냐도 전혀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맡긴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