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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이야기] 2023년 게임 결산 1 (1) 2024/01/13 PM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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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엠블렘 무쌍 풍화설월 (황료의 장)

2022년 여름에 막 발매되었을 때 미친듯이해서 흑수리랑 청사자반 루트를 깼는데 금사슴반으로 넘어갈즈음엔 조금 질리기도 했고 (100시간 넘게 달렸으니), 제노블레이드 3가 막 나왔을 때라 그걸로 넘어가서 3번째 루트는 못한 채로 중단했었습니다. 이번에 파엠 인게이지가 나오면서 파엠뽕이 차서 다시 시작해서 깼습니다. 히스토리 모드나 젤다무쌍의 어드벤처 모드같은 노가다 전용 모드가 없다보니 전작인 파엠무쌍만큼 노가다할 필요는 없어서 느긋하게 해서 150시간정도로 완료했습니다.


작년 결산에서 적었듯이, 풍설무쌍은 시스템의 완성도로 봤을 때 시리즈 최고급입니다. 액션자체는 야숨무쌍이 더 깊이가 있긴하지만, 풍화설월의 장점이였던 캐릭터 육성 자유도때문에 전체적으로 훨씬 더 중독성있는 게임플레이 루프를 가지고 있습니다. 황료의 장 자체의 스토리는 여러모로 호불호가 갈리긴하는 스토리긴 합니다만 (워낙 왔다갔다하는 스토리라), 클로드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랐지만 나름 신선한 캐릭터성을 보여준 홀스트도 플레이하기 좋았습니다.


하면 할수록 DLC가 없다는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진엔딩은 필요없지만 엠파이어즈 모드는 정말 몇백시간 할 수 있는 컨텐츠일텐데...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어스름의 장

풍화설월 본편이 맵 완성도로는 각성보단 나았지만 역대급이라 평받았던 if 암야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게 문제였는데, 어스름의 장은 본편보다 훨씬 간추린 캠페인이다 보니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는 줄이고 맵을 훨씬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4장은 시리즈 역대급이 아니였나, 생각하네요. 캐릭터 육성자체도 캠페인 자체는 평행세계고 잿빛늑대반은 본편에서 따로 쓸수 있기에 문제없습니다. 스토리는 주인공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라 레아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게 괜찮긴 했는데, 워낙 본편과 동떨어진 스토리이기도 하고, 게임플레이에 훨씬 중점을 둬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기억에 남는 스토리는 아니였습니다.


확실히 본편을 3회차나 돌다보니 수도원 뺑뺑이 도는 노가다를 안해도 되는게 정말 좋네요. 사실 그것때문에 DLC깨고 4회차(은설의 장)를 시작했는데 바로 그만뒀습니다. 언젠간 해야죠.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엠 인게이지입니다. 외국에서도 풍설팬들한테 엄청난 욕을 먹었고, 풍설팬이 파엠팬 대부분인 한국에서도 말할 것도 없었지요.


인게이지에서 가장 욕을 먹은 건 다름아닌 스토리입니다. 웃긴 점은 풍화설월도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부분중 하나가 스토리였죠. 무려 if도 가장 욕을 먹은 점이 스토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창염 이후로 스토리 욕을 먹지 않은 파엠 본편(리메이크 제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농담안하고 파엠 히어로즈의 3장, 6장 스토리가 각성 이후 파엠 스토리중 가장 좋습니다. 사실 오프닝에서부터 반지 치켜들고 특촬물같은 노래로 "인게이지!" 외치는 게임인데 진지한 스토리가 아니라고 욕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문제"라면 스토리가 아니라 캐릭터겠죠. 확실히 인게이지는 걸어다니는 애니 클리셰들이 바보같은 시츄에이션에서 콩트하는 느낌이 많이 납니다 (각성보단 낫습니다만). 그 중 루이, 골드마리, 유나카, 아이비같이 너무나도 괴랄한 나머지 역대급으로 개그캐릭터가 되서 웃긴 애들도 있고, 주인공인 뤼에르도 좀 심심한 감이 있었던 선배 아바타들에 비해 일단 댕청하다는 캐릭터성은 확실하게 잡아서 정이 가는게 다행입니다만, 뭔가 나사빠진건 어쩔 수 없죠. 다만 스토리가 나빠서 게임 전체를 욕하기엔 인게이지는 너무나도 게임플레이 완성도가 높은 게임입니다.


일단 맵은 시리즈 베테랑 팬들이 대부분 동의하듯 if 암야 이후로 최고이고, 시리즈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탑급입니다. 거의 모든 맵이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특히 후반맵들은 기믹들이 정말 기가막힌게 많기 때문에 도전욕구가 셈솟습니다. 게임을 처음했을 때는 SP수급이 너무 적은게 아닌가 생각도 했습니다만, 애초에 NG+가 아니라 전통적인 파엠 스타일 다회차를 생각하고 만든 시스템이라 생각하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파엠은 NG+가 아예 없는 시리즈였습니다. 풍화설월에서 엄청난 자유도와 다회차 루트 시스템때문에 어쩔 수 없이 NG+를 도입한 것이죠. 전통적으로 파엠은 아이템뿐만아니라 돈은 물론 경험치까지 한정된 게임이라 캐릭터에 "투자"한다는 개념이 훨씬 강한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다회차도 이미 육성된 캐릭터로 스토리를 미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파티를 육성하는 맛으로 하는 것이죠. 그런 전통의 연장선으로 보자면 인게이지가 SP 수급이 적은것과 NG+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입니다. 맵의 밸런싱이 이렇게까지 잘 잡혀있는 것을 생각하면 의도적으로 다회차는 아예 상정하지 않았다고 봐야합니다. 다회차 안가도 60시간을 할만큼 충분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둘째치고요. 노가다도 "가능은 하지만" 각성이후 게임들과 달리 확실하게 비효율인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옛 파엠"입니다.


