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X880
군인 월급으로 산데다 처음으로 비싼 이어폰을 산 거라 기억에 남는 이어폰.
그 때 당시 9만원 주고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리가 어땠는지는 기억도 안나지만
어이없게도 친구 집에 놔두고 와버린 바람에 잃어버린 이어폰이기도 하죠.
친구 집에 놔뒀는데 왜 잃어버렸냐면 친구한테 이어폰 놔두고 갔다고 말한 게 한 달 뒤였거든요.
나 : 이어폰 느그 집에 놔둔 것 같은데, 한 한 달전에.
친구曰 : 어제 먹은 저녁도 기억 안나는데 한 달 전 이어폰이 있을리가 있냐?
나 : ㅇㅈ
2. UE900S
그렇게 허무하게 MX880을 날려보내고 당시 핫했던 인이어 이어폰 중에 듀만콘댐으로 가자! 해서
UE900s를 지르고 지금 친구한테 있습니다. 이 때의 교훈은 청음을 하지 않고 걍 지르는 건 바보다였죠.
전형적인 V자형 음색에 보컬이 약간 뒤에서 들리고 고음이 좀 쐈던 걸로 기억합니다.
트파 후속작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트파보다 덜 자극적이라 실망하고 지금은 그보다 더 개성 넘치는
이어폰이 넘쳐나는 실정이니 지금 와서는 정가 주고 사기엔 아까운 이어폰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푸짐한 구성품과 완벽한 차음성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훌륭했죠.
특히 차음성은 귀에 꽂아만 놓고 있으면 옆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립니다.
노래 틀면 외부 소음이 싸악, 그야말로 잔소리 차단기로 甲. 단점은 등짝 스매쉬를 막지 못합니다.
3. LS200i
그렇게 ue900s를 떠나 보내고 다음에 산 건 LS200i입니다. 여성 보컬+올라운드형으로
저음이 딱 있을 만큼만 있고 BA라 잔향이 적어 저음을 중시하는 분들껜 불만족스러운 중고음형 이어폰입니다.
특징으로는 여성 보컬이 가깝게 들리고 고음이 맑고 깨끗한 느낌인데 저한테 고음이, 치찰음 대역과 함께 쏘더군요.
30만원 대에서 종결지을 수 있는 중고음형 이어폰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좀 쓰다보면 심심한 음색이라 쉽게 질릴 수도 있습니다.
4. 디락
4만원 대 가성비 끝판왕.
하지만 굳이 가격대가 아니더라도 좋은 이어폰이라 생각합니다.
저음 강조형 이어폰인데 V자 음색이 아니라서 올라운더로 쓸만합니다.
중고음도 잘 뽑아주는데 저음이 강조되다 보니 좀 먹먹한 느낌도 듭니다.
맑고 깨끗한 소리를 좋아한다면 eq로 저음을 낮추던가, 아니면 다른 이어폰을 가는게 나을 듯.
실내에선 저음이 많은 감이 있는데 실외에선 외부 소음을 마스킹해서 딱 OW 타겟에 근접한 음색을 들려줍니다.
다만 현재 시중에 나온 건 내구성이 취약합니다. 6월 말에 내구성 개선된 버전을 판다니 산다면 그게 낫겠습니다.
5. psb m4u 4
스피커로 유명한 psb에서 만든 하이브리드 이어폰입니다. 1dd+1ba 였던가요.
원체 이어폰은 인지도가 낮다보니 올해 할인을 한 번 크게 한 적 있는데 그 때 구입한 이어폰입니다.
특이한 건 보통 이어폰에 실리콘 팁이 부착된 채로 나오는데 얘는 폼 팁이 기본 장착입니다.
게다가 기본으로 주는 실리콘 팁이 최악입니다. 겉이 펄럭펄럭한 게 대자형을 써도 차음도 안됩니다.
실리콘 팁을 쓰려면 무조건 타사 실리콘 팁을 사서 쓰는 걸 추천합니다.
음색은 폼팁을 메인으로 내세운 만큼 저음이 강조된 약 V자형입니다.
저음이 많고 중고음엔 착색이 있어서 플랫과는 거리가 먼 이어폰이죠.
6~7k에 깊은 딥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고음이 전혀 쏘지 않고 듣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하이햇은 여기에 나 있어. 하는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전반적으로 편안한 음색입니다.
대충 이 정도가 기억에 나는 이어폰들입니다.
지금은 psb m4u 4만 쓰고 있는데 제 경험상 성향 다른 이어폰 2개 놔두고
남는 돈으론 치킨이나 사먹거나 헤드폰 or 스피커로 가는 게 더 이득인 것 같습니다.
이어폰은 딱 가격 대 성능 비가 30만원 대가 마지노선이랄까요.
그 이상의 지름은 마이파이적인 자기 만족이고 보다 더 성능을 추구한다면
헤드폰이나 스피커로 가는 게 가격에 걸맞은 성능을 뽑아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