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나이 어린 동생녀석이 부모도 도움 안주고 본인도 허송세월이 커서
택배 물류창고를 갈 바에는 공장을 가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처음에 갤럭시 공장을 넣어줬는데, 이놈이 어설픈 경기권 대학교의 컴공과 재학중이라고 이력서에 넣고는
영어시험도 다 맞았다고 자랑스럽게 돌아와서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 항의전화까지 하더라구요
왜 떨어졌는지 이해시키는데 하루밤이 걸렸습니다.
영어시험 1. GATE의 뜻은 틀려야 하는거고
영어시험 2. A~Z까지 대소문자로 쓰세요 는 맞춰야 하는거고
그리고 너처럼 휴학생은 공장에서(한달에 200실지급이니) 몇달 벌어서 도망간다. 존나 답없는 놈들 뽑는게 이익인 곳이다.
하지만 이 친구도 자존심도 있으면서 답이 없는 상태에서, 조건이 2교대 기숙사 주6일로 죶같긴 하지만
한달에 200만원 넘게 주는 곳이 이곳 말고는 배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다음 공장면접에 대해서 저에게 의지를 크게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현대자동차 엔진조립공장(물론 협력업체지요...) 을 알아봐서 작전을 짰는데
이 친구가 거짓말은 죽어도 싫다고 하니
이력서에 대학교 휴학까지 사실대로 적어넣고 면접을 보냈습니다.
그녀석의 모든짐을 큰 이민용 트렁크에 쑤셔넣고, 면접장에 가지고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상황예측은...너무다 당연하지요?? 쉽지요??
첫 질문이 몇개로 추려질 수 밖에 없는 퍼포먼스인데요, 이 친구가 시키는대로 잘 했습니다.
1. 그 가방 대체 뭐요?
.제가 가진 모든게 여기 들어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일해야합니다. 바로 기숙사 들어가려고 합니다. 짐을 둘곳도 없어요
2. 이력서에 대학교 휴학중이라는데(의도는 "너 등록금 벌면 나갈거잖아" / 제가 시킨건 이 질문이 100% 나올테니 말 끊으라고 햇어요)
말 끊고. 그 씨발놈의 학교, 컴공이라고 들어갔는데 시험문제로 CPU의 약자를 내놓는 학교인데 솔직히 우리사회에서 고졸로 끝내기도 마음이 내키지 않고 자퇴해버릴 용기도 없어서 휴학상태인데 그딴데 나와봤자 도움될지 어떨지도 모르고 부모조차 도움을 안줘서 지금 여기 있는겁니다.
이친구는 자동차조립공장에서 라인에 앉지 않고 구매품질로 빠져서 맨나 책상에서 영어공부나 하다가 나왔습니다.
공장장 입장에서는 나름 엑셀도 만질 줄 알고 보고서도 잘 꾸미는 엘리트가 제발로 걸어들어와서 같이 주욱 갈거같으니까 얼마나 예뻣겠어요?
그런데 이 작전구상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먼저 썼던거에요
아래, 일본에서 일하게 된 부분을 적었는데
처음 사업준비를 위해 몇차례 미팅을 가지면서, 최종적으로 한국회사 사장이 "이 친구만 고용한다면 이 내용대로 거래를 시작합니다." 라고 추천해 주었습니다.
당시 파칭코그룹 사장이 사업개시부분을 맡았었는데
"아무래도 어학원 재학중인 학생이 나름의 꿈이 있는데 내멋대로 그만두라고 할 수 없다" 라면서 고민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음날 곧바로 집주인 연락해서 방 빼고, 친구에게 부탁해서 동유모 통해서 살림 다 뿌려버리고
옷가지만 다 챙겨서 큰 트렁크에 넣고 쿄토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이틀전에 미팅해서 만났던 놈이, 동경 돌아가서 하루만에 짐 다 싸서 더이상 갈곳없다고 찾아온겁니다.
그렇게 사업개시가 결정되었고, 저는 숙소가 구해질 때 까지 몇개월간 전무집이랑 회장집에서 잠을 자면서 생활했습니다.
인생 뭐 있냐요
재미있는걸 하는게 최고죠