그에 비해 전투는 "옛 파엠"과는 달리 확실히 모던한 느낌입니다. 일단 반지 시스템으로 전투에 변수가 훨씬 많아졌고, 체인어택은 개인적으로 if보다도 밸런스를 더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풍화설월에선 무기상성이 없어서 (스킬로 있긴했지만) 좀 밋밋한 느낌이 많았는데, 인게이지는 상성이 돌아왔을 뿐만아니라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훨씬 더 중요하게 만들어서 전투에 생각할거리를 더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래픽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만큼은 애니풍 게임중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생각하네요. 크리티컬 모션이나 회피 모션은 정말 눈이 즐겁습니다. 특히 아레나에서 몽크 두명이 회피만 하는 것보면 TAS로 철권 돌리는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저평가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뷰들도 "풍화설월이 아니다"라고 그릇된 편향부터 박고 시작하는 리뷰들이 너무 많아서 역시 게임 저널리즘에 전문성은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다시금 되뇌이게 되는 게임이였습니다.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

2017년 오픈했을 때 잠시한 것을 제외하곤 원래 가챠겜은 절대 안했습니다만, 파엠 인게이지랑 연동하면 무기를 준다고 해서 정말 오랜만에 다시 켰습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그냥 쭉 지금까지 하게 되었네요 (한두달 쉬긴 했지만). 일단 원래 폰겜은 스도쿠나 2042, 노노그램같은 간단한 퍼즐게임을 제외하면 전혀 안하는 편이라 폰도 플래그쉽 모델이 아니라서 요즘 나오는 게임은 애초에 할 생각도 안합니다만, 파엠히는 어쩌다가 계속하게 되었네요.


일단 무과금 유저에게 굉장히 친화적입니다. 이건 오픈했을 때도 그랬던것같은데, 8년차인 2023년에는 더욱 친화적인것 같네요. 매년 나오는 시나리오에 딸려오는 무료 영웅들이 일단 나오기만 하면 메타를 휘어잡는 OP 영웅인지라 얘네들만으로 퀘스트를 깨는데 문제없을 정도고 (실제로 무과금 유저용 가이드들이 퀘스트마다 나옵니다), 대충 1년 무과금으로 공짜 재화로 뽑은 5성 영웅들이 거의 200명이 넘어갈 정도입니다. 그냥 아무나 나오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캐릭터를 뽑는 것도 약간의 운만 따라주면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제 최애가 파엠 성마의 광석 주인공인 에이리크인데, 1년만에 에이리크의 거의 모든 버전을 모았을 정도입니다.


지금 문제점이라면 역시 파워 인플레네요. 최근 나오는 영웅들은 진짜 한달마다 메타가 바뀔정도로 강합니다. 안그래도 심했는데 요즘은 특히나 심해지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원래는 PVP를 진지하게 팔거 아니면 별 의미없었는데, 요즘은 이 새로나오는 영웅들이 워낙 강하다보니 얘네가 나오는 PVE 퀘스트도 좀 어렵긴 합니다. 물론 그만큼 OP 영웅을 무료로 풀고 있긴합니다만.


인게이지 소감에서도 적었듯이 개인적으로 파엠히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3장, 5장, 6장을 좋아하고 1장과 2장은 정말 재미없습니다. 특히 6장 스토리는 피폐 순애 비극이라는 아주 맛있는 스토리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오프닝, 미드시즌, 엔딩에 나오는 3D 컷씬 동영상을 제외하면 연출은 정말 별로긴 합니다만, 이건 저예산 게임 특성상 어쩔 수 없겠죠.


게임플레이는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파엠팬들이 파엠히를 안좋아하는 이유가 "전략성이 떨어져서"라고 하는데, 이건 사실이긴 합니다만 파엠히가 파엠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엠 본편이 체스라면 파엠히는 체스 퍼즐이라고 봐야합니다. 육성이 한정되어 있고 맵도 한정되어 있지만, 그런 제약에서 승부하는 것이 오히려 퍼즐성을 극대화 시킵니다. 다만 요즘 나오는 OP 캐릭터들은 그런 면모를 조금 흐리게 하긴 합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이번에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가 나왔는데, 돈이 없어서 리마스터는 아직도 못사고 그냥 이미 가지고 있는 메트로이드 프라임 트릴로지를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2D 메트로이드는 정말 좋아합니다만 프라임 시리즈는 1편을 몇번이고 시작했는데 조인족 유적을 넘은 적이 없어서 이번에야 말로 깨기 위해 켰습니다.


프라임 1편은 슈퍼 메트로이드를 3D로 그대로 옮긴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실제로 펜드라나 드리프트를 제외하면 모든 구역이 슈퍼의 제베스에 대한 오마주가 강합니다.


