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헌법에는 선거 패배자가 꼭 승복 선언을 해야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언제나 해왔기에 한다"일 뿐.
문제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의의인 "평화적 정권 이양"이 미국에선 바로 이 승복 선언에 달렸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대선 제도는 18-19세기에서 멈춘 것같은 특유의 후진적인 시스템이 특징입니다.
즉, 실제로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선거인단들이 투표하는 12월입니다.
그저 11월 대중 선거에서 나온대로 선거를 안하면 그야 말로 바로 혼돈으로 치닿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을 뿐
문제는 트럼프가 승복을 안하고 계속 뻐팅기다가 선거인단 투표일 이후로까지 끌고 가면
하원에서 대통령이 결정됩니다.
지금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잡고 있지만 하원의원수로 이기고 있는 것이고
실제 하원의 대통령 선거는 주마다 1표를 행사하게 되서, 인구 많은 주를 싹쓸이 해서 하원의원 수가 많은 민주당으로썬 오히려 불리합니다.
즉, 공화당이 마음먹으면 트럼프를 재선 시킬 수 있다는 것.
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썬 굉장히 낮긴합니다. 바이든 캠프로썬 원하던 압도적인 성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선거인단수나, 대중투표율이나 둘다 확실하게 바이든을 뽑았으니까요.
1. 7천만명이나 트럼프를 뽑았다고 하지만, 그보다 몇백만이나 더 많은 사람이 바이든을 뽑았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뽑은 사람이 많은 만큼 트럼프가 이런 말도 안되는 편법으로 재선되면 미국 대중은 폭발할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트럼프를 뽑은 중도우파들도 완전히 돌아설 가능성이 많습니다.
2. 트럼프 캠페인이 주장하는 부정투표에 대한 근거가 워낙 희박합니다. 대부분의 근거라고 알려진 건 미국판 일베로 낙인찍힌 Q-Anon에서나 돌법한 질낮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음모론이고, 실제로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우편투표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기각되었습니다. 이제 바이든 당선이 확실시되는 지금 연방대법원은 물론 지방 법원 또한 언제까지고 트럼프의 억지를 받아들이지도 의문입니다. 루리웹에도 저번에 우편투표에 대해서 음모론 펼치는 또라이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선거일 몇달전부터 제기되어왔던 음모론이고, 당연히 반박 증거가 훨씬 많을 뿐더러, 지금 투표율 격차를 없애기엔 부족합니다.
3. 미국이 세계에서 가지는 위상과 발언권이 사상 최악으로 곤두박질 칠 겁니다. 이미 대부분의 서방국가와 미국의 동맹은 바이든에게 선거 승리 축하 성명을 냈고, 바이든을 다음 대통령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편법을 써서 대중선거에 반하는 재임을 하게되면 지난 4년간 울며 겨자먹기로 트럼프에 맞춰줬던 서방국가들도 더이상 보고만 있을 가능성이 적습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공화당 또한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4. 지금 미국 공화당의 최우선 과제는 대중투표율로 진 레임덕 대통령을 무슨일 있더라도 재선시키는게 아니라, 2월에 있을 조지아 상원의원 재선거에 총력을 가하는 일입니다. 지금 현재 미국 상원은 공화당 차지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박빙이였던 나머지 조지아 상원의원은 2월에 재선거를 해야 해결될 상황인데, 여기가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공화당은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까지 민주당에게 주게됩니다. 그런데 남부 공화당 텃밭이였던 조지아가 이번에 뒤집히면서 바이든에게 투표한 것을 생각해보면 공화당은 지금 비상사태입니다. 트럼프가 징징대는 것을 공화당에서 받아주면 공화당 표도 점점 떨어져 나갈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괜히 어그로를 끌면서 어떻게든 재선에 성공하면 바로 레임덕이 될 트럼프를 위해 상원을 포기한다? 미치 매코넬이 그렇게 바보같은 인간도 아닐 뿐더러 린지 그레이엄같이 극단적으로 친트럼프가 아닌 이상 미국공화당에서도 이런 바보같은 짓을 옹호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일어나게될 일은 아마 이럴겁니다.
1. 트럼프가 자신의 에고와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뻐팅기고, 루디 쥴리아니같은 인간이 옆에서 부추기며 소송을 진행
2. 법원들은 12월에 선거인단 투표를 무조건 해야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기각할 가능성이 농후함
3. 결국 그제서야 승복을 하던가 바이든이 수정헌법 제20조를 발동시켜 취임식날 육군을 끌고 트럼프를 강제퇴거시킴
결국 문제는 트럼프가 승복안해서 재선할 수 있냐가 아닙니다
승복을 안하면서 얼마나 더 자신의 극우 지지자들을 부추키고, 미국을 더 혼란에 빠트릴까이겠죠
그리고 미국은 적어도 10년간은 아마 극단적으로 나뉘어진 나라로 계속 있을겁니다.
특히 바이든은 현재 BLM 운동의 시작인 퍼거슨 사태당시 부통령이였던지라 나아진다고 해봤자 잘하면 오바마 시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이성적인 미국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가 취임식까지 얼마나 나빠질까 입니다
이미 선거를 치루면서 최악을 갱신하고 있는 상태인데
컨트롤타워인 트럼프 행정부가 그냥 손만 놓으면 다행일 정도로, 아예 대놓고 제대로 된 대처를 방해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죠.
단 한사람의 에고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