하지만 그렇기만 했다면 그저 "메트로이드 3D"였을 뿐이였을 겁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이 본가와 달리 자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건 역시 "바이저"라고 생각합니다. 2D 본가가 "액션"과 "탐험"의 조합이였다면, 프라임은 "액션", "탐험"에 "조사"라는 새로운 축을 추가한 것과 같습니다. 이는 사실 프라임 이전 FPS와는 궤를 달리해도 이미 시스템 쇼크같은 이머시브 심 장르에선 있던 개념이긴 한데, 프라임이 정말 특출난 점은 그냥 "조사"하는게 아니라, 일인층 시점에서 "보다"라는 행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전 FPS들은 일인층 시점이긴 하지만 보는 것보다 총을 쏘는 것, 혹이 이머시브 심은 일인층으로 탐험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는데, 프라임은 바이저 요소 때문에, 시점 그 자체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바이저를 얻는 것이 세계를 새롭게 보는 하나의 파워업이 되고, 이게 지극히 메트로이드 답게 다른 두 요소와 연계되어 게임플레이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줍니다. 아직도 볼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바이저의 묘사 (모든 HUD가 사무스가 직접 보는 것이라던가, 어두운곳에서 빔을 쏘면 사무스의 얼굴이 바이저에 반사되어 보인다던가)는 이런 시점에서 나온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인터뷰에서도 일인층으로 바꾼 이유가 이 "바이저"의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확실히 다른 FPS와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문제점이라면 후반부 아티팩트 찾기. 어찌보면 모든 파워업을 가지고 맵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둘러보라는 의도가 있긴 하지만, 2D 메트로이드와 달리 프라임은 일인층 특성상 파워업이 많다고 해서 이동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그냥 짜증날 뿐입니다. 그리고 후반 보스들이 특히나 판정이 엄격해서인지 공격할 수 있는 틈이 별로 없어서 지루하고 짜증나는 보스전이 꽤 있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2: 에코즈

프라임 1편이 "슈퍼 메트로이드"라면 에코즈는 "젤다"입니다. 개인적으로 에코즈야 말로 메트로이드중 가장 젤다에 가까운, 아니, 오히려 메트로이드보다 젤다에 가까운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의 게임입니다. 프라임 슈퍼의 유기적으로 연결된 레벨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에코즈는 하나의 중앙 허브 에어리어를 3개의 던전이 둘러싸고, 던전들을 거의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면 젤다의 강한 영향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프라임도 보스전이나 퍼즐에선 젤다 느낌이 들었는데, 에코즈는 게임 진행 구조도 젤다와 비슷하다 보니 그럽니다.


에코즈의 특징은 신들의 트라이포스의 다크 월드에서 따온 다크 애테르가 있는데, 이게 빛의 애테르와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보니, 레벨 디자인의 완성도 자체는 사실 프라임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게 처음할때는 정말 복잡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만약 훗날 리마스터가 된다면 프라임도 길찾기가 힘드시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한국에서 에코즈는 아마 그냥 불호가 더 압도적일 것 같긴 합니다.


거기다가 에코즈의 보스전은 정말 악랄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녀석이 대부분이기에 이 부분도 트릴로지 버전보다 더 손을 봐야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모프볼 관련 보스들은 대부분이 그냥 최악이고, 공격할 수 있는 틈을 별로 안주면서 계속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피만 강요하는 패턴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보스전은 거의 대부분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뭔가를 하는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보스전이 시간의 오카리나 이후 당시 닌텐도 게임들의 특성이였는데, 황혼의 공주에 와서야 대대적으로 비판을 받은 부분입니다. 문제라면 젤다는 난이도가 적당하거나 황공같은 경우는 쉬운 편이였는데, 에코즈는 정말 어렵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3: 커럽션

프라임이 슈퍼 메트로이드, 에코즈가 젤다라면, 커럽션은 헤일로 메트로이드 퓨전입니다.


퓨전처럼 전작들의 불친절한 부분들을 쳐내고, 내러티브성과 액션 부분을 강화한 것을 보면 확실히 퓨전의 디자인 철하게 가까운 게임입니다. 다만, 휴대용으로 나와서 스케일을 줄일 수 밖에 없엇던 퓨전과는 달리 커럽션은 당시 닌텐도 가정용 콘솔의 플래그쉽 타이틀중 하나였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시리즈에서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구조적으론 슈퍼 메트로이드에 가까웠던 프라임보다 각 구역이 독립되어 있던 에코즈에 가깝습니다. 각 "구역"이 다름 아닌 각 행성이니까요. 다만 커럽션의 기믹은 맵에 존재하는 랜딩 구역에 사무스가 자기의 우주선을 정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선으로 퍼즐을 푸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기믹은 실제로 할때는 굉장히 신선합니다. 다만 이게 쓰이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고, 특히 전투에서의 활용도는 굉장히 적기 때문에 (공중폭격이 있긴 하지만 특정한 곳에서만 발생) 다른 바이저 파워업처럼에 전투와 탐험에 둘다 유기적으로 쓰인다는 느낌은 안듭니다. 사실 사무스의 우주선을 사용하는 기믹을 커럽션이 개발초기 오픈월드로 기획되었을 때의 잔재인데, 이걸 프라임 4에서 발전 시킬지 궁금하긴 합니다.


커럽션의 게임 진행은 퓨전처럼 어디로 가야하는지 친절하게 맵에 찍어주지만, 레벨 디자인 자체는 충분히 비선형적입니다. 특히 뒤로가는 길이 막히는 부분은 많지가 않기 때문에, 만약 탐험하고 싶다면 언제나 다른 곳으로 가서 업그레이드를 찾으러가도 됩니다. 거기다가 맵을 진행하면서 언락하는 랜딩 구역은 기본적으로 빠른이동 지점이기 때문에 아마 프라임에서 너무 "올드"해서 힘드셨던 분들은 커럽션은 편하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중반부터 모든 아이템을 맵에 찍어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아이템 찾기도 꽤나 쉬운편입니다 (이 점도 퓨전과 비슷). 다만 레벨 디자인 자체는 에코즈는 물론 프라임보다도 더 심플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그래도 프라임과 에코즈보다 "아티팩트 찾기" 부분이 훨씬 더 발전해서 이 부분은 오히려 정말 잘 디자인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전투와 보스전은 전작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보스전은 락온되면 락온되는 부분만 쏠 수 있던 예전과 달리, 락온을 해도 에임 자체는 따로해야하는 "락온 프리에임"을 기반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보스를 락온한 상태에서 특정 부분을 조준해서 직접 빔을 쏴야합니다. 그렇기에 프라임과 에코즈처럼 락온에 의존해야하는데 락온이 제대로 안들어가서 짜증나는 부분이 사라지고, 보스전도 보스가 그냥 공격이 가능한 패턴을 시행할때까지 기다려야했던 전작과는 달리, 거의 모든 패턴을 어떻게든 공격적으로 대응해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패턴으로 넘어가게 만들 수가 있어서 훨씬 더 밀고당기는 공격적인 보스전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보스 패턴도 다 화려하면서 도전의식을 불태우는게 많더라고요. 특히 체력을 희생해서 사용하는 하이퍼모드가 보스나 몇몇 일반 적들을 상대하는데 거의 필수적이다보니 전투가 너무 지루하게 계속되는게 아니라 화끈하게 진행됩니다. 이건 특히나 피통이 워낙 커서 문제가 많았던 프라임의 후반 보스들과 에코즈의 보스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발전했습니다.




골든아이 007 (Wii)

오리지널 N64 게임은 에뮬레이터로 어릴때 조금 해봤던 것을 제외하면 경험이 전무합니다.


액티비전에서 만든 게임답게 그 당시 (2010년) 콜 오브 듀티를 위시한 현대 밀리터리 슈터 장르로 리메이크를 했는데, 좋은 방향이였다고 할 수 없겠네요. 먼저 Wii의 IR 에이밍을 쓰는 게임인데, 바로 직전에 했던 게임이 메트로이드 프라임 트릴로지이다 보니 그 완성도에 전혀 미치지 못합니다. 뭘 어떻게 조정하든 좋은 느낌이 나질 않아요. 뿐만 아니라 그냥 일직선 슈터인데 건플레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근본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이런 현대 밀리터리 슈터는 스펙터클로 눈을 즐겁게 해야 얕은 게임성을 가릴 수가 있는데, Wii 기반인 게임이다보니 그런 것은 제대로 엄두도 못내고, HD도 아니다 보니 에임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거기다가 007이라는 IP가 무색하게 제대로된 가젯은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수류탄도 없어서 전투에 변수란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엄폐하고, 쏘고, 앞으로 가고, 엄폐하고, 쏘고, 끝입니다. 미션 디자인 자체가 스텔스를 유도하지만 스텔스로만 미션을 깨는 것은 불가능이기 때문에 이조차 의미가 없습니다. 애초에 스텔스 시스템이 깊지도 않아서 미션 디자인에 바리에이션을 제대로 주지도 않고요.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

개인적으로 니어 오토마타는 많이 실망했던 게임입니다. 플래티넘 게임이라서 액션에 기대를 걸었는데 액션은 재미가 없고, 스토리도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 세카이계 스토리라서 비주얼과 음악은 좋은 것 같은데 감정적으로 끌리진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이거 말고 타우라가 이후에 만든 애스트럴 체인을 먼저한게 다행이였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죠. 니어 오토마타를 먼저 했으면 타우라가 디렉터를 맡은 것때문에 애스트럴 체인은 절대 안했을 거라고....


근데 왜인지 니어 레플리칸트는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점은 니어 레플리칸트는 굉장히 재밌게 했다는 점입니다. 분명 이것도 세카이계인데 말이죠. 오히려 퀘스트 디자인이나 다회차 디자인같은 부분은 레플리칸트가 더 나쁘지 않나, 라고 느끼기도 합니다만 (다만 사이드퀘 스토리 자체는 레플리칸트가 더 인상적이였습니다), 왠지모르게 레플리칸트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은 너무나도 정이 듭니다. 오토마타는 뭔가 스토리 중반에 떨어트려놔서 알아서 이해해봐, 라는 오만함이 느껴진다면, 레플리칸트는 아예 모든 것이 리부트된 세계에서 용사대 마왕이라는 왕도적인 스토리의 클리셰를 비트는 내러티브인지라 따라가기도 쉽습니다. 거기다 액션도 오토마타의 둥실둥실한 느낌이 적어지고 패링도 어정쩡한 느낌이 강했던 오토마타의 회피보다 더 손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차지 어택을 기반으로 하는 콤보도 오토마타보다 만족감이 더 느껴집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다름아니라 월드 디자인이였습니다. 근본적으로 시간의 오카리나의 하이랄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월드인데다가, 에밀의 저택같은 경우는 대놓고 플스시절 바이오하자드 오마주고, 숲속 마을의 비주얼 노벨도 처음 봤을 때 감탄사가 나왔네요. 게임이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만들었다는게 느껴집니다.


엔딩 E까지 보기 위해 해야하는 노가다가 좀 많긴 하지만, 하루만에 할만하기도 하고, 리메이크에 추가된 엔딩 E는 정말 잘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거하고 니어 오토마타를 다시 해보고 싶을 정도였네요. 확실히 에밀이 재등장하는 부분은 다시해보면 울 것같긴 합니다.





저지 아이즈

용과 같이 팬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게임. 단점과 장점 모두 근본적으로 용과 같이 시리즈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는 용과 같이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제로와 6편보다 더 완성도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드라마로 만들려고한 각본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기본기가 탄탄하고, 용과 같이 스토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마지막에 이상하게 망친다는 문제도 없습니다. 오히려 엔딩은 정말 생각할 것을 많이 주기도 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저지 아이즈가 다루는 소재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겪는 이야기다 보니 굉장히 민감했을 수도 있는데, 가볍지않게 다루면서 예를 다한 느낌입니다. 기무라 타쿠야도 애초에 배우이다보니 연기가 무척 자연스럽고, 그렇기에 스토리의 몰입도가 배가 됩니다.


다만 "탐정" 게임 요소는 반만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조사는 그다지 신선한 게임플레이 요소를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미행같은 부분은 재미도 없는데 반복적이기까지 해서 다음 컷씬을 보기 위해 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체이스 또한 너무 심플하면서도 제대로 된 플레이 변수가 없다보니 그냥 페이스에 변주를 주는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서브스토리 자체는 용과 같이 시리즈 전통답게 재밌습니다.


전투는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용과 같이 브롤러 액션의 완성형인 극2를 베이스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 AI가 3편이 생각날 정도로 지나친 슈퍼아머와 회피를 난발하다 보니 제대로 시원하게 지르는 느낌이 하나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스들은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패턴을 특정할만한 요소가 거의 전무해서 첫 공격이 일단 나온 상태에서야 반응을 할 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방어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진행될 수록 반영구적으로 HP를 깎는 공격들까지 있어서 더욱 더 극대화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호쾌함보단 답답함이 더 많고, 결국 중후반부턴 그냥 케이힌이나 랜덤 인카운터는 죄다 스킵했을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카무로쵸만 나오는 것도 생각하면 약간 스케일이 작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스토리와 서브컨텐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어찌보면 용과 같이 시리즈의 장점을 극대화한 대신, 단점도 만만치 않게 키웠다는 느낌이 드네요.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3: 새로운 미래

제노 시리즈를 여태까지 응원해준 모든 팬들을 위한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3편 본편이 TVA였다면 DLC인 새로운 미래는 극장판.


팬서비스가 분명 강한 게임이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팬서비스만을 위한 게임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미래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탄탄하게 잡혀있어서 그런지 얘네들만으로도 충분히 정이 갔고, 팬서비스가 엮이는 방식도 게임 진행에 거슬리는 방법은 자제했기에 하나의 작품으로써 스스로 설 수 있다는게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전투 방식이나 기타 게임플레이 요소들이 더 작아진 스케일에 알맞게 스트림라인되어 있으면서도 더 응축된 경험을 선사했기에 본편의 엑기스만 추린 느낌이였습니다. 거기다 2편의 DLC인 이라편과는 달리 새로운 미래는 강제로 서브퀘를 진행해야 메인 스토리가 열리는 게 아니라서 페이싱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6시간 정도 했는데 이라편과는 달리 늘어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일담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기에 프리퀄이라는 점도 괜찮았고요, 특히 제노기어스의 페이를 열혈계로 바꾼듯한 매슈와 쿨한 매력과 자신감을 가진 A의 케미가 잘 맞았기에 스토리는 아쉬운 점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제대로 확실하게 컨펌까지 해줄 뿐만 아니라 5장의 "그 라디오"는 제노 팬으로썬 미칠듯한 팬서비스였으니.


적어도 이라편만큼 해주었으면, 하고 바랬는데, 이라편보다도 더 대단한 작품이 나온 것에 만족합니다. 이렇게 제노블레이드 6부작도 끝을 맺었는데, 아쉽긴 하지만 팬으로써 이만큼 완성도 있는 엔딩을 경험했다는 것에 감사하네요.





젤다의 전설: 티어즈 오브 더 킹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티어즈 오브 더 킹덤의 다른 점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숨과 왕눈 모두 게임플레이 근간은 기본 4가지 능력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야숨은 시커 슬레이트로 폭탄, 마그넷, 스테이시스, 얼음블록을 사용할 수 있는데, 왕눈은 오른손으로 울트라핸드, 퓨전, 어센드, 리콜을 쓸 수 있죠. 다만 다른 점은 이 능력들을 "어떻게" 사용하나입니다. 야숨은 이 능력들을 각각 따로 상황에 맞게 쓰게 됩니다. 애초에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도 않고 같이 쓸만한 부분도 없습니다. 왕눈은 그에 비해 이 4가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같이"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울트라핸드로 나무판을 공중에 띄우고, 이걸 리콜로 다시 공중에 떠있게 만들고, 어센드로 공중에 떠있는 나무판에 올라가서 장애물을 넘을 수가 있습니다. 왕눈의 4가지 능력은 각각 하나의 게임을 만들만큼 깊은 경험을 선사합니다만, 이걸 한꺼번에 상호작용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태까지 나왔던 그 어떤 게임보다 다른 레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4가지 능력의 상호작용 하나만으로 티어즈 오브 더 킹덤은 다시 한번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준 그 충격을 선사합니다. 제가 야숨을 당시에 하면서 느낀 점은 "지금 현시대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게임"였습니다. 왕눈을 하면서 느껴지는 점은 "미래에 있을 법한 게임을 지금 어떻게든 구현시킨 기적"입니다. 야숨은 2017년 게임처럼 느껴집니다. 왕눈은 도저히 2023년에 돌아갈 수 있는 게임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오누마 프로듀서가 게임 컨텐츠는 발매 1년 전에 이미 완성시키고 1년간 디버깅과 최적화에 집중했다고 했는데, 솔직히 하다보면 이게 디버깅 1년만으로 돌아갈 수준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던전도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했습니다. 야숨보다 훨씬 나았던 것을 둘째치고, 옛 젤다 느낌이 나면서도 야숨의 자유도를 제한하지 않는 영리한 타협점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각 현자들의 캐릭터성이 잘 드러나는 진행방식 덕분에 더 재밌게 했었네요. 무기 내구도는 원래 야숨때도 그닥 문제라고 느끼진 않았는데 왕눈의 퓨전은 확실히 더욱 시스템을 발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외 사당같은 경우도 야숨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챌린지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나오기만 하면 짜증났던 전투 챌린지는 왕눈에선 하나 하나 특정한 시나리오를 주고 샌드박스형식으로 풀이하라는 방식이기에 훨씬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지저는 아주 약간 실망스러웠긴 했지만 지상에 추가된 여러 동굴들을 탐험하는 것도 워낙 즐거웠기에 하이랄을 다시 탐험하는 것도 전혀 질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링젤 파는 팬으로써 격하게 맛있는 스토리. 마지막 컷씬은 진짜 눈물이 나올 정도.




블러드본 + 올드 헌터즈

블본은 2017년 플스4를 처음 샀을 때 같이 산 게임입니다만, 그때는 소울류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고 (데몬즈 4-1에서 막혀서 그냥 포기, 닼소도 플3으로 사놓고 안함) 호러 게임도 못하는지라, 시작하자마자 늑대인간 비슷한 적에게 죽고나서 바로 그냥 언인스톨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크 소울 1-3에 엘든 링까지 깨고 나니 블러드본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런데 PC판 리마스터 루머가 계속 나오다보니 그냥 기다리자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P의 거짓 데모를 하고 도저히 못참겠어서 블러드본을 인스톨했습니다.


사실 호러 분위기가 너무 강한지라 (진짜 호러는 죽어도 못합니다) 다크 소울만큼 몰입하면서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루에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 하면 정신적으로 지쳐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닼소때 실력은 어디 간게 아니라서 첫보스인 개스코인한테 엄청 죽은 걸 제외하면 나름 쉽게 스토리를 뚫긴했습니다. 엔딩 볼 때만 해도 다크 소울 3에 비하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엔딩을 보고난 이후에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확실히 액션의 손맛은 프롬의 소울본중 (세키로 제외) 최고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닼소랑 엘든 링 둘 다 클레이모어 하나만 팠기 때문에 더 손맛이 좋은 무기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블본은 각 무기마다 변형이 있고 그 변형을 자유자제로 콤보를 쓰기가 쉬워서 액션은 좋았습니다. 거기다 훨씬 후해진 회피 판정, 심플하면서도 명확해진 빌드 옵션, 극단적으로 공격성을 지향하는 전투 시스템등, 전투 그 자체의 완성도는 대단합니다. 그리고 건 패링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느낌이 더 좋았고요.


레벨 디자인은 다크 소울 3보다 더 괜찮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일단 시리즈 전통의 독늪이 비교적 숏컷을 뚫기 쉬운 선택 에어리어인게 마음에 들었고, 다크 소울 1편의 각 구역이 기막히게 연결된 맵이란 점도 좋았습니다. 다만 극초반 구역으로 야남 거리는 좀 난이도가 높은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초반엔 고딕 건축 스타일이지만 가면 갈수록 기괴하고 뒤틀린 장소가 나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보스전은 미묘합니다.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완성도는 닼소3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블본은 사실 기믹에 의존하는 보스가 많은 편이라 전통적인 스타일의 보스전은 초반 개스코인, 성직자 야수, 그 이후로는 극후반쯤 가거나 선택 보스를 찾아서 잡아야 하는지라, 중간의 야남의 그림자, 롬, 다시 태어난 자, 미콜라시로 이어지는 필수보스 라인은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선택보스가 다들 좋은지라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네요. 그리고 DLC도 다 좋은 보스들이라 DLC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완성도로 봤을 때는 다크 소울 1과 3편을 넘어서지만, 개인적으로 다시하기엔 조금 힘든 작품이였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최애은 닼소3. 그래도 PC로 나오면 다시 살 듯.





사우스 스크림쇼: 파트 1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아바타 2편의 툴쿤 고래들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면?"


기본적으론 선택지도 없는 키네틱 노벨입니다만, "외계 생명체를 탄생부터 따라가는 자연 다큐멘터리"라는 설정이라 굉장히 독특한 시점의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외계" 생명체이기 때문에, 분명 스토리의 중심은 주인공인 어린 고래입니다만,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기에 "외계 생명체를 따라가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시점까지 왔는지에 대한 세계관 구축을 참으로 영리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방식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은 근본적으론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작품이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정말 다채로운 주제와 창의적인 세곅관을 보여준 디스코 엘리시움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더해 굉장히 디테일한 아트워크(일단 자연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스탠딩 CG같은 비주얼 노벨의 기본 요소가 없는 대신 계속 CG가 바뀌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다보니 다른 키네틱 노벨보다 훨씬 더 많은 유니크 CG가 쓰입니다)는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생명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AI로 풀보이스된 대사는 다큐멘터리답게 진지하면서도 무미건조한 것이 글의 스타일에 오히려 딱 맞습니다.


스팀에서 무료인 것도 플러스. 1-2시간이면 끝을 보지만, 충만한 경험입니다. 개인적으로 2023년에 한 게임들 중 내러티브만큼은 최고중 하나고, 파트 2가 빨리 나왔으면 하고 기대되는 게임이네요.




영웅전설: 제로의 궤적

섬궤1이 비타로 처음 나왔을 당시부터 궤적 시리즈를 했는데, 하궤까지 비타로 즐기고 섬궤3는 워낙 하궤와 영벽궤 시리즈랑 연관되는 점이 많아보여서 영벽궤가 정발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어쩌다가 비타로는 못사고 결국 스팀으로 구매는 해두고 올해 여름에야 제대로 시작을 했네요.


하나의 작품으로썬 제로의 궤적이야 말로 가장 밸런스가 있는 궤적 시리즈 게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궤 SC도 명작이지만, 영궤는 주인공 파티가 워낙 명확하고, 스케일이 더 작은 대신 크로스벨이라는 장소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서서히 드러나는 흑막등 내러티브가 굉장히 탄탄합니다. 시궤까지 한 지금와선 크로스벨이 좀 지치긴하지만, 그래도 반대로 말하면 시궤까지 크로스벨을 우려먹었는데도 정이 남았다는 것 자체가 제로에서 크로스벨이라는 장소를 다만 편의성같은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약하긴한게 아쉽긴 하네요. 그래도 카이 버전은 터보 모드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았습니다.


파티만큼은 궤적 시리즈는 물론 JRPG중에서도 최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열혈계이지만 너무 바보같지도 않고 오히려 수사관으로써 머리돌아가는게 특징인 로이드, 세계 정세에 더 밝고 정치집안 아가씨지만 헌신적이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엘리, 파티의 큰 형이지만 외강내유의 본보기를 보여주면서 깊이를 보여주는 랜디, 그리고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특유의 시니컬함으로 그저 막내만이 아니라 중요한 일원인 티오까지, 정말 황금 밸런스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전체적으로 캐릭터성이 좋았음에도 파티 자체는 계속 변동이 끊이질 않았던 하궤 시리즈하고는 많이 다른 편입니다. 그리고 이 네명을 중심으로 크로스벨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제무리아의 정세를 표현하는 방식도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하궤는 리메이크까지 할 필요는 모르겠습니다만, 영벽궤는 정말 리메이크로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영웅전설: 벽의 궤적

엄밀히 따지자면 제로의 궤적보다 더 진일보된 게임입니다. 경찰 주제에 버스타고 다니던 제로때와는 달리 제대로 된 경찰차가 추가되서 빠른이동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CP 수급이 쉬워져서 크래프트와 S-크래프트를 서브퀘에서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네요. 거기다 마스터쿼츠의 추가로 전체적인 캐릭터 빌드에 더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메인 파티에도 노엘과 와지가 추가되었지만, 이 둘은 이미 제로에서 캐릭터성을 잘 보여줬기에 겉돌지 않고 잘 녹아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투원으로써도, 파티내 스토리 비중으로써도 포지션을 확고히 해서 제로 파티의 황금 밸런스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더해줍니다. 스토리도 스케일이 더 커진 것은 물론이고, 서제무리아 정상회의같이 하궤와는 다른, 대륙 전체의 정세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두 대국인 에레보니아 제국과 캘버드 공화국의 정상들을 보여주면서 얼마나 살벌한 정치 게임이 배경에서 펼쳐지고 있는지까지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진진했습니다.


다만 스토리 자체는 벽궤가 워낙 어정쩡하게 끝을 맺는다는 점이 걸리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제로-벽에서 이어지는 스토리 자체는 만족스럽게 완결을 맺습니다만, 크로스벨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하나도 해결 안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 이는 호불호가 갈리는게 이해는 갑니다. 다행이도 시궤가 나온 지금 와선 별 의미없는 비판이긴 합니다만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 인물은 사실 스토리적으로 봤을 땐 충분히 이해가는 서사일 뿐만 아니라 크로스벨이라는 도시에 대한 서사에 더욱 더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이긴 한데, 뭔가 감정적으론 그냥 반전을 위한 반전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영벽궤는 궤적 시리즈가 피크였을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웅전설: 섬의 궤적 (2회차)

사실 섬궤랑 섬궤2는 예전에 비타로 깨기도 했고, 그냥 스토리 줄거리만 보고 섬궤3으로 바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벽궤에서 에레보니아 관련 뽕이 좀 많았어서 그냥 2회차를 하기로 했습니다. 둘다 2회차는 나름 후하게 다회차 연동이 가능한지라 스토리 미는데 편하기도 했고요.


일단 비타로는 다시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픽이 문제가 아니라 로딩이 정말, 정말 심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로딩에 그렇게까지 신경쓰는 편은 아닌데, 섬궤 비타판은 정말 심각합니다. 전투한번 할때마다 3-5초가 로딩이 되다보니 쾌적하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하궤-크로스벨 사가에 비해서 전투 시간이 더 늘어지는 점도 있어서 그런지 전투 자체는 더욱 다듬어져 있어 완성도가 높은데, 전투가 전체적인 페이스를 늦춰버리니 게임이 늘어지는 느낌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2회차니까 대부분의 필드몹은 (마키아스 샷건으로) 즉사시키거나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하기 힘들었을 정도입니다. 이걸 그때는 도대체 어떻게 한건지 기억도 안나네요.


당시 처음에 했을 때는 페르소나를 벤치마킹한 게임중 그나마 가장 나았던 게임이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영벽궤를 해보고 나니 오히려 페르소나보단 영벽궤에서 이어지는 느낌이 훨씬 많이 들었습니다. 일단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이 거의 똑같아요. 한 장이 3-4일로 나뉘어져 있고, 첫 몇일은 대부분 서브퀘스트, 나머지는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필수 퀘스트인 것도 똑같습니다. 영벽궤와 다른 점은 첫 몇일이 트리스타에서 이뤄지는 지라 미니 크로스벨처럼 한곳에서만 여러 서브퀘를 하는 느낌인 반면, 메인 스토리는 실습으로 제국 동부의 다른 지역을 가서 퀘스트를 진행한다는 점이겠네요. 이 또한 크로스벨의 컴팩트함과는 다른 에레보니아의 광할함을 보여주는 진행 방식이라 신선하면서도 재밌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쯤와서는 팔콤이 "세계관에 존재하는 장소"를 표현하는 방식이 확실히 성숙해졌습니다. 오픈월드는 아니고 엄청 디테일한 것도 아니지만, "실습"으로 굉장히 큰 세계의 작은 한부분을 본다는 점은 제한된 리소스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에레보니아의 광활함을 표현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궤까지 한 마당에 지금와선 린에게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든 나머지 비판할 힘도 없지만, 그래도 아직 학생일때의 린은 답답하면서도 진부한 성격이긴 합니다. 뿐만 아니라 캐스트가 워낙 많다 보니 장마다 계속 파티가 바뀌어버리는 참사가 일어나서 대충 정이 들만할 때 파티가 바뀌어버려서 섬궤의 7반은 정을 붙이기 힘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네요. 1회차가 80-100시간이 걸리는 대작인 것을 생각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긴 합니다. 다만 이렇게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섬궤3부터 모든 것이 만개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었던 방식이였고, 결국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전설: 섬의 궤적 II (2회차)

섬궤2는 아마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악의 궤적 시리즈일 수도 있습니다. 벽궤의 문제점인 스토리가 어정쩡한 채로 엔딩이 나온다는 점, 섬궤1의 문제였던 계속 자동문처럼 들어왔다 나갔다하는 캐스트, 주인공인 린의 답답함과 라노벨식 주인공상의 진부함이 극단적으로 보여지기도 하죠. 심지어 마지막 던전은 하궤3의 문제점이였던 "왜 이 스토리를 이렇게까지 쓸데없이 긴 던전을 통해 이야기해야 하는가?"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봤을 때 섬의 궤적 시리즈는 4편까지입니다만, 실질적으로는 섬궤1-2와 섬궤3-4는 다른 시리즈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섬의 궤적 1편에서 이야기를 끝맺는 스토리로 진행되는데, 벽궤때와 마찬가지로 하나도 제대로 끝난 느낌이 들지 않는 엔딩입니다. 애초에 페이싱이 중구난방인 게임이라 중반부가 늘어지기도 하고, 에필로그가 심각하게 긴지라 (심지어 1회차때는 이게 선택요소인줄 알고 마지막 던전을 그냥 안했을 정도입니다) 엔딩도 질질 끄는 느낌입니다. 게임플레이도 섬궤1과 다를 점이 거의 없습니다. 전투는 이번에도 괜찮지만 페이스를 죽여버린다는 점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여기서 추가된 기신전은 아무리 이벤트성이 강한 전투라고 해도 조금 너무 심각하게 깊이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안들었던 점은 2회차 요소인 검은 사서. 이게 섬궤3부터는 스토리 이해에 필수적인 요소라 2회차 히든 요소로 만들어버린게 이해가 안갈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섬궤2가 2회차를 할만한 게임인가 하면 절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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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맞아도 헤드샷    친구신청

니어 오토마타에 대한 평이 저와 비슷하시군요.

쓰신 글을 보니 레플리칸트도 해보고 싶